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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작가 Jul 26. 2022

펍, 혼자 가도 되나요?

런던에서 맥주 따르기 6번째 이야기



흔히들 펍이라 하면, 왁자지껄 삼삼오오 모여 술을 마시는 풍경을 떠올린다. 사실상 술을 파는 곳이니 한국의 술집 분위기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여러 사람들이 소주 맥주 양주 등 주종을 가리지 않고 냅다 들이붓는 모습을 상상한다. 여기서 소주가 빠지는 거겠지 뭐, 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랬다. 물론 소주보다 맥주파인 나는 펍 근무에서 매력을 느꼈다. 맥주를 실컷 마실 수 있는 핑계가 하나 생긴 셈이니까.



워털루역 근처에 자리한 펍, 기차를 기다리는 관광객들이 주로 방문한다



펍에서는 일상적인 대화뿐만 아니라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곳이다.

오피스 상권에 자리한 펍의 경우 검은색의 수트를 빼입은 사람들이 논알코올 맥주를 마시며 사무실에서 중단했던 일에 대한 대화를 재개한다.

관광지에 자리한 펍의 경우, 기차를 타기 전 잠시 맥주 한 잔으로 목을 축이고 숨을 고르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분명 큰 백팩을 메고 있을 테다.

내가 일하고 있는 펍의 경우 둘 다 해당된다. (돈을 벌기에 최상의 조건을 지닌 상권이다) 고층 오피스 건물에 둘러싸여 있으며 관광 핫플레이스에 자리해있다.

여담으로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손님들과 자주 교류한다. 이탈리아어, 독일어, 프랑스어를 배워야겠다 싶다. 또 어떤 면에서는 안심이다. 나도 내 모국어가 영어는 아니니까. 서로 힘 풀고 대화에 집중하다 보면 오해 없이 매끄럽게 흘러간다. 단순히 맥주를 주문하고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더 훌륭한 서비스와 음료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펍 초보라면 주거지역에 있는 펍을 추천한다. 동네 사람들이 주고객이라 덜 붐비는 곳, 좀 더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



만약 영국 펍에 들어갔을 때 나만 피부색이 다르며 아시아인이라고 이방인 느낌을 진득하게 느꼈다면 그러지 마시라.

편견이다. 방금 문을 열고 들어간 펍에 있는 손님들이 모두 영국인이라는 것 자체가. 선입견이다.

그들과 이야기를 해봐라. 가까우면서도 먼 스코틀랜드 지방에서 온 사람일 수 있고, 아일랜드에서 온 자일 수도 있다. 독일, 루마니아, 미국, 스웨덴 등등 그들의 국적은 상상을 초월한다. 설령 진짜 영국인일지라도, 그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지 않는 한 결코 모르는 부분도 있을 테다. 예를 들어, 증조할머니는 스페인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놀라지 마시라. 관광지나 기차역 주변의 펍의 경우, 펍이 처음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Relax. 긴장 풀자.





펍은 술을 파는 카페와 같은 공간이라 볼 수 있다. 본인의 위장 한계보다 훨씬 더 많이 마시고 이성을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들이 출몰하는 곳보다는 훨씬 더 매력적이다.

아기부터 할머니까지.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열린 곳이다. 꼭 술을 마시지 않아도 된다. 커피나 차를 마시거나 오렌지 주스를 마셔도 되고, 키친이 있는 펍의 경우 밀크 셰이크와 아이스크림도 먹을 수 있다.

모든 음료와 음식이 허용된 곳인 만큼 모든 나이와 성별과 인종을 받아들이는 곳이기도 하다. 누구나 Welcome인 곳, 바로 펍이다.


자연스레 '펍 혼자 가도 되나요?'에 대한 답변은 Of course. 물론이다.

You are always welcomed. 항상 환영한다.


추신. 사실 혼자 오면 좋다. 혼자 오는 손님이 우리 펍의 경우에도 특별히 많지 않아 더 눈에 띄는데, 10잔 넘게 시키는 팀보다 한 잔 시키고 조용히 있다 가니까 더 선호하는 편이다.

사장님이  추신을 싫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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