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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Oct 06. 2024

프리랜서 에디터가 되기로 한 이유

프리일지 1. 자격에 얽매이지 않기

▪️요즘 근황 : 다니던 직장을 프리랜서로 돌리고, 프리랜서 에디터(겸 마케터 겸 독립출판가)로 새 출발을 하고 있다

▪️글의 목적 : 직장인이 아니게 되니, 내가 지향하는 것과 비슷한 일과 삶을 경험한 사람들이 없는지 '레퍼런스'를 많이 찾게 된다. 그래서 내 경험과 고민도 누군가에게 레퍼런스가 되길 바라며 일지를 남긴다.



프리일지 1. 자격에 얽매이지 않기




01.

프리랜서, 

나도 할 수 있는 걸까?


사실 프리랜서가 된 건 좀 우연한 일이었다. 원래 다니던 직장을 퇴사하려다가 프리랜서로 업무를 지속하게 되었다. 그래서 늘 '반프리랜서'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이제 보니 그냥 프리랜서라고 말해도 될 것 같다. 무엇보다도 내가 프리랜서라는 일의 형태를 지향하고, 짧은 기간의 경험이지만 내 생활에 잘 맞았기 때문이다.


프리랜서라는 말은 좀 부끄럽고 낯 간지럽다. 일 없는 프리랜서는 백수가 아니냐, 아무도 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그런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엄밀히 말하면 일이 없진 않지만, 왠지 프리랜서는 여러 곳의 클라이언트와 계약을 만들고 "돈도 직장인일 때보다 많이 벌어요!"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해야 되는 건 아닐까 하는 허튼 생각이 들었다. 직장인이냐 프리랜서냐는 그냥 일의 형태에 관한 이야기일 뿐이다. 일의 형태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성공 여부나 버는 액수에 상관없이 누구나 프리랜서로 일하기를 선택할 수 있다. 직장인이 꼭 돈을 많이 벌지 않더라도 직장인인 것처럼, 프리랜서도 마찬가지인 것을.  


한편 이런 생각도 든다. 회사를 얼마나 다녀야 프리랜서로 독립할 수 있는 걸까? 나는 4년 차에 프리랜서가 되었다. 생각하기에 따라 너무나 적은 연차일 수도 있다. 어떤 성공한 프리랜서들이 10년 차 이상인 걸 보면 가슴이 조여오기도 한다. 회사를 더 다녀야 프리랜서가 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게 아닐까? 직장인이라면 당연히, 어떤 프로젝트를 주체적으로 끌고 나가기 위해 연차가 일정 수준 이상 쌓여야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회사에 가지 않고, 프리랜서가 되는 사람들도 있다. 혹은 프리랜서로 시작해 직장인과 프리랜서를 번갈아 오가는 사람들도 있다. 어느 쪽이든 일을 잘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그 사람들을 생각하면 용기가 난다. 아, 일을 잘하는 건 (당연하게도) 직장 경험, 연차 수와는 또 다른 문제구나.




02. 

자격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몇 개월이지만 독립을 하고 보니, 누구나 프리랜서로 시작할 땐 그냥 '초심자'가 될 것 같다. 직장에서든 어디서든 배우고, 수행한 일들이 당연히 프리랜서로 일할 때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프리랜서로 일을 잘하느냐 못하느냐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인 것이다. 이 일의 초점은 '스스로 일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나를 알리고, 일을 만들고, 기회를 구하고, 시간을 관리하는 일은 직장에서 몇 년을 보냈든, 전부 처음부터 알아가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일에 대한 자격을 부여받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힘든 것 같다. Certificate, 공채, 시험, 등단, 전문직에 대한 어떤 동경과 선망. 물론 공식적인 자격을 갖추는 게 플러스가 될 수도 있고, 그걸 위해 노력하는 과정은 멋있지만, 내가 하는 모든 일에 자격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특히 이제는 시대도 변했다. 이슬아가 나오고 등단을 하지 않아도 자기 판을 만들어 글을 쓰는 사람 역시 작가에 손색없다는 믿음이 생겼고, 기업의 공채 시스템은 기업 내부의 필요로 인해 사라져 간다. 어느 어느 조직의 공인 자격이 없어도 직업을 갖고, 만들고, 일하고, 인정받을 수 있다


이걸 두고 누군가는 퍼스널브랜딩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나는 내공이 중요해졌다고 생각한다. 내공은 명사가 아닌 동사에서 온다. 하고 싶은 그 행위 자체에 집중해서 일단 하는 사람이 승자다. 그리고 '잘' 하는 사람이 결국은 주목받는다. 이슬아의 독자 직거래 메일링 서비스는 기성 문단을 벗어난 자기 판 만들기이기도 하지만, 글쓰기 정면승부이기도 하다. 글을 잘 쓰면 선택받는 명사 탈피, 동사 위주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갑자기 하고 싶은 말을 우다다 해버렸지만, 요지는 프리랜서에 자격이 필요하지 않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어딘가에서 자격을 부여해주지 않아 프리랜서라고 말하기 망설이게 되지만, 자격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03. 

프리랜서라는

결심


그러니까 프리랜서가 되는 건 결심에 가까웠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나를 프리랜서로 말해도 되는지 의심하느라 시간을 보냈는데, 실제로 나는 프리랜서로서 일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일하려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프리랜서(요즘은 그 대신 '프리워커'라는 말이 더 맞을 수도 있겠으나)는 : 일하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만의 판을 만드는 것.


그동안 사이드 프로젝트로 여겨왔던 걸 전면에 내세우기로 했고, 거기서부터 내 판을 만들면서 일을 해나가고 싶다. 수익을 낸다는 측면에서 의뢰받고, 계약을 따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개인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나 스스로 더 믿어보려고 한다. 


내가 원하는 일을,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시간과 공간에서 할 수 있도록 해야지. 그건 그동안에도 지향하는 바였지만,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든지, '뭐든 원하는 대로만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뭐, 안 될 수도 있지만 내가 원하는 게 그거라면, 그걸 위해 노력해봐야 한다. 아무리 직장인으로 커리어를 쌓으려고 노력해도 원하는 일에 도달하지 못한다. 글을 쓰고 싶으면 글을 써야 한다. 프리랜서로 일하고 싶다면 프리랜서가 되어야 한다. 이 당연한 사실을 요즘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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