짧은 시
턱시도를 단정히 차려입은 동생은
순백의 신부와 나란히 걷는다.
약간은 어색한 두 사람의 첫 발을
따뜻한 박수가 잔뜩 물들인다.
모처럼 신이 난 부모님의 모습은
사르르 피어나는 동백 같았다.
그 사이, 멀리서 닿은 미소를 띤
시선을 붙잡은 반가운 얼굴은
“너 정말 많이 컸구나!”
무심코 건넨 말에 흠칫 놀란다.
이내 동생 친구의 얼굴엔 웃음이 번지며,
“저 이제 서른이 넘었는데요!”
아, 그랬구나.
수풀에 숨어 땡깡 피던 아이에게는
어느새 자라서 제법 삶이 묻어나는구나.
오랜만에 매거진에 시를 올립니다.
올해 2월 동생의 결혼식이 있었는데요.
시는 거기서 생긴 웃픈 에피소드입니다.
저는 일부러 시를 안 배우고 있는데,
이제는 좋은 시를 많이 찾아 읽고 배워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좀 더 좋은 시를 쓰기 위해서 말이에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