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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요정 Sep 25. 2021

감정 풀어내기

스스로 치유하는 방법

얼마 전 <고개를 들 수 없었다>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그날 나는 부정적인 감정에 파묻혀 있었다. 한 번 그런 감정에 휩싸이면 잘 빠져나오지 못해서 며칠씩 힘들어하곤 했다. 그때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감정을 덜어내야할지, 비워내야할지, 얼마나 오래갈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한동안 가라앉은 기분으로 앉아있다가 문득 자판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한글자씩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글을 쓸 때는 좋은 이야기를 쓰려고 했다. 예쁜 추억들, 좋아지고 싶은 바람들을 가득 적어서 보여주고 싶은 허세가 있었던 것 같다. 아니, 가식인가. 바닥으로 점점 치닫는 감정은 그 가식을 충분히 제껴두게 만들었다. 다른 사람들의 눈이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부정적인 감정으로 떠오른 것을 적었다. 꺼내고 싶지 않아서 깊은 곳에 쳐박아 두고 모른 척 했던 나의 무섭고 두려웠던 감정들을 모두 꺼냈다.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을 보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글을 다 쓴 후 아주 조금은 후련했다. 나쁜 기억 하나를 버린듯한 느낌이었나 보다. 지난번에 <젊은 ADHD의 슬픔>을 쓴 정지음 작가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본인이 싫다고 생각한 것들을 글로 쓰기 시작했고, 글로 써내고 나서 치유를 받은 것 같았다는 뉘앙스의 이야기였다. 싫은 것들을 다시 들여다 보면서 오히려 긍정적인 감정이 생겼다는 뜻으로 들렸다.


정지음 작가님의 이야기를 내게 맞게 받아들인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나의 첫 부정적인 이야기를 써내고 나니 조금은 공감이 되었다. 100이라는 숫자 중에 1만큼일지라도 개운하고 후련한 기분은 충분히 갑진 경험이었고 도움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SNS에 자신의 화려하고 좋은 모습만 남기듯이 나 역시 그랬다. 이번에 내려놓고 나니 오히려 부정적인 것들을 문자로 글로 풀어내고 싶어졌다.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자판이 눌러지는대로 써보려고 한다.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여기면서, 내 마음 바닥에 있는 것들을 하나씩 꺼내는 과정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내가 누군가의 아픈 기억에 공감하는 것처럼 또 다른 누군가도 나의 이야기에 '너도 그랬구나..'라며 공감하고 위로 받고 치유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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