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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크나인 Feb 08. 2021

나는 왜 결혼을 했을까?

1+1=1을 위하여

결혼은 '1+1=1'이 되려는 몸부림이다.


결혼은 남녀 두 사람이 만나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이다. 산수처럼 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 같은 풀이를 해도 상황에 따라 일정한 답이 도출되지도 않는다. 오늘 1이 되었다가도 다음날 2가 되어버리는 복잡 미묘한 계산이 바로 결혼이다.


1이 되기 위해 서로 반씩 양보해 0.5가 되어 1을 만든다면 금상첨화다. 이러면 다툴 일이 없겠지만 인생에서 결혼은 정확히 반을 나눠 1이 되는 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의견 차이가 발생하면 내가 좀 더 인심 써 0.3을 만들어야 하고, 내가 굽히지 못하고 0.7을 넘어설 때 상대방의 양보와 배려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야 원만한 가정, 화목한 가정의 모양새가 갖춰진다. 변수는 그날그날의 컨디션에 각자만의 감정이 더해지고 시댁, 처가를 비롯한 각자의 원래 가족과 둘 사이에서 탄생한 새로운 가족이다. 이때가 첫 만남부터 둘 사이를 끈끈하게 연결시켜준 '사랑'이라는 양념이 제 역할을 할 순간이다.


인디밴드 언니네 이발관의 보컬 이석원 씨는 그의 첫 번째 저서 '보통의 존재'에서 '결혼은 사랑과 결코 동의어가 될 수 없는 두 글자'라고 말했다.


이해는 되지만 선뜻 수긍이 되진 않는다. 함께 살아가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은 연애할 때보다 점점 뒷순위로 밀리는 것은 맞다. 그러나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사라져서도 안된다. 적절한 순간 짠~ 하고 나타나 비율을 맞춰주는 중요한 두 글자다.


나는 연애시절 아내와 떨어지고 싶지 않아 결혼을 했다. 자기의 주장을 거리낌 없이 펼치는 그의 당당함에 매료됐다. 때로는 형처럼(나보다 4살이나 어리지만) 토닥여주고 때로는 미취학 아동처럼 귀여움이 터지고, 때론 김태희보다 더욱 예쁘게 변신하는 그녀의 팔색조 매력이 내 마음을 끓게 했다. 함께 있고 싶었고 다행스럽게도 결혼에 골인할 수 있었다.


결혼을 하고 보니 연애 때 돋보이던 것들이 오히려 눈엣가시였던 적도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 자기주장을 밝히는 모습이 싸움닭처럼 보였고 나를 동생처럼 이끌어가려 하고, 불리할 땐 어린 행동을 하는 것이 고깝게 보였다.


같은 행동을 해도 내가 처한 상황, 나의 심리상태에 따라 다르게 해석됐다. 희한했다.

그러다 결혼한 지 4년이 지나고서야 결론을 찾을 수 있었고 이때부터 마음의 평화를 찾아가게 됐다.


결론은, 모든 것은 나에게서 나온다는 거다.

물론 지금도 배워가고 적응해가고 있는 중이다. 상대가 0.8이 되면 내가 0.2가 되면 되고 심하게 몰아붙여 1이 되려 하면 합이 1이 되기 위해 내가 제로가 되면 된다.


부부싸움의 가장 큰 원인은 보상심리다. 내가 이 정도나 했는데 너는 겨우 이 정도밖에 안 해?라는 마음이다. 우리 집엔 요만큼 해주고 자기 집에는 이~만큼 해주는 게 불편한 거다. 기브 앤 테이크로 접근하면 싸울 수밖에.


'국민 사랑꾼'으로 통하는 가수 션은 결혼한 지 16년 동안 부부싸움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한 방송에서 진행자에게 “정말 부부싸움을 하지 않나요?”라는 질문을 받자 “부부싸움을 왜 하죠?”라고 반문할 정도였다. 그는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밝혔음에도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을 때는 아내의 말을 100% 따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내의 말은 무조건 옳다”고 했다. 부부싸움을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 수 없다.


부부싸움을 막는 또 하나의 비법은 지나간 일에 대해 결코 논하지 않는 것이다. 일은 이미 벌어졌는데, 벌어진 일을 다시 돌릴 수도 없는데 네 탓 내 탓하게 되면 이는 결국 싸움으로 가는 지름길밖에 안된다. 되돌릴 수 있다면 서로 탓하기 전에 빨리 조치하고, 바꿀 수 없다면 대안을 찾아 움직여야 한다. 직후 이야기하면 갈등의 불씨가 되지만 추후 말하면 즐거운 추억이 된다.


나는 결혼을 통해 인생의 든든한 동반자를 얻었다.

아내가 해맑게 웃으며 “오빠~”하고 부를 땐 흐뭇한 미소가 입가에서 떠나질 않는다.


나는 더욱 행복해지기 위해 결혼했고, 제로가 될 준비가 항상 되어 있다.


해가 저물면 둘이 나란히
지친 몸을 서로에 기대며
그 날의 일과 주변 일들을
얘기하다 조용히 잠들고 싶어.

                                                                                                                       - 신해철의 '일상으로의 초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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