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컴백하셨어요..?
나는 대체적으로 느긋하고 느릿느릿한 편이다.
말 하는 것도 느려서 동생이 졸리다고 했을 정도였고, 먹는 건 작년부터 더 느려져서 음식이 안 먹고 싶을 때는 1시간까지도 밥을 먹는다. 또 걷는 건 언제나 뒤쳐지는 쪽이다.
생각하는 것도 느리고.. 사람을 파악하는 것도 느리고.. 심지어 잠에 들거나 깨는 것도 느리다.
(뭐가 이리 다 느리지? 하나씩 적어놓으니 더 느린 사람 같다.)
왠만한 게 다 느리다보니 자연스레 귀차니즘이라는 단어가 붙었다.
스스로를 귀차니스트라고 부르며 심했을 때는 귀차니즘 끝판왕이라고 불렀다.
미루고.. 또 미루고.. 마지막이 되면 몰아서 하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설거지, 쓰레기 버리기, 청소, 정리 등.
방학 때 숙제 안 하고 개학 전날에 미친듯이 방학숙제를 하던 아이.
친구들 다 시험공부에 들어가도 혼자 놀다가 전날 밤에 급하게 벼락치기하던 아이.
그게 나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는 걸 안다! 동질감을 느끼는 동지들이 많으리라..)
작년부터 올해 봄까지는 병원에 자주 있어서 뭘 미루려고 해도 미룰 수 없었다.
오히려 뭐라도 하고 싶었다.
여름부터는 책도 열심히 읽기 시작했다.
또 블로그, 유튜브도 꾸준히하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 전에 맞은 백신의 영향인가..(라고 합리화 중이다)
독서에서도 살~짝 멀어지고.. 유튜브도 자막을 넣어야하는 영상들을 찍어두고 방치만 해뒀다.
읽으려고 구입한 책은 비닐도 안뜯고 새책이다.
해야 할 일들을 적다보니 슬금슬금 미뤄서 만들어진 리스트가 되었다.
미루기 대마왕의 본능은 죽지 않았다.
그저 숨어있었을 뿐!! 뚜둥!!
'오늘 안해도 되잖아?'
'다음주에 하지 뭐.'
'이 날 전까지만 하면 되니까~'
이런 말들로 점점 미뤄왔다.
방심한 틈에 나를 다시 찾아온 미루기 대마왕님을 다시 보내줘야겠다.
쌓여있는 책이랑 물건을 치우고, 책리뷰 영상을 찍고, 서평단으로 받은 책을 읽어야지.
바로 실행하면 되는건데, 행동을 하기까지 마음 먹는 게 잘 안된다.
모든 것이 마음에 달렸다고 누군가 그랬던 거 같다.
공감이 된다.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마음을 먹었다.
적어놓은 To do list를 하나씩 지워가는 중이다.
이럴 때 나는 참 기특하다!
문제는.. 마음을 먹기 위해..
기분 좋아지라고.. 책을 샀다.. 굿즈도..
7만 원을 질러놓고 기분 좋아져서 미룬 일들을 하는 나.
하여튼..이라고 생각해도 어쩔 수 있나.
이렇게라도 떨어진 텐션 올리고, 날아간 정신 찾아오고, 멈춘 손가락도 움직이고, 안돌아가는 머리도 시동걸고 그러는거라며.. 또 합리화한다.
미루기 대마왕 보다 합리화 대장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누군가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기를..
조금은 공감 받고 싶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