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는 여러분과 함께 생각해보고 싶은 부분이 있는데요, 혹시 최근에 개봉한 '그림자꽃'이라는 다큐 영화를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아직은 잘 알려지지도, 널리 개봉되지도 못했지만 말입니다.
이 작품은 세월호 내용을 다룬 영화 '부재의 기억'을 만든 이승준 감독이 평양에 살고 있는 남편과 딸을 찾아 북으로 다시 돌아가고자 공개적으로 고군분투 중인 북향민(새터민, 탈북민) 김련희씨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김련희씨는 어떻게든 두고 온 딸을 만나기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시도합니다. 간첩임무를 띠고 오지 않았지만, 스스로를 간첩으로 신고해 추방당하고자 했고, 평창 올림픽 현장에서 고향 사람 손 한번 잡아보고자 건장한 남자 경찰들 사이를 숨차게 뛰고 잡히고 넘어집니다. 온갖 욕설 댓글에 시달리기도 하고, 북한으로 가버리라고 손가락질하는 사람에게는 제발 좀 보내달라고 목청껏 대항하기도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김련희씨가 같은 처지의 여러 북향민분들과 나누는 이야기들이 계속 되새김질되었는데요, 이 세상에는 내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 있고 지금으로서는 설사 죽더라도 죽은 몸도 북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는, 분단의 고통이 날 것 그대로 전달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음속 한 켠에서 정말 도저히,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 아님!!을 증명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일기도 했습니다.
매년 생존자 수가 줄어드는 고령의 이산가족 간 만남뿐만 아니라, 북을 떠나 지금 남쪽에서 생활하고 있는 많은 분들 중 일부라도 만나기 시작하고, 평범한 시민들 중 일부라도 또한 만날 수 있는 방법들을 함께 고민해보고 실천해볼 수는 없을까? 코로나 시대 비대면이 일상화된 상황을 역으로 활용해서 어떻게든 온라인상으로라도, 짧게라도, 가족 간 대화의 내용이 공개되는 등의 여러 한계가 있더라도, 그래도 정기적으로 이산가족뿐만 아니라, 북향민들, 평범한 남북 시민들이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있지 않을까? 고민이 거듭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김련희씨 지인 동생이 손만두를 함께 빚으면서 북한의 획일적인 생활총화 문화가 너무 힘들어 떠나왔고 지금 남쪽의 삶에 만족한다면서도 마주 앉은 언니, 김련희씨처럼 북한에 너무나 돌아가고 싶어하는 북향민들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결국 서로 생각이 다를 뿐이지 틀린 것은 아니지 않냐고 툭 던지듯 반문하는 장면에서는 ‘너와 내가 다름을 서로 이해하고 틀리지 않은 것임’을 인정하는 마음들이 들불처럼 우리 사회에 번지고 번져서 ‘사상과 이념을 초월해’ 이제 좀 만나서 같이 만두 빚고 먹으면 좋겠다 싶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이승준 감독이 세월호로 자식을 잃은 엄마들처럼 또 다른 한 엄마를 찾아내고, 그녀가 딸을 만나고자 피눈물로 견디고 버티고 싸우는, 거칠고 투박하지만 가슴을 때리는 모습들을 담아내고자 했음에서 이미 ‘사상과 이념을 초월해’ 같이 좀 생각해보자는 시도가 시작됐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그 마음을 담아 이렇게 글로 쓰고 전해 또 다른 한 걸음을 이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여러분에게도 이 걸음이 또 이어지고 이어지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