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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다 Mar 24. 2022

누군가를 돕는 일

믿는다는 건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내가 내민 손이 덕이 된다면 자기 효능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높아질 것이다.

한국에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질린다. 진짜 질리고, 내가 두 번 다시 아이들과 함께하는 직업을 갖는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하며 호주로 왔다. 호주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서비스 직, 즉 레스토랑일 이었다. 수줍음을 많이 타고 테이블 서비스에 대해 지식이 전무했던 나는 Hospitality에 몸담으며 많은 것을 배웠다. 동시에 인격적으로도 많이 성숙했다고 믿는다. 그간 나이가 들어감도 있겠지만, 일을 하면서 분명히 얻은 교훈과 훈련들이 작용했다 생각한다. 예를 들면 낯선 사람들에게 친근한 목소리로 먼저 다가가는 일, 필요해 보이는 도움을 먼저 눈치채고 도움을 요청하기 전에 먼저 나서서 도와주는 센스, 나의 기분을 진상 고객으로 인해 망치지 않는 법 등등이다.

서버를 할 때 웃을 필요는 없지만, 나는 내가 웃을 때 기분이 좋아져서 웃는다. 그럼 일을 즐기며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바쁘고 뛰어다니는데 어떻게 그렇게 웃을 수 있냐고 손님들이 질문했다. 그러면 나는 즐기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즐기며 일을 하는 와중에도 봉사활동에 관심이 있었는데, 아이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거다. 한국처럼 고아원이나 보육 시설이 있겠지 싶어서 알아봤더니, 호주에는 보육원, 고아원이 없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특정한 가정에서 보호를 받는 시스템이었고, 당연히 아무나 할 수 없었다. 아이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위해서는 블루카드가 필요했고, 나는 그 블루카드를 발급받을 방법을 몰랐다. 나를 인증해 줄 기관을 찾지 못했던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만큼 부지런하게 찾으려고 하지 않았다. 서비스직에 질려가던 차. 사실 질렸다기보다는 체력이 받쳐주지 않아서 나이가 들어도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는 찰나, Education support에 대한 정보를 일본인 친구에게 얻을 수 있었다. Certificate 3를 수료하면, 티처 에이드로서 일을 할 수 있는데, 그간 disability 나 어린이집 선생님과 같은 공부와는 달리 굉장히 흥미가 생기는 과목이었다. 그래서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더 흥미롭고 많은 걸 깨우치는 중이다.

실습할 학교를 스스로 찾아야 한다. 먼저 콘택트 한 학교는 사립학교였으나, Tafe과 아직 제휴가 돼있지 않아 조금 더 기다리라는 학교 측의 답변이 있어서 인터뷰를 미뤘다. Trinity Beach State School에 콘택트를 했고 메일로 빠른 답변을 얻었다. 그리고 오늘 교장과 인터뷰를 했다. 교장이 나이 든 남자일 거란 나의 선입견이 무색하게 젊은 여성이 커리어 우먼의 상징인 커트머리를 하고 뚜벅뚜벅 내게 걸어왔다. 간단히 나의 소개를 하고 학교에서는 Prep, disability, diversity (second language), 그리고 리딩클럽에 티처 에이드를 배치한다고 많은 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단 로테이션을 돌려보고 제일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곳에서 실습을 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리딩클럽에 제일 흥미가 생겼지만, 일 손을 필요로 하는 어느 영역이든 상관없다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도와주는 일이 좋다. 다른 사람 앞에 서서 이끌어주는 일보다는 도와주는 위치가 내게 적합하고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중요한 업무라는 확신도 있다. 호주에서 공립학교를 보내면 아이들이 마약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서 대부분 사립학교를 보낸다는 말을 익히 들어왔다. 그리고 그 공립학교 아이들은 말을 잘 듣지 않을 거라 힘들 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 사람들은 아이들을 일일이 다 만나보고 하는 말인지. 가만 생각해 보면 말을 잘 들으면 그게 아이들인지. 어렵고 말을 잘 듣지 않아서 아이들인 것인데, 그래서 그 아이들을 잘 보호하기 위해 선생님을 돕고 아이들을 돕는 게 나의 업무고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공부의 목적인데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여태 사립학교가 무조건적으로 나을 거라는 선입견을 가졌던 자신이 부끄러워졌고, 그 말을 사람들에게 하고 다닌 과거가 후회되었다.

죄책감을 선함으로 베푸는 것이 진정한 구원이라고 책에서 읽었다. 나는 돈벌이 수단으로만 일을 하기보단 사명감을 가지고 나를 만나는 모든 아이들이 0.1초라도 사랑받는 기분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 올해 봉사활동과 실습의 목표다. 사실 실습은 일주일에 하루만 가도 되는데 이틀 동안 나가서 실제로 부딪히고 싶다. 그래야 일도 빨리 늘고 이 업장에 뛰어들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한다. 안 해봐서, 아직 몰라서, 말 안 듣는 아이들을 못 만나봐서 내가 이렇게 말하는 거라고 말을 전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아직 모르고 싶다고, 겪어보지도 않았는데 미리 아이들에게 말 안 듣는 죄 많은 사람 취급하는 어른이 되고 싶지는 않다고. 어려움을 겪은 후 내가 하는 말이 달라지더라도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네. 그렇다고 해서 너무 설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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