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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붕붕 Oct 01. 2021

해발 5276m를 오르다-준비

쓰꾸냥산四姑娘山 등정기

중국 여행 버킷리스트 1위, 쓰꾸냥산四姑娘山

중국 거주 이후 여러 달이 지나가고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중국어가 향상되었을 무렵, 조금씩 중국어를 읽을 수 있게 되면서 관심사는 자연스레 중국 국내 여행으로 향했다.


알고 보니 중국에는 베이징의 만리장성과 자금성만 있는 게 아니라 대륙의 거대한 면적에 비례하는 수많은 자연환경과 문화유산들이 있었다. 특히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사막, 설산, 지질 활동으로 생긴 다양한 산의 모습 등에 마음이 끌렸고,  시간이 생길 때마다 한 군데씩 가기 시작했다.


처음엔 장가계, 계림, 황산과 같은 유명 여행지부터 시작하여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운남성, 귀주성, 간쑤성 실크로드, 동북3성, 쓰촨성 등 점차 다양한 지역으로 넓혀갔다. 다오청 야딩稻城亚丁에서는 ‘진짜 샹그릴라’ 다운 모습을 보았고, 메리설산 트래킹(위뻥촌雨崩村)에서는 해발 3000미터-4000미터를 넘나들며 고산지역 트래킹의 진수를 맛보았고, 바단지린 사막巴丹吉林沙漠에서는 이틀 꼬박 사구를 지프차로 넘나드는 바람에 장염에 시달리기도 했다.


중국 친구들이 ‘보통의 중국인들보다 중국 여행을 더 많이 다녔어’라고 할 정도로 열심히 여행을 다녔지만 아직까지 못 간 곳이 있었으니, 중국에 온 뒤로 지금까지 줄곧 여행 버킷리스트 맨 처음에 위치하고 있는  ‘쓰꾸냥산四姑娘山’이다.

출처: 바이두 검색

四姑娘山, 우리 말로는 ‘사고양산’, 꾸냥姑娘이 처녀란 뜻이니 즉 ‘네 명의 처녀’란 뜻이다. 이름처럼 네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는 이 산은 쓰촨성四川省 아바티베트족장족자치구阿坝藏族羌族自治州에 위치하고 있으며, 중국의 여러 설산 중 입문자 등반용 설산으로 통한다. 네 개의 봉우리 중 대봉大峰(5025m), 이봉二峰(5276m)은 일반인 등반이 가능하다.


네 개 봉우리의 높이. 이 중 왼쪽 두 개 봉은 전문산악인만 등반 가능하다.(출처: 바이두 검색)

물론 봉우리에 오르지 않고 안에 있는 세 군데의 풍경구(쌍교구双桥沟, 장평구长坪沟, 해자구海子沟)를 가볍게 트래킹 하며 야생화와 풍경을 즐긴 뒤 내려와도 된다. 하지만 나의 목표는 줄곧 설산 등반이었기에 정보 검색 차 네이버에서 찾아보았지만 가벼운 트래킹 후기만 있을 뿐 등반 후기는 찾기 어려웠다.


여행사 검색 및 투어 등록

외국인이기에 어쩔 수 없는 상대적인 정보 부족, 해발 4200m 캠프에서의 야영, 고산병이 닥쳤을 때의 처치, 각종 위험 상황이 언제든지 생길 수 있는 고산에서의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혼자 가기엔 위험 부담이 너무 컸다. 그래서 이번에도 어쩔 수 없이 여행사를 이용하기로 결정하였다. 작은 여행사보다는 여러 설산 투어를 운영하고 규모도 비교적 큰 여행사를 골라 조심스레 문의를 넣었다.


작년에도 두 군데의 여행사에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쓰꾸냥산 투어를 거부당한 적이 있던지라(코로나 발생 이후, 중국 내에서 장기 거주함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라고 하면 무조건 거절하는 경우가 늘고 있으며, 특히 쓰촨성이 심한 편) 이번에도 큰 기대를 내려놓고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의 마음으로 답변을 기다렸다. 결국 여행사에서 서류만 제대로 갖추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고, 요구받은 서류(신분증, 거주 확인서)를 제출한 뒤에야 투어에 등록할 수 있었다.


비용 및 준비

이봉二峰(5276m)을 오르는 5박 6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본 투어의 참가비는 평소에는 3980元(약 73만원)지만 이번같이 국경절, 노동절 등 극성수기 연휴에 가게 되면 가격은 4980元(약 92만원)으로 훨씬 비싸진다. 만국 공통 성수기 가격 상승은 어쩔 수 없는 일. 여기에 청두행 왕복 교통편까지 각자 부담해야 할 몫이다.


투어 참가 비용에는 숙박, 조식 및 석식, 가이드 및 보험료가 포함되어 있으며, 산에서 먹어야 할 중식  준비 및 기타 장비 대여는 개인 부담이다.

(대여 가능한 장비: 침낭, 스틱, 아이젠, 헤드라이트)


처음 도전하는 설산이기에 날씨를 예측할 수 없어 의류 준비가 가장 힘들었다. 가이드는 여름부터 겨울 옷까지 모두 필요할 거라 안내했고, 타오바오 장바구니는 점점 온갖 물건으로 가득 채워졌다. 팀원들은 참가비보다 장비 준비 비용이 더 든다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투덜대기도 했고, 나 역시 마찬가지로 평소에 사용하지 않던 동계 장비를 준비하려니 출혈이 꽤 컸다. 가이드가 준 리스트를 바탕으로 각종 등산 커뮤니티 검색 후 필요한 준비물 리스트를 만들어 짐을 차곡차곡 꾸렸다.

짐 꾸리는 중. 검정색의 향연을 보는 듯 하다.

첫째 날 저녁 쓰촨성 청두成都의 한 호텔에 집합하여 가이드와 팀원들을 만나고 여행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주의점, 장비 점검 등을 한 뒤, 다음날부터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된다.

출발!

쓰꾸냥산四姑娘山에서 보내는 2021년 국경절 연휴. 부디 고산병 없이 정상에서 태극기와 함께 사진 찍고 돌아올 수 있길 바라며, 설레는 마음을 안고 청두成都로 출발!



*여행기간: 2021.10.1-10.6 (5박 6일)

*고산병: 예전 야딩 및 위뻥촌 여행 시 해발 4000m에서 가벼운 두통만 앓았습니다만, 해발 5000m에서는 어떨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현재 중국 내 여행은 출발, 도착지가 고위험지역이 아니라면 자유로운 편이나, 간혹 외국인을 거부하는 숙소나 관광지가 있으므로 사전 확인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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