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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로망 Nov 22. 2021

월요일 아침엔, 따뜻한 에세이

 시작이 반이라서, 이제 막 시작인데 반이나 해내야 해서 시작하기 힘든 걸까? 


 한 주를 여는 월요일 아침엔 왜 그렇게도 눈이 떠지질 않는지. 사실 진짜 한 주를 여는 건 일요일이지만 출근하는 월요일이 진짜 한 주의 시작으로 다가온다.

 아침잠이 없는 편이라 늦어도 6시 반이면 눈을 뜨는데, 유난히 월요일만 되면 조금이라도 더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6시 45분까지만, 6시 55분까지만... 그러다 가끔은 7시 10분까지 눈을 감고 있는다. 그렇게 긴장된 채 자는 잠이 달콤할 리 없고, 막상 일어나면 또 빨빨거리고 잘 돌아다니는데, 뭐 그리 미련을 못 버리고 침대에 꼿꼿이 누워 있는지. 나도 날 모르겠다.

 겨우 입에 뭐라도 집어넣으며 옷을 주섬주섬 주워 입고 지하철을 타면 다시 눈을 붙이고 싶다. 하지만 억지로라도 책을 꺼낸다. 컨디션이 좀 괜찮은 날은 경제, 과학이나 역사를 다루는 책을 읽지만, 오늘 같은 월요일은 역시 에세이.


 머리가 복잡하고 정신이 무거울 때는 에세이가 많은 도움을 준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술술 풀어낸 글을 보고 잊자면 위안도 받고 힐링도 된다. 고민에 휩싸여 사는 사람이 나뿐이 아니라는 동질감과, 같은 일로 나와 다른 결론을 내리는 상대의 이질감을 모두 느낄 수 있다. 한 줄 한 줄 읽으며 글의 맛을 음미하다 보면 한 주 동안 살아갈 힘을 얻는다. 타인의 삶의 정기를 내가 글로 빨아 마시는 듯하다.

 그렇게 HP를 어느 정도 채우면 지하철역을 갈아타러 걸어가는 길에 여유롭게 잡생각을 한다. 일렬로 걸어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저 사람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어떨까' 상상하는 것이다. 멋진 목도리를 두른 저 여자는 아침부터 삼겹살을 먹고 출근해서 행복할 수도 있고, 그 옆에서 힘없이 걷는 남자는 새벽 5시부터 미라클 모닝을 시도하느라 죽을 맛일 수도 있다. 내 앞에서 느릿느릿 걸어가시는 할머니는 사실 엄청난 부자인데 한국 출근길 지하철 풍경이 궁금해서 굳이 이 시간에 여길 오신 것일지도 모른다. 만약 저 사람들에게 종이를 한 장씩 주고 인생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을 쓰라고 한다면 어떤 글이 나올까? 갑자기 용이 등장해서 지하철이 연착된다거나 불사조가 눈앞에 나타나 "자, 이제는 여러분 모두 순간이동이 가능하니 지하철을 타지 않아도 됩니다."라고 말해주면 그것도 너무 즐겁겠다.

 이런 상상은 굉장히 쓸데없어 보이지만 그만큼 재미있어서 기분을 들뜨게 해 준다. 인생이 조금 더 다채로워지니까 칙칙하고 씁쓸한 어른의 맛을 덜 느낀다. 덕분에 더 행복해진다.


 그렇게 에세이로 시작한 오늘, 어깨의 부담을 덜어 가볍게 보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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