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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결 Nov 09. 2020

내 나이 마흔, 통장에 100원도 없다

나이 마흔. 통장에 100원도 없다. 나는 미친년이다.

마흔이지만 통장에 100원도 없다.

미친년. 나는 미친년이다.   

  

80년생. 올해 나이 41살. 만으로 40살.

올해부터 만 나이로 한다.

40이나 41나. 똑같은 거 아니야?

심적으로 마흔과 마흔 하나는 갭이 크다.

나처럼 통장에 100원도 없는 사람에게는.


그러니까 정직하게 말하면,

우리나라 나이로 마흔한 살이다.

마흔이라고 하면

조금이나마 내게 위안이 된 달까?

그래도 아직 마흔이니까?

한심하기 짝이 없다.     


20대의 내가 그린 40대의 나는 이랬다.

안정적인 직장, 직장에 한자리하고 앉아서

꼰대 소리를 듣기 시작했을 것이다.

토끼 같은 자식과

(*애는 둘 정도? 아들 하나 딸 하나)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남편.

(*세상에 그런 남편은 없다지만 로망)

청약에 진즉 당첨돼 대출금을 갚고 있지만

어엿한 인 서울에 내 아파트도 있다.

아이들의 장래와 우리 부부의 노후를 위해

저축도 매달 200씩 하고 있을 거고.

마흔이 되기 전, 그러니까 20대 때

나는 나의 마흔을 이렇게 그렸다.


일단 내가 금수저가 아니고.

남편이 금수저? 그것도 확률이 희박하고.

욕심 안 부리고 지극히 평범한 마흔의 삶을

나는 이럴 거라 생각했다.

아 물론 친구들 중엔 20대에 결혼해서

저렇게 잘 살고 있는 애들도 있다.

(*얼마 전 크게 돈 번, 화려한 마흔을 보내고 있는

내 절친 얘기는 뒤에 하겠다)     


나이 마흔에 싱글이라면?

골드미스라고 하지 않았던가?

안정적인 직장. 이건 똑같다.

회사의 중진으로 한 자리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아 물론 인 서울에 내 아파트도 있다.

내 취향이 한껏 반영된 마이 하우스.

난 깔끔한 걸 좋아하니

화이트 톤에 모던 스타일.

심플한 살림에 센스가 묻어나는 가구들.

차는 벤츠 c220 정도 몰겠지.

포르셰니 페라리니 넘 사치스럽잖아.

퇴근길엔 집 근처 스포츠센터에 들러

요가를 하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푼다.

키 165에 50kg.

늘씬함을 유지하는 내 비결이다.


매달 천만 원 이상의 월급이 들어올 테니

노후를 위해 월 500씩 저축하고.

남은 500으로 쓸 거 쓰는 풍족한 삶.

집에 매달 100씩 드려야지. 난 효녀니까.

마이 아파트를 제외하고,

통장에 5억은 들어있겠지.

딸린 식구가 있어, 빚이 있어.

족족 저금해서 5억 만들어놔야지.  

  

그래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20대에 생각한 나의 마흔이다.    


미친년. 나는 미친년이다.    

현재 2020년 11월 9일.

내 나이 마흔.     

아직 싱글이다.

남친? 없다.

운동? 그게 뭐예요?

몸무게? 하.......

차? 벤츠 같은 소리 하네.

아파트? 엄마 집에 방 한 칸 얻어 산다.

5억? 으휴 미친년. 통장에 100원도 없다.

저축 말이다 저축.

여태 100원도 저축하지 않았다.

아 물론 청약통장이 있다.

2년 전만 해도 그 통장 안에 천만 원이,

무려 천만 원이 들어있었다.

근데 다 빼서 썼다.

예금 담보 대출로 말이다.

내 돈 내가 대출받는데 뭐? 라며

당당하게 다 빼서 썼다.    


나는 백수는 아니다.

25살부터 마흔이 된 지금까지

쭉 열심히 일했다.


나는 방송작가다.

방송작가 17년 차.

이쯤에서 깜짝 놀란 분들도 있겠다.

방송작가 돈 잘 번다던데?

어떻게 통장에 100원도 없어?

(*친구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물어본다.

에이 그래도 좀 모았지? 얼마나 모았어?

없다 친구야 모은 돈이 없어.

몇 번을 답해야 믿어주겠니? 없다고 없어!)


보이스피싱이라도 당했나?

사기당한 거 아니야?

주식으로 날렸나?

노놉! 그런 일은 1도 없었다.

열심히 쭉 일했고,

돈도 벌었지만 모아놓은 돈이 없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

나이 마흔에 결혼도 안 했고,

내 집도 없고, 남친도 없고, 돈도 없다.

이런 마흔도 있다는 거다.

그렇다. 나는 미친년이다. 


내가 왜 통장에 100원도 없는지,

내가 왜 스스로를 미친년이라고 부르는지,

그 기가 막힌 사연?을 기록해보려 한다.  

나처럼 살면 나이 마흔에 희한하게도

통장에 100원도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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