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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로망 Nov 05. 2021

왜 저 비행기는 방향을 틀었지?

어? 비행기가 일(一)자로 안 날아가네?

 회사에서 온종일 모니터를 들여다보다 바깥바람 좀 쐬어야겠다며 옥상으로 올라갔던 때였다. 적당히 부는 바람을 느끼며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다가, 비행기 한 대가 날아가는 것이 눈에 띄었다. 빼곡한 건물이 들어 선 도심 위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가로지르는 비행기는 무척이나 자유로워 보였다. 내 기준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을 향해 이동하는 비행기를 눈으로 좇으며 생각했다.

 '저 비행기가 오른쪽 큰 건물에 도달하면 사무실로 들어가야지.'

 그런데 오른쪽 건물에 도달하기 한참 전에, 비행기는 별안간 다른 방향으로 꺾고 말았다. 내 기준으로 앞쪽이었다.

 '뭐야?'

 그 순간 이유모를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어렸을 때부터 하늘에서 비행기를 발견하면 좌우로 이동하기만 했지,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지 못해서였을까? 아니면 내가 나도 모르게 틀에 갇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아서였을까? 어찌되었든 비행기를 조종하는 사람의 입장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조종사 입장에서는 정해진 경로를 따라 직진하다가 왼쪽으로 꺾었을 뿐이다. 비행기는 재미있으려고 하늘을 나는 것이 아니라 목적지를 설정한 뒤 움직인다. 그러니 앞서 내가 한 '자유로워 보인다'는 생각도 틀린 셈이다. 조종사가 비행기를 띄우는 데는 이유가 존재한다.

 살면서 갑자기 삶의 방향을 바꾸는 사람이 있다. 별안간 자퇴를 한다던가, 직장을 옮긴다던가, 결혼을 선언하는 사람들 말이다. 당연히 오른쪽으로 갈 것이라 믿었던 사람이 예상치 못하게 방향을 틀어버리면 모두들 당황한다. 다들 보편적으로 밟는 길이나 엘리트 코스를 밟던 사람이라면 그 파장은 더하다. 다들 놀란 토끼눈으로 뛰어와 묻는다. 

 "갑자기 왜 그래?"

 하지만 그에게는 전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아마 오래 전부터 그는 원하는 경로를 설정해두고 끊임없이 준비하고 있었을 것이다. 수많은 고민과 준비 끝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때 곧장 선회했을 뿐이다. 아직 준비되지 않았지만 선회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건물에 부딪히기 직전이거나 더 이상 이 경로로 이동했다가는 비행기가 버티지 못할 것 같을 때, 조종사는 운전대를 꺾는다.

 그렇게 움직인 비행기가 어떻게 되던 결과는 조종사의 몫이다. 위험할 때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조종사가 설정한 방향을 다른 사람이 가타부타 논하는 건 주제넘는 일이다. 각자 자신의 비행기를 조종하기도 바쁜데 그럴 정신이 어디 있을까? 사실 자신의 비행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우리는 당장 내가 잡은 운전대에만 집중하면 된다.

 이제 나에게 물을 때다. 내 비행기는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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