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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랑바람 Jan 19. 2022

여덟 번째 도시락 보자기

설레는 도시락, 길게 말해주면 안 되겠니?

오늘의 도시락.

누가 그런다. 그녀가 개학하면 도시락 끝나는 거냐고?

설마.

다 방법이 있겠지.

브런치에 글을 써보라고 여러 사람들에게 권하기도 하고 소개해주고 했는데.

정작 나는 브런치에 정기적으로 글을 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심적인 마음으로는 몇 년째 인지라 이 공간이 아주 친숙하고, 정겹다.


도시락 싸기 8일 차.

늘 숙제가 있는 기분이다.

그렇다고 그 숙제를 미리 하고 싶지 않다.

계속 신경 쓰고 싶지 않아 모르는 척하고 있다.

그렇다고 숙제가 없는 게 아닌데.

아침에 아님 잠들기 전에 머릿속에서 냉장고를 스캔한다.

뭘 할 것이다.


아침은 거의 안 먹고.

점심, 저녁도 밖에서 해결하는 그녀를 위해

어제 저녁 남편과 맛나게 먹은 소고기로 재료를 정했다.


소고기 초밥.

우리 집 손님들도 열광하게 만들었던 그 메뉴.

그녀를 위해 그걸로 정해 본다.





오늘은 소창 보라색 라인 보자기.

손잡이까지 만들어보니 소풍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내리기 시작한 눈까지 사진에 담기니 기분이 더 좋네.





저녁에 돌아온 그녀.

"점심 어땠어?"

"깜짝 놀랐잖아."


뭐가 놀랐다는 거야?

맛있어서 놀랐다는 거야?

비주얼에 놀랐다는 거야?


아침에 1시간30분을 투자한 도시락인데.

너무 한다.

좀 길게 말해봐.





있던 밥 데워서 단촛물에 적당히 비벼 식혀둔다.

오늘따라 아주 간이 딱이다.

양파는 가늘게 채쳐서 물에 담근다.

매운맛을 없앤다.



아니 요리책도 아닌데 주저리 음식 만드는 이야기를 쓰고 있네


만들기 어렵지 않단 말을 하고 싶었다.

비주얼과 맛은 짱이라고 강조하고 싶어 그랬다.


김치냉장고에서 살짝 얼은 소고기. 그래야 적당하게 썰어진다.

프라이팬에 굽고 토치로 한 번 더 불향을 입힌다.


이런 과정을 하며 내가 너무 즐겁다는 걸 깨닫는다.

맛있게 먹을 그녀를 생각하며.

아하.. 고기를 참 잘 골랐네.

먹을 기회가 없는 그녀가 정말 좋아하겠다.

s




느끼하지 않도록 귤도 넣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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