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도착하자마자 걷고 싶어졌다.

by 비하인드 예린

1화. 제주에 도착하자마자 걷고 싶어졌다

새벽 제주행 비행기
제주 올레 패스포트 수령품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바람이 먼저 느껴졌다.


서울과는 조금 다른 공기였다.

조금 더 거칠고,

조금 더 솔직한 느낌.


이상하게도

그 바람을 맞는 순간

바로 걷고 싶어졌다.


여행을 오면 보통

짐을 풀고,

카페를 찾고,

어디를 갈지 생각부터 하는데


이번에는

그럴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냥

바로 걷고 싶었다.


올레길은

특별한 준비가 필요한 길은 아니었다.


표지판을 따라가면 되고,

발걸음을 옮기면 되고,

조금 지치면 잠깐 쉬면 되는 길.


너무 단순해서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처음 몇 걸음을 내딛을 때

나는 아직

일상의 속도를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머릿속에는

해야 할 일들이 남아 있었고,

생각은 여전히 빠르게 흘러갔다.


하지만 몇 분 지나지 않아

그 속도가 조금씩 느려지기 시작했다.


길은 나를 재촉하지 않았다.


누가 뒤에서 밀어붙이지도 않았고

앞에서 끌어당기지도 않았다.


그저

지금 걷고 있는 만큼만

가면 되는 길이었다.


걷다 보니

괜히 속도를 내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었다.


조금 더 빨리 가야 할 것 같고,

더 많이 걸어야 할 것 같고,

괜히 의미를 만들어야 할 것 같은 마음.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그래서

걸음을 조금 늦췄다.


풍경을 조금 더 오래 보고,

바람을 조금 더 느끼고,

아무 생각 없이 걷는 시간을 늘렸다.


그랬더니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다.


제주에 도착한 첫날,

나는 아직 많은 걸 알지 못했다.


얼마나 걷게 될지,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그리고 이 여행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될지.


하지만 하나는 분명했다.


이 길은

내 속도로 걸어도 되는 길이라는 것


그래서 나는

조금 느린 걸음으로

첫날의 길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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