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맥주 따르기 7번째 이야기
클래식계를 들썩이게 한, 비전문가들도 귀를 쫑긋 열고 듣게 만들었던 임윤찬 피아니스트의 라흐마니노프 제3악장을 들으면서 생각했다.
'아 행복하다.'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라흐마니노프 2악장을 천만 번 넘게 들을 정도로 애정한다. 임윤찬 피아니스트의 라흐마니노프 3악장을 듣게 됐다. 임윤찬 피아니스트가 표현한 라흐마니노프는 담담하면서도 정열적이었다. 당신이 얼마나 피아노를 사랑하는지를 표현하는 동시에 사람들이 당신의 음악을 들으며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음악에 대한 그의 진심이 음절 한 마디마다 듬뿍 느껴졌다. 호흡과 쉼, 개성 있는 리듬감에서 그가 그의 행복과 동시에 청중을 위한 행복을 고려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피아노를 매개체로 사람들에게 행복과 사랑과 용기를 심어주고 있었다.
'나도, 행복을 줘야지.'
매번 출근을 할 때마다 이렇게 다짐을 한다. 맥주 한 잔으로 손님들에게 행복을 줘야지.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야지. 최고의 미소를 선사해야지.
손님들뿐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매니저들 그리고 더 나아가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지.
한국에서 서비스직을 해본 경험은 통틀어 6개월 정도. 그럼에도 굳이 비교를 하자면, 훨씬 더 수월할 수도 있겠다. 무엇보다 존칭을 안 써도 된다는 것도 그렇게 느끼는 이유 중 하나.
땡큐, 쏘리, 익즈큐즈미.. 는 너무 간단하지 않은가? 게다가 이것만 말해도 서비스 만족도를 200%로 끌어올릴 수 있다. '영수증 여기 있습니다.' '무엇을 드시겠어요?' '감사합니다.' 는 아무리 생각해도 에너지와 시간 대비 비효율적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느낀 바, 런던에서 서비스 문화는 없다. 동료들과 매니저들만 봐도, 웃는 얼굴을 잘 유지하지 않는다. 아무리 언어가 다르다 해도, 목소리 톤이나 표현에 따라 친절도를 느낄 수 있지 않은가. 가끔 동료들이 손님들에게 화가 났나? 싶을 정도로 퉁명스럽게 말할 때가 있다. 그러면 옆에서 끼어드는 나. 말을 좀 더 부드럽게 해줬으면 싶기 때문이다.
팁 문화가 없기 때문일까? 스페인 이탈리아 미국 등 서비스를 하고 팁을 받는 문화가 널리 퍼진 국가에서 일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영국에서 서비스직을 할 때 웃는 얼굴과 부드러운 톤만 한결같이 잘 유지한다면, 팁 20프로와 덤으로 '당신이 런던에서 만난 사람 중 가장 친절한 것 같아요'를 들을 수 있다.
펍에서는 무수한 종류의 맥주를 판매하고 있다. '위트 에일과 같은 스타일의 맥주를 주세요,' '이걸 먹어봤는데 다른 걸 추천해주세요'라고 손님이 주문하면, 아무리 바빠도 맥주 추천과 맥주 이야기를 꼭 하려는 편이다.
'오, 이거 괜찮네요. 파인트로 하나 주세요'라고 한다면 더더욱 기분은 째진다.
나 어쩌면 서비스직이 잘 맞을지도?
띠링.
월급이 들어오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