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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ssible Kim Jun 30. 2022

장마같은 찝찝한 교실 얘기

밥벌이의 지겨움

올해 유난히도 역대급 어벤저스 학생들이 많아서 솔직히 월급 2배로 받아야 마땅하지 않나 싶은데.


1. 정상적인 수업은 엄두도 못 하게 만드는 아이. 꼭 내가 설명할 때 말 걸고 질문을 하는데. 예의도 없이 그냥 치고 들어 옴. 4개월째 그럼.

조용히 타이르고 지적이라도 하면 반항으로 이어짐. 왜요~ 거리면서 책상을 말로 참. 의자는 늘 옆으로 앉음. 쉬는 시간에 괴성은 기본에 쿵쿵거리는 발걸음에 조용해 달라고 부탁하면 늘 "안 그랬는데요?"ㅋㅋㅋ

주위 애들이 듣고는 어이가 없어서 실소를 터트림. ㅋㅋㅋㅋ 환장함.

특수반 아이와 다른 세 아이. 총 4명의 성기를 만져서 학교폭력 신고를 당함. 반성하는 모습도 없어서 경찰 신고까지 당함. 근데... 부모님은 특수반 아이를 맞신고를 함. 전에 특수반 아이가 몇 대 때렸다고.

참고로 특수반 아이는 세 단어 이상의 문장은 잘 못 말함.  


2. 우연히 옷깃만 스쳐도(진짜) 쟤가 나 쳤다고 혼내달라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이야기를 하고, 피구 하다 공에 살짝이라도 맞으면 발발 뛰면서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욕하며 허공에 정권 찌르기, 발차기를 함. 자기 손톱(?)이 바닥에 떨어졌다고 찾아달라고 아침부터 이야기를 하는 통에 정신이 없음. 사실 진짜 손톱을 찾는 건지 뭔지 모르겠음. 의사소통이 안 됨.  


3. 학기초에는 조용하다가 6월 들어서 자꾸 유튜브 틀어 달라고 해서 안 된다고 하면 키보드 앞에 나와서 자기 볼 유튜브 검색하는 특수반 아이. 위에 1번 아이가 이 아이 성기를 만져서 부모가 학교폭력으로 경찰까지 신고한 상태인데. 이 아이는 그것도 모르고 뭐가 좋은지 그 1번 아이를 늘 따라다님.?!?!?!?!


4. 신경 예민으로 매일 복통을 호소하고 교실보다 보건실에 더 오래 있는 아이 하나. 원인이 위에 1번 아이라고 하는데. 한 번은 비 오는 날 1번 아이가 아이 몸에 서로 물을 튀겼나 봄. 이 아이는 우산이 없는 상태로 집으로 귀가했고, 비에 흠뻑 젖은 걸 본 아버지가 담임인 나에게 전화함. 전화 내용 실화임.

"그 애 때문에 우리 애가 비에 홀딱 다 젖어서 왔다. 전에도 그 애 때문에 당한 것 많이 참았다. 이번에는 못 참는다. 그 애 죽여 버린다. 똑같이 당해봐야 된다. 내가 깡패 생활을 해봐서 잘 안다. 경찰 쪽도 다 안다. 그쪽 부모 전화번호 달라. 다 죽여 버린다."

온몸이 젖은 게 1번 아이가 밀어서 바닥에 넘어져서 라는데. 1번 말로는 자기는 민적이 없다 함.

우산이 없는 상태로 귀가했으니 아마  비에 맞아서 온몸이 흠뻑 젖었다는 말은 아버님께 차마 못 함. 나까지 죽인다고 할까 봐. ㅋㅋㅋ 내가 미쳐.


5. 엉뚱한 질문, 맥락 없는 말, 눈치는 없고, 상대 감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기 괴롭히는 아이 좋다고 따라다니다가 욕먹고 우는 눈치 제로 아이.


'그래, 내가 모르는 질병이 있는 거야. 선천적인 것을 내가 어떻게 하겠어.'라고 생각하고 참기에도 애매함.

실제 병원에서 치료 중인 아이는 한 명도 없음. 어디 상담센터 다닌다는 얘기는 뒤에서 듣기는 했음.

학기초 학부모 상담 때 애둘러서 말씀을 드리기도 했는데 부모님들도 참 눈치들이 없음.

이게 참 애매한게 돌직구로 문제행동, 애 정신상태를 말하기도 사실 두려움.

집에서는 안 그런데 선생님에서 좋은 면은 안 보시고 편견을 가지고 본다고 할까봐. 실제 이런 학부모들 많음.

집에서는 뭐가 다를까? 집에서는 다들 멀쩡하다면... 이게 더 무서운데? 지킬 앤 하이드.


1번 아이가 성관련 학교폭력 3건이 신고되는 바람에 가해자, 피해자 접촉 최소화로 신경 쓸게 한 두 개가 아님.

급식 줄, 학급 자리, 모둠 활동, 전담 수업 때마다 분리 또 분리, 쉬는 시간에는 돌발행동 감시.

재차 학교폭력 발생 시 담임교사는 뭐했냐 탓할 것 같으니

괜히 나한테 까지 불똥이 튀길까 나도 엄살 좀 피고 있음.

우연히 최근 2주간 강력한 두통까지 생겨서 뇌혈류 초음파까지 찍어보고 별 거지 같은 경험도 다 함.

이번 달부터 우리 반 인사는 "차렷. (선생님을) 살려주세요~"임. 진짜.

그래도 착한 얘들은 "선생님 살려 드리자. 저희가 살려 드릴게요." 함.


매일 옆에서 나에게 공감해 주는 조용히 자기 할 일 하고 열심히 하는 아이들한테 미안해 죽겠음. 그래서 몰래 따로 불러서 크게 칭찬해 주거나 보상도 나름 크게 챙겨 줌.

솔직히 말해서 이런 아이들에게 전학 가라고 진지하게 조언해 주고 싶음. 양극화는 학교도 예외가 아님.


학생인권조례, 아동학대 관련법이 무서워서 내 감정 드러내고 독한 말이나 내 자식 가르치듯 엄격한 지도 했다가는 내 자식에게 백수 아빠가 될까 봐 그저 지켜보고 좋은 말로 타이르는 법 밖에 없음. 물론 씨알도 안 먹힘. ㅋㅋ 애들도 다 앎. 하나도 안 무섭다는 것. ㅋㅋㅋㅋ

올해는 더욱 사무적이고 교육과정 틀에서만 움직이는 엄격한 학급운영, 안전제일, 하교 시까지 정해진 교육서비스만 제공하는 비즈니스 관계로 지내는 게 맞다 싶음. 이게 기본이기도 하고.

"학교는 재미도 있는 곳인데. 재미는 학교 밖에서나 찾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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