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름이 주는 작은 행복
비가 내려 다행이라 생각했다.
많은 비는 아니었지만 약간의 빗방울이 공원의 풀과 나무를 적셔줄 것이기 때문에.
해가 지고 난 후에 나무에서 내뿜는 생명의 향기가 좋다.
그 냄새를 맡고 있으면 저절로 심신이 안정이 되고 행복해진다.
그러나 오늘은 모기향과 땀냄새, 섬유유연제 냄새로 코가 마비된 듯.
약간의 비도 소용없이 내가 원했던 생명의 향기는 나지 않는다.
그런데 문득 재촉하던 걸음을 잠시 물끄러미
공원의 한복판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듯 멈춰서 본다.
저 멀리서 기다렸다는 듯 생명의 향기가 솔솔 코를 스친다.
너는 언제나 있었구나 여기에. 잠시 머물면 된다. 그뿐이다. 섣부르게 실망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