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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마발 Apr 01. 2023

브라보, 멋지다 광주FC!

그깟 공놀이:직장인은 축구를 얼마나 볼 수 있을까? 3화

벌써 리그 4라운드다. 곳곳에 꽃이 펴 봄 느낌이 물씬 풍기던 날,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홈경기가 열리는 광주축구전용구장으로 향했다. 오후 두 시에 열리는 경기였고, 기온이 낮지 않을 거란 걸 확인했지만 지난 전북 원정에서 겪은 악몽과도 같았던 추위는 광주로 가는 내 짐을 하나 더 늘려주었다.


경기가 토요일 이른 시간에 열리는 경기는 생각보다 일정이 타이트하다.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열리는 경기라면 부담이 덜하겠지만 홈경기가 광주다 보니 자칫 늦장을 부리면 경기시간에 너무 늦거나 주차하기가 버거울 수 있다. 근처 스타벅스에서 커피까지 사고 본격적으로 출발하니 8시 무렵이었다.


나름 이른 시간 출발이었지만 길은 생각보다 많이 막혔다. 우리 집에서 광주를 가기 위해서는 주로 서부간선도로->서해안고속도로 이 두 도로를 통과하는데 서부간선은 지하차도가 생기면서 다니기 편해졌지만 서해안고속도로는 항상 교통체증이 있는 곳이라 이젠 그런가 보다 하면서도 심각하게 막히는 날이면 반자율주행 같은 옵션이 없는 내 차로는 운전을 참 좋아하는 나도 쉽지 않은 건 사실이다.


매 주말마다 장거리 뛰느라 고생하는 나의 애마.


그래도 서해대교를 지나고부터는 길이 막히지 않아 한시쯤 경기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늘도 개막전처럼 관중이 많을까 싶어 예매 사이트를 확인해 봤는데 예매 가능한 자리가 참 많이도 남아 있었다. 아무래도 많은 관중이 왔던 홈개막전에서의 패배 때문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만큼 2연패에 빠져있는 광주에게 이 날 경기에서 승리를 가져오는 것이 중요했다.


경기장 곳곳에도 꽃이 피었다. 노란색으로 뒤덮인 경기장을 보고 있으니 봄 한정이지만 경기장 주변으로 노란 꽃이 피어있다면 꽃놀이 명소도 되고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벚꽃도 있고, 개나리 같은 노란 꽃들이 가득하다면 K리그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경기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행복한 상상을 해보았다.


내가 마킹하고 나니 경기에 못 나오는 아론...


인천의 원정팬들은 원정석을 가득 매웠다. 우리 경기장의 원정석은 작은 편이지만 가득 채운 원정팬들은 꽤나 부담스러운 존재다. 경기가 시작되니 그 부담이 더욱 피부로 느껴졌다. 분명 우리의 홈경기임에도 인천 팬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지난 시즌 4위를 차지한 인천은 올 시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도 출전하고, 창단 20주년까지 겹치며 좋은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스쿼드의 네임벨류만 본다면 광주의 열세가 유력한 경기였다. 여기에 열정적인 원정팬들의 응원까지 겹치니 승리가 간절한 이번 경기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 후에는 원정석이 가득 찰 정도로 많이 찾아온 인천의 원정팬들.


하지만 내 걱정은 기우였다. 전반 10분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아사니의 첫 골을 시작으로 시종일관 인천을 몰아붙이는 경기를 보여주였다. 이 날의 환상적인 광주의 경기력은 엄지성과 이희균의 득점 그리고 아사니의 해트트릭이 터지면서 5:0이라는 대승으로 빛을 발했다.

FC서울과의 경기 후 이정효 감독님의 인터뷰로 인해 광주는 꽤나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후 전북전에서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었지만 패배하면서 경기력만 좋아서는 안 된다는 비판도 있었고, 뚝심 있게 자신의 축구를 선보일 것이라는 감독님의 인터뷰는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이정효 감독님의 축구, 우리 광주의 축구는 내용을 포함해 결과로 증명해 보일 수 있었다.


날이 참 맑았다.
김경민은 페널티킥도 선방했다.
감독님께 안기는 세리머니를 펼친 이희균.
감독님, 종신입니다.
다음에는 인천에서 만나요.

이 날은 약 2700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지난 경기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수치였지만 5:0 대승을 본 관중들이니 다음 경기에도 찾아오지 않을까 싶었다. 경기가 끝나고 역시나 광주의 대승은 각종 매체에서 화제였다. 심지어 지상파 3사의 스포츠 뉴스에서 광주의 승리와 아사니의 해트트릭을 다뤄주었다. 많은 사람들은 광주의 경기력에 감탄했다. 축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던 여자친구도 골이 들어갈 때마다 함께 환호성을 질렀고, 점점 더 경기에 몰입해 갔다. 분명 다음 경기에는 더 많은 관중들이 광주를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아올 것 같다.


오랜만에 본가에 가서 저녁을 먹는데 목이 조금 아팠다. 아마 많은 골이 들어가서 소리를 지르느라 그랬던 것 같다. 주변에서도 뉴스를 본 사람들이 광주의 대승을 많이들 알고 있었다. 오랜만에 광주팬이라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광주팬이라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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