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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마발 Nov 20. 2022

여행 계획은 성공과 실패의 연속이다.

그냥 운전이 좋아서 18화 : 14 LAP

즉흥적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하는 우리지만 그래도 여행지가 정해지면 먹고 싶은 것과 꼭 가고 싶은 곳 정도는 정하곤 한다.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도 이것저것 리스트를 작성하고 여행을 떠났었다.

첫날 계획했던 배와 회는 성공적이었으며 즉흥적으로 정하고 간 새별오름은 성공적이었다. 이 기운을 이어가고자 실컷 자고 일어나 계획했던 접짝뼈국을 먹으러 가기 위해 차에 올랐다.


난 접짝뼈국이라는 음식이 존재하는지도 몰랐다. 그러다 ‘맛있는 녀석들’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먹는 것을 보게 되었고 지난봄에 제주도에서 처음 먹어봤었다. 함께 갔던 친구들도 맛있게 먹었기에 그 가게를 찾아보려 했지만 찍어둔 사진도 없었고, 기록이 없어 똑같은 가게를 찾지 못했다.

결국 한참을 인터넷을 뒤적이다 제주시에 유명하다는 식당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이호테우 해변에 잠시 들려 말등대 사진도 살짝 찍어주고 식당에 도착했더니 이미 재료 소진으로 인해 문을 닫아버렸다.


여길 안 갔으면 먹을 수 있었을까...?


당최 마음에 드는 식당을 찾을 수 없었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접짝뼈국을 파는 식당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하지만 그곳에서 먹은 접짝뼈국은 정말 최악이었다. 봄에 먹었던 접짝뼈국과는 비주얼도 너무 달라고, 고기는 질겼으며 김치만 맛있었다. 하지만 이미 시간이 오후였기에 한 끼도 먹지 못했던 우리는 맛없는 음식으로 꾸역꾸역 배를 채웠다.


진짜 별로였다.


둘째 날의 첫 계획은 실패했으니 두 번째 계획은 성공해야 했다. 여자친구가 전부터 제주도에서 가고 싶은 곳으로 꼽은 아르떼 뮤지엄으로 향했다. 제주도에서 워낙 유명한 박물관이라 규모도 크고 화려할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보니 아르떼 뮤지엄은 생각지 못한 곳에 위치해 있었고, 건물도 무슨 공장 건물같이 생겼었다. 내가 생각했던 화려한 전시회가 열리는 박물관의 이미지와 많이 달랐다.


외관 사진은 찍지 못해 구글링 했다. (출처:지역N문화)


미리 예약한 티켓으로 전시회장에 들어갔다. 어두운 전시회 내부를 다양한 그림들이 순서대로 벽과 기둥에 나타났다 사라졌다는 반복 했다. 내부는 많이 어두웠지만 화려한 색의 그림들이 내부를 환하게 밝혀주었다. 내부 공간도 넓어 이동도 수월했고 곳곳에 앉은 채로, 선 채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즐비했다.


대충 요런 미디어 아트들이 전시되어 있다.


모든 관람객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우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곳 아르떼 뮤지엄은 그냥 인스타그램 업로드를 위한 이쁜 사진을 찍는 곳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공간은 넓지만 볼거리가 엄청 많지도 않았다. 중간에 그림에 색칠해서 스캔하면 벽에 등장하는 체험코너가 있었는데 여기가 제일 재밌었던 것 같다.


제주에서 우리 광주FC의 2022 K리그2 우승을 축하했다.


한바탕 사진 찍기를 끝내니 우리의 둘째 날 계획이 모두 끝나버렸다. 하지만 아직 해가 지지도 않은 시간이었다. 어디를 갈까 고민을 하며 차를 타고 아무 데나 달리던 중에 어마어마한 갈대밭이 펼쳐져 있는 공터를 발견했다. 잠깐 지나쳐버렸다가 다시 차를 돌려 공터에 주차를 했다.

공터에는 몇 대의 차들이 세워져 있었고, 사람들이 캠핑을 즐기고 있었다. 제일 끝쪽으로 가니 빽빽하게 솟아있는 갈대밭이 펼쳐져 있었다. 이곳에서 캠핑을 하면 참 힐링이 되겠다 싶었다. 잠시 갈대밭에서 사진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너무 아름다웠다.


우연히 지나친 곳에서 이런 멋진 곳을 보게 되니 기분이 좋았다. 다소 실망스러웠던 아르떼 뮤지엄은 이미 기억이 저편으로 사라져 있었다.


한참 풍경을 즐긴 우리는 협재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그래도 제주도에 왔으니 바다를 좀 더 보고자 하는 마음에 간 협재 해수욕장에서 전기 스쿠터 대여소를 발견했다. 이번에도 우리의 즉흥여행이 발동되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스쿠터 가게 사장님의 관광코스를 한참 설명 들었지만 모두 무시하고 우리의 목적지인 신창리 풍차 해안도로로 향했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던 시간이었다. 너무 어두워지면 스쿠터의 얕은 불빛으로는 위험할 수 있었기에 빠르게 가 노을을 보고 돌아오기로 했다.


전기 스쿠터는 잘 달린다.
해와 달이 함께 있다.


성인 둘이 탔지만 전기 스쿠터는 빠른 속도로 달렸다. 지나다니는 차도 많지 않아 위험한 상황도 없었고, 길도 어렵지 않아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다행히 해가 다 지기 전에 풍차 해안도로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저물어가는 해와 떠오르는 달, 바다 위에 우뚝 서 있는 풍차를 보고 더 늦기 전에 협재 해수욕장으로 돌아갔다. 이제 저녁을 먹을 때가 왔다.


협재의 밤. 야자수가 있으니 외국에 온 것 같다.


제주도에 가니 흑돼지를 먹자고 이야기만 했지 식당이 워낙 많아서 식당은 정하지 못했었다. 전 날 회를 사고 돌아오는 길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식당이 있어 보니 도민상회라는 유명한 흑돼지 집의 본점이 있었다. 숙소와도 멀지 않은 거리라 숙소에 차를 두고 택시를 타거나 해서 온다면 술도 마실 수 있는 거리였다. 우리의 흑돼지는 이곳에서 먹기로 했다.


얼떨결에 맛집의 본점에서 저녁을 먹게 되었다.


해가 다 지고서야 숙소에 돌아와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택시를 부르기 위해 이곳저곳을 수소문했다. 서울에서는 잘만 먹히던 카카오 택시는 안 될 거라 생각은 했지만 역시나 소용이 없었고, 몇 군데의 콜택시 업체에 전화해 겨우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

미리 어플을 통해 웨이팅을 걸어두어 많이 기다리지 않고 식당에 들어갈 수 있었다. 금세 한상이 차려졌고, 고기도 모두 직원분들이 구워주시니 편하게 먹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제주도 흑돼지는 비싸지만 항상 맛있는 녀석이다. 기분 좋게 술을 마시고 참 마음에 드는 숙소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아름다운 한상이다.


둘째 날 여행은 계획과 무계획의 연속이었다. 오히려 계획한 것보다 계획하지 않고 간 곳들이 더 많았고, 더 즐거웠던 것 같다. 내 MBTI의 마지막은 J지만 P였던 제주도의 이틀째였다.


계획과 무계획에는 정답이 없으니 그 둘을 적절히 섞어가면 더 즐거운 여행이, 재밌는 인생이 될 것 같다.


또 오고 싶은 숙소에서 마지막 밤을 기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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