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피자의 본고장.

노릇한 도우에 고운 토마토소스

위에는 바질이 까꿍

담백한 향과 쫄깃한 식감이 퍼져


줄 서있는 저 사람들을 보라

진열된 상장에서 묻어나는 품격

천년의 화구에서 흐르는 피자의 맛


역시 피자는 파파존스



’나폴리 피자, 나폴리탄 스파게티‘

음식 앞에 붙은 지역명으로부터 유구한 역사와 뿌리 깊은 원조의 맛이 느껴진다. 아침 햇살이 밝기도 전이지만 나폴리 피자를 먹을 생각에 피자집부터 찾아본다. 짐을 놓기 위해 도착한 호텔에 마침 나폴리 피자집의 정보가 있었다. 나폴리에서 가장 유래가 깊고 사람이 많다는 피자집으로 오픈 시간에 맞춰 향했다.


일찍 도착했음에도 가게는 손님으로 붐볐다. 마침 남은 자리는 동석을 해야 앉을 수 있는 딱 한 자리. 옆 사람과 인사를 나누고 피자를 함께 주문한다. 기다리는 동안 가게를 둘러보았다. 도우를 만드는 사람, 토핑을 올리는 사람, 화구에서 피자를 넣고 빼는 사람 등등 명확한 분업에서 전통과 경력이 느껴진다. 테이블과 인테리어는 허름했으나 벽에 붙은 읽지 못할 상장과 증명서들이 이들의 명성을 실감케 했다. 이보다 더 허름한 화구는 장인의 향을 풍긴다.


화덕에서 갓 나온 나폴리 피자를 영접한다. 토핑은 토마토소스 위에 깔린 몇 가지 향신료와 바질 조금이 전부로 보인다. 나폴리에서 먹는 나폴리 피자라니 복합적이고 감격스러운 심정과 상반되게 외형은 꽤나 단순하다. 무슨 맛일까 한 입 베어 무니 피자 속 토마토와 치즈가 깊게 스며 들어온다. 쫄깃한 식감이 굉장히 고소하다. 피자를 먹으며 토핑보다 도우가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은 처음이었다. 원래 도우라 함은 한 조각이라도 대충 뜯어먹다가 배가 부르면 버리기까지 하는 하찮은 존재가 아니었던가. 치즈크러스트라는 가치를 부여해야만 비로소 전부 먹을 수 있는 것이 도우라고 천대해 왔으나 나폴리의 도우는 달랐다. 정말 쫄깃하고 오히려 도우 쪽을 더 먼저 먹고 싶을 정도였다.


나폴리의 맛을 한껏 즐기고 나니 어느새 빈 그릇만 남아있다. 역시 본토의 맛은 실망시킨 적이 없다. 밖에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지 않았다면 한 판을 더 주문했을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도 이 맛을 함께 즐겨야 하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을 두고 자리에 일어난다. 가장 먼저 피자를 해치우고 나가는 모습에 대기하는 사람들의 눈빛이 우호적이다. 눈을 마주치는 이들에게는 굳게 끄덕 거리는 신호로 피자의 맛을 설명한다. 그들은 내가 한국인인지 알 수 없었겠지만 한국인의 빨리빨리를 보여준 것 같아 혼자 뿌듯하다.


숙소에 돌아와 피자의 맛을 곱씹었다. 도우의 쫄깃함은 인생 최고의 맛이었다. 하지만 자극적인 한국의 치즈 피자가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피자의 양이 부족했거나 프랜차이즈의 맛에 길들여졌나 보다. 한국에 돌아가면 토핑을 가득 쌓아 올린 상업성 가득한 피자를 먹으련다.





작가의 이전글 빨간 스포츠카, 파란 카리브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