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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희 Oct 14. 2020

우연

삶의 우연으로 죽음을 밀어낸



그거 아니?

가로수로 심은 은행나무 옆에 작은 은행나무가 자란다는 . , 이미 알고 있었나? 나는 최근에 알았어. 얇고 길쭉한 가지 같은 줄기 하나가 땅에서 올라와 벌써 주렁주렁 잎을 달았더라. 어떻게  나무 아래서 싹을 틔웠을까? 은행이 우연히  은행나무 밑동  흙에 떨어졌을 테고, 우연히 싹을  위로 삐져나오게  적당한 빛과 물을 받았을 테고, 우연히 사람이  싹을 밟지 않았을 테지. 죽음의 우연은 모두 작은 은행나무를 피해 갔어. 삶의 우연이  푸름을 감싸고 있었다는   신기하지 않니.

어쩌면 나도, 너도, 살아있는 다른 사람들도 작은 은행나무 같은 운명이 아닐까. 아직은 삶의 우연들이 죽음의 우연을 막아주고 있는지도 몰라. 그러니까 하루하루 삶의 우연이 일어남에 감사해야 할지도.

작은 은행나무는 내일 어떻게  있을까. 사나운 손을 가진 사람이 발견하게 돼서 아직 굵어지지 못한 줄기가 꺾일까? 조심스러운 몸짓을 가진 사람이 조심스럽게 뿌리를 파내   산에 심어지게 될까?

이왕이면 후자가 낫겠지. 삶의 우연을 매일 같이 만났으면 5, 10,  이후라도. 그래서 꺾이기도 베어지기도 어렵게 줄기를 굵게 굵게 만들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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