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볼 때까지
브런치 첫 연재 콘텐츠였던 필사의 기록을 마무리 하려고 한다.
필사를 시작한 건 버티려고였다. 잘 살아보겠다는 다짐 같은 건 아니었다. 그럴 여유도 없었다. 그냥,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생각은 계속 흘러가는데 정리가 안 됐고, 감정은 쌓이는데 설명이 안 됐다. 돌아보면 1년 동안 내가 어떤 코어를 갖고 살았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썼다. 남의 문장을 빌려서라도 내 생각을 붙잡고 싶었고, 흔들린 중심이 어디까지 밀려났는지 다시 확인하고 싶었다.
쓰다 보니까 알게 됐다. 내가 생각보다 더 쉽게 흔들리고, 생각보다 나를 방치하고 살았다는 것. 필사는 나를 바꾸는 방법이라기보다, 나를 그냥 두지 않게 만드는 장치에 가까웠다.
여전히 완벽하지 않다. 여전히 귀찮고, 여전히 마음은 자주 기운다. 근데 적어도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게 두지는 않게 됐다. 한 번 더 붙잡고, 한 번 더 생각하고, 조금은 늦게 반응하게 됐다. 그 정도면 됐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기록은 여기서 멈춘다. 다 정리된 것도 아니고, 완전히 괜찮아진 것도 아니지만, 딱 여기까지는 썼다. 안써도 되는 상태가 됐다는 건, 아마 나쁘지 않은 일일 거다.
잘 지내자, 우리. 그 때까지.
예전에는 이 말이 잘 안 됐다. 지낸다는 게 뭔지도 모르겠고, 잘이라는 기준도 애매해서. 그래서 자주 틀렸고, 자주 무너졌다. 지금은, 그냥 지낸다. 별일 없이. 생각보다 덜 흔들리면서. 굳이 돌아보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조금씩 늘었다.
언젠가는 다시 <필사의 기록 2>를 시작하게 될지 모르겠다. 짧은 연재 기간 동안 꾸준히 봐주던 독자도 있었고, 댓글로 응원을 건네던 사람도 있었다. 브런치 화면과 텍스트 몇 개를 사이에 두고 마주했던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잘 지내고 있었으면 좋겠다. 삶에서 늘 살아계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