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다른 내가 불편한가요?
캣콜링 Catcalling
남성이 길거리를 지나가는 불특정 여성을 향해 휘파람 소리를 내거나 성희롱적인 발언을 하는 행위를 뜻한다.
시사상식사전
캣콜링은 해외여행을 하면서 자주 겪게 되는 성희롱이다. 주로 여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것도 화가나지만 인종차별까지 같이하는 캣콜링은 최악이다. 나는 스페인 여행을 할 때 처음 캣콜링을 당했는데 그때는 캣콜링이라는 단어도 몰랐고 여행을 하던 중이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에서 지내면서 캣콜링은 온갖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는 스트레스가 되었다.
색이나 디자인이 조금 화려한 옷을 입거나 힐을 신은 날이면 나를 위아래로 훑는 기분 나쁜 시선을 받는 건 기본이고 휘파람 소리까지 듣게 된다. 운이 나쁘다면 성희롱하는 제스처까지도 볼 수 있다. 내가 생각했을 때에는 전혀 화려하지 않은 차림인데도 그들이 갖춰 입었다 생각되는 옷이라면 훑어보기와 휘파람 세트를 꼭 실행했다. 한국에서 회사 다닐 때 입었던 무채색 원피스에 에스파드류 힐을 신고도 캣콜링을 당한 이후로 한국에서 입던 옷들은 모두 옷장에서 나오지 못했다.
"한국에서는 거리를 다닐 때 너무 마음이 편했어. 바르셀로나에서는 매일 밖에 나가기 전에 심호흡을 해야 해." 한국에서 2년 동안 어학연수 경험이 있는 바르셀로나 친구가 나에게 해준 이야기였다. 바르셀로나에서 나고 자란 그녀도 그런 성희롱 때문에 밖에 나가기가 두렵다고 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등 유러피안인 회사 사람들도 조금만 차려입어도 듣게 되는 캣콜링 때문에 나처럼 예전에 입던 옷들을 전혀 입지 못한다고 했다.
유러피안 친구들도 나와 같은 경험을 갖고 있긴 했지만 나는 아시안이라 눈에 더 띄어서 그런지 그들보다 캣콜링을 받는 횟수가 더 많았다. 여기에 더해서 내가 추가로 듣게 되는 캣콜링이 있었는데 바로 '치나 China ´이다. 스페인어로 중국 혹은 중국 여자를 의미하는데 눈이 찢어진 사람과 하층민을 가리키는 단어이기도 하다. 캣콜링에 인종차별이 추가된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나 할까? 초반에는 두려운 마음에 거리에 나가는 것도 꺼려졌는데 인사처럼 거의 매일 듣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익숙해져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내공까지 생겼다.
바르셀로나에서 지내는 시간 동안 캣콜링을 당하면서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100m 거리에서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묘사하고 싶지는 않지만 인도, 파키스탄 같은 아랍계 사람들, 라틴 아메리카 사람들 그리고 공사장 인부, 청소부, 노숙자 같은 노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당해왔다. 더 화가 나는 건 꼭 여자 혼자 있을 때에만 이런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남자든 여자든 한 명이 더 있다면 겁먹고 하지 못할 행동을 이 사람들은 치사하게 혼자 있는 약자들을 골라서 한다.
출퇴근하고 산책하면서 거리에서 사람들의 스페인어를 듣고 싶었던 나는 캣콜링을 피하기 위해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큰 소리로 들어야 했다. 과하게 요란하지도 않았고 노출도 없었지만 내가 좋아했던 옷들은 모두 옷장에 처박히게 되었다. 멀리서 캣콜링을 할 것 같은 사람이 보이면 두려운 마음에 급하게 길을 건너거나 다른 길로 들어섰다. 한참을 돌아가도 불쾌함을 피할 수 있다면 상관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알고 있는 온갖 스페인어 영어로 욕하면서 싸우고 싶었지만 항상 혼자였던 나는 이렇게 대처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때에는 그런 의미 없는 말들을 무시해버리고 말았지만 그 순간의 모욕감은 꽤 오래갔다. 그들은 변화할 생각도 없는데 나 혼자 피하기 위해 이런저런 요령들을 만들고 있는 게 화가 났다.
지금은 한국에서 있어 이런 일을 겪을 일이 전혀 없다. 하지만 내가 너무나도 사랑했던 바르셀로나의 산책 시간을 망쳐버렸던 그 사람들은 여전히 밉고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을 제대로 혼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해외여행을 하시면서 캣콜링을 당해서 기분 나빴던 경험 혹은 쿨하게 대처하셨던 경험이 있다면 댓글에 남겨주세요. 공감하고 같이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
당신과 다른 내가 불편한가요?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은 쉽게 믿고 존중하는 반면, 다른 사람은 잠시도 견디지 못하고 함부로 판단하고 무시한다. 남의 인생에 참견하기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인사말과 함께 훈수를 둔다. 아시아 어느 나라에서 온 외국인이 하찮다고 생각하는 유럽 사람들은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서 읽었을 법한 선입견들로 농담을 던진다.
한국에서는 남들과 조금 다르게 산다는 이유로, 스페인에서는 남들과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로 마음을 여러 번 다쳤지만 여전히 대처법은 모르겠다.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게 애매하기도 하고 나 혼자 속상한 마음을 달래면 상황은 곧 종료되기 때문에 맞설 의욕을 잃었다. 사실 언젠가부터는 이런 대우를 받는 게 익숙해져 나에게 무례한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 것도 같다.
그때는 아무 말 하지 못했던 내가 한참이 지난 뒤에야 블로그에 이야기하는 이유는 아팠던 마음을 이제는 정리하고 싶기 때문이다. 내 글을 읽고 한 분이라도 그 상황에 대해 생각해 본다면 단단하게 박혀있던 아픈 감정이 풀어질 것 같다. 그렇게 위로받고 싶어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