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로스, 충분히 아프고 힘들 일이다
우리 집 큰 강아지를 떠나보낸 뒤 너무 빠르게 일상에 복귀한 느낌. 정신없이 일하고 쫓기듯 시간을 보내다 보니 그렇게 하루가 또 저문다.
오늘도 꽤 많이 웃었다. 친구와 동료와 아무렇지 않게 시시콜콜한 장난을 쳤다.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고, 밥도 아주 맛있게 잘 먹었고, 친구와 다음 만날 약속을 잡았고, 일에도 꽤 집중했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무난하게 하루가 지나갔다.
이미 작은 강아지를 먼저 보내봤고, 이런 아픔에서 나름대로 벗어나기 위해 꽤 발버둥을 쳐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스스로의 삶과 기억에 새겨진 매뉴얼 대로 일부러 먼저 떠난 큰 강아지, 작은 강아지 얘기를 하고 귀여운 사진을 보고 웃고 아이들의 이뻤던 순간을 추억한다.
그래서 오늘도 무난하게 하루를 잘 마무리했는지도 모른다. 좀 괜찮은 것 같다. 좀 나아진 것 같다. 매뉴얼을 너무 잘 알아서 자꾸 섣부르게 이 아픔을 극복하려고 하고 있다.
강아지를 먼저 떠나보내는 일은 강아지나 고양이와 같은 동물과 직접 가족이 된 경험을 가져본 사람이 아니고서는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겉모습도 쓰는 언어도 모두 다른 종과 가족 이상으로 교감하고 가까워진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는 모든 걸 다 헤아리기 어렵다.
그래서 더 빨리 괜찮아지려는 경향이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감정이 하루 이틀 지속되는 거면 몰라도 한 달 가까이 혹은 그 이상 지속될 경우, 그 정도의 시간이 걸려 아플 일이라고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공감받기 어렵다. 아니, 어려웠다.
작은 강아지를 먼저 떠나보냈을 때 굳이 아픔을 함부로 꺼냈다가 나와 강아지들이 보낸 시간과 관계의 깊이를 구구절절 설명하고 납득시켜야만 받을 수 있었던 위로들이 꽤 괴로웠었다.
뭐 물론 강아지의 일이 아니더라도 이런 벼랑 끝, 절벽 아래 감정은 누구와도 나누기 쉽지 않은 일이라고는 생각한다.
이런 종류와 깊이의 슬픔은 둘로 나누면 말 그대로 괴롭기만 한 사람이 둘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심지어 같은 고통을 겪은 가족이라 할지라도.
작은 강아지가 떠난 지 벌써 9개월 정도가 지났음에도 이제야 조금 무뎌졌다. 그래서 지금 난 전혀 괜찮지 않다. 아주 조금도 괜찮을 리가 없다. 오히려 괜찮은 기분이 들수록 이상하고 싫다.
아무렇지 않게 일에 집중하고 하루가 저물었을 때 집에 돌아오며 스스로에게 화도 나고 실망도 하며 괴로운 기분에 휩싸인다.
또 문득 배가 부른 느낌이 들 때 참 싫더라. 시원하게 볼 일을 보는 것도 뭔가 괴롭더라. 괜히 잠도 푹 잘 잤으면서 일어나고 나면 기분이 그렇게 썩 좋지 않더라.
아마도 기본적인 욕구 그 어느 것도 마지막에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며칠을 괴로워하다 아파하다 떠난 우리 큰 강아지 생각 때문에 그런 거겠지.
물론 나도 이게 잘못된 생각인 걸 알고. 우리 먼저 간 큰 강아지, 작은 강아지가 나 죄책감 가지라고 그렇게 떠난 게 아닌 거 누구보다도 잘 알면서도. 아직 나는 한참을 더 괴로워하고 싶다. 아직 한참을 더 아파하고 싶다.
그러면서도 나는 내 매뉴얼을 펼쳐 오늘도 괜찮아지려고 노력한다.
좀 안 괜찮으면 어때서? 누구보다도 내가 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안 괜찮아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