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길강아지가 안내하는 해돋이.

새벽 냉기에 맞서 잠든 온기가 깨지 않게

조심히 옮기던 발걸음

길 강아지 앞에서 멈춘다


따라오란 꼬리 짓에 해돋이 포기하고 따라간 길의 끝은

강아지가 해를 만나는 비밀 장소


아기 해가 불을 켜고 있다

엄마 해가 보랏빛으로 세상을 비춘다



잠든 온기가 깨지 않게 조심히 발걸음을 옮기던 늦은 밤과 이른 새벽의 사이, 일출 보러 가는 길을 적당히 큰 강아지가 막는다. 어둠이 아직 짙게 깔려 강아지의 첫인사가 조금 무서웠지만 친근하게 꼬리를 흔들며 다가와 곧 안심되었다. 격식 있는 첫인사가 끝나자 강아지는 저 멀리 뛰어가더니 뒤를 돌아보며 꼬리를 힘차게 흔들었다. 따라오라는 신호 같았다. 꽤 당황스러웠다. 게다가 강아지가 뛰어간 쪽은 일출 장소의 반대편이었다.


‘미안해 이따가 같이 놀자’.


걸음을 돌릴려는데 강아지가 다가와 앞을 맴돌며 재촉한다. 귀여운 몸짓에 결국 해돋이는 내일로 미루고 얌전히 따라갔다. 어디로 데려가는 것인지 꽤나 먼 길을 걸어 등에 열이 조금씩 날 무렵, 숨을 고르며 올라간 언덕에는 믿기지 않을 풍경이 펼쳐졌다. 한눈에 들어오는 마을과 불을 켜기 시작한 열기구들이 번쩍이고 있었다. 해가 뜨기 전의 분홍빛이 마을을 먼저 비추고 열기구들은 하나씩 오르기 시작했다. 이윽고 분홍빛 마을은 주황빛이 되어 열기구와 함께 마을을 바라보았다. 풍경이 아름다움을 넘어서 감동이 몰려올 정도였다.


믿을 수 없게 강아지가 일출 장소를 안내해 준 것이었다. 안내받은 비밀 장소의 반대편에는 원래 가려던 일출 장소가 보였는데 해가 뜨는 방향과 반대였고 멀리서 봐도 사람이 많아 보였다. 어제 일몰 때 경험했지만 사람이 많아 경치를 온전히 즐기기 어려웠을 것이며 사진 촬영 또한 험난할 것이 분명했다. 아무도 없는 이곳은 진정 일출의 명소였던 것이다.


그날 저녁, 머물던 동굴 숙소에 새로운 외국인이 들어왔고 그녀도 일출 구경을 계획하고 있었다. 나는 강아지가 안내했던 새로운 장소를 제안했고 흥미가 있는지 받아들였다. 다음 날 똑같은 시각, 강아지를 찾기 위해 조그맣게 기척을 내며 어제의 언덕 쪽으로 이동했다. 다행스럽게 얼마 걷지 않아 강아지를 발견했다. 이산가족을 만난 듯 반가워 마구 쓰다듬고 안내하는 길을 다시 따라갔다. 다시 봐도 신기했다. 외국 친구는 처음 본 풍경에 놀라움을 연신 쏟아낸다.


다시 생각해도 정말 신기하고 영특한 강아지다. 해돋이 보러 가는 마음을 어떻게 알았을까. 사랑스러운 친구야. 정말 고맙다. 다시 만나고 싶어.







작가의 이전글 바라는 대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