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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ssible Kim May 19. 2023

자칭 MZ인과의 조우

아 뒷목이

자칭 MZ인과 말도 안 걸어야 하는데 속이 거슬려서 그만 말을 걸고 말았다.

비 MZ인 증명을 했으니 그쪽에서 날 멀리하게 돼서 잘한 건가?


자칭 MZ인 한 분과 함께 관리자의 호출이 있어서 같이 계단을 내려가는 중에

이 분 왈

"아~ 왠지 일 시킬 거 같은데요. 싫은데... 전 받는 만큼 일한다는 마인드라"

참고로 10살 아래 옆반 남교사임.

"선생님 MZ시구나. 그런 마인드 주변 동료들한테 다 티 나는 거 알죠?"

라고 말은 했지만 사실

'씨발 거 니 그런 마인드 때문에 같은 교사로서 쪽팔리고, 딱 지 할 일만 해도 말을 안 하겠다. 할 일도 안 하잖아. 자기한테 일 조금이라도 뭐 주어지면 지랄을 하면서, 수당 준다고 하면 사냥개 마냥 헐 떡 헐 떡 다 받아가면서. 니미 MZ 마인드는 무슨.'

받는 만큼 일한다라... 같이 일 하려니 그냥 힘 빠진다.

언제든지 뒤로 발 빼고 일 하기 싫은 티 내고, 힘든 일은 최대한 빼겠다는 거잖아.

내가 사장이나 교장 아닌게 다행이다. 이런 직원은 당장 짤라야 되는데, 짜를수도 없고.


그런데 이 친구 참 일관성 하나는 있다.

집에서 직장까지 차로 40분 거리인데, 전근을 안 가고 5년째 있는 이유를 물어보니

괜히 다른 학교 가서 남자교사라고 큰 일 맡느니 여기서 있겠다고.

다른 학교라고 무슨 큰일이 있을까? 뭐 일 좀 하면 뒤지냐?

그 일 조금 안 해 보겠다고 하루에 1시간을 넘게 길에 버리는 저 마인드.

그래서 그걸 만회해 보겠다는 마인드로 조퇴를 주 3~4회 하는 거겠지?

심지어 동학년 젊은 여교사는 주 5회 조퇴도 심심찮게 함.

일주일에 5일 조퇴하는 직장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

그러고도 뭐 월급이 적어? 심지어 어떤 사람은 조퇴로 시급을 높인다는 마인드더라.

참았어야 했는데..

"선생님 일에 비해 많이 받고 있는 걸지도 몰라요."

말에 칼이 있는걸 눈치챘건가 바로 맞받아치는 MZ인

"전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요."


일은 잘하거나 동료로서 태도가 좋으면 말도 안 했겠지.

걸을 때 내는 슬리퍼 척척 소리(상상이상)

뜨거운 커피잔 들고 애들 줄 세우기(겁나 위험)

급식시간에 애들 옆에서 폰으로 영상 보면서 식사(ㅋㅋㅋㅋㅋ 할 말 없음)

잔반 버릴 때 식판을 늘 굉장히 세게 3번 내리치면서 버리는 거(군대도 안 그래.)

전담교실 이동 위해 애들 복도에 줄 세우고 혼자 리코더 불기. (이유를 모르겠음, 싸우자는 건가?)

학년 회의하면 선배고 학년부장 교사이건 간에 중간에 말 끊기는 예사고,

회의 내용 필기를 늘 안 해서 나중에 자꾸 기본적인 전달내용을 메신저로 물어봄.

그래서 내가 우리 학년은 대면 회의 없애 버림. 전부 메신저로 해결해 버림. 고맙다.   


물론 행동의 자유고, 해도 되는 행동이다만.

그런데, 그런데, 여기는 학교잖아. 아이들에게 하지 말라고 교육하는 내용의 정확히 반대잖아.

웃긴 건, 저런 행동들에 대해 뭐 하고 얘기해 주는 동료 교사가 아무도 없다는 거. 나도 마찬가지.

다 큰 30살 남자교사에게 더 이상 뭘 요구하겠냐. 이미 굳어진 습관이고 생활이고 인성인 것을.

다들 모르나 싶어서, 살짝 물어보니, 다들 알고는 있음. 그래도 친화력은 있는지, 그걸로 커버 치는 듯함.

그런데, 직장은 직장이지. 사교하려고 다니나.


존중한다. 자칭 MZ인. 하지만 같이 일하고 싶진 않다. 남은 6개월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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