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이라면, 지나가야지

그걸 알면 여기 있을까, 그걸 몰라서 지쳤을까.

by 낭생희
오늘의 필사

지금 걷는 길이 지옥길이라면, 왜 지옥에서 멈추려 하는가

-윈스턴 처칠


이 문장을 보고 적을 때는 단순하게 생각했다.

아, 맞네. 지금이 지옥이면 멈춰 있을 이유가 없지. 오히려 더 가야지. 벗어나려면.


근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왜 안 벗어나?"

"알았으면 가야지"

이 말을 누가 나한테 했다고 생각하면 내 반응이 다를 수도 있겠다. 맞는 말인데, 듣는 순간 바로 드는 생각은 [뭐야, 얼마나 안다고 저래.]였다.


같은 말인데 왜 이렇게 다르게 들릴까. 아마도 누가 말했느냐의 문제라기보다 내가 어떻게 받아들였느냐의 문제에 가깝다. 남이 던진 말은 평가처럼 들리고, 내가 스스로 헤매다 도착한 생각은 선택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같은 문장도 들으면 잔소리가 되고, 깨달으면 결심이 된다.


어떤 위로를 하다 보면 조언으로 이어진다. 대부분 맞는 말이지만, 이런 말들은 대개 쓸모가 없다. 나 역시 맞는 말을 하려고 애쓸 때가 많고, 그 반대로 누군가의 말에 '내가 그걸 모를까'라고 생각한 적도 많다. 물론 정말 모를 때는 "너 지금 지옥이야. 걸어야 해."같은 말이 방향을 잡아주기도 한다. 하지만 스스로 움직일 마음이 생기기 전까지는 그 어떤 말도 결국은 속도 모르고 하는 소리로 들린다.


결국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건 정답이 아니라 내가 그걸 내 생각으로 받아들이는 순간이다. 지금 이 문장도 그렇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그렇게 하기로 했을 때, 그때서야 비로소 한 발이 떨어진다.


그래서 나는 떠나야겠다. 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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