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한국말 참 어렵더라!
남의 나라 언어 배우는 게 참 쉽지 않다. 그 나라의 문화가 들어있는 언어라는 건 단순히 책으로만 배우기에는 쉽지 않다는 건 영어공부 조금 해본 사람들이라면 잘 알듯 하다. 그놈의 성문 기본 영어, 멘투멘 등의 문법책을 백날 달달 외웠지만 정작 외국인이 길 물어보면 얼어버렸던 기억들이 허다했다. 언어 재능이 있거나 피나는 연습을 하는 친구들은 3,4개의 언어를 구사하지만 나에겐 그런 재능도, 배우겠다는 열정도 없었으니 핑계일 수 있지만 언어, 남의 나라 언어를 배우는 건 어쨌든 어려웠다.
브런치에 글을 다 쓰고 맞춤법 검사를 누르면 최소한 100개 이상의 틀린 단어들이나 띄어쓰기가 나온다. 빨간색의 단어들이 한가득 보이니 코리안 네이티브 스피커인 나만 아는 매우 창피한 순간이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많아?' 하면서 하나씩 열심히 보고 수정하기를 눌렀지만 어느 순간 왜 틀렸는지 이유를 찾기보단 빨리 수정하기를 누르고 다시 읽어보면서 이상하거나 바꿔야 할 단어와 문장을 수정했다.
그렇게 맞춤법 검사를 하다 보면 참 재밌게도 문법적으로 틀리거나 기존에 관행처럼 사용한 것들에 대해선 모두 다 수정되진 않았다. 국어시간에 가장 대표적으로 배웠던 '역전앞' 이란 단어는 역전이라고 잘 수정됐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에 대해서는 조금 달랐다. 부모님들이 의사들을 의사 선생님이라고 부르기에 나 역시 글에다 의사 선생님이라고 썼다. 그리고 글을 읽다가 '사'는 한자로 '스승 사' 이니까 역전처럼 중복되기에 의사님으로 바꿨다.
아내가 내 글을 읽고 퇴고를 하다 의사 선생님인데 왜 의사님이라고 썼냐며 물어봤다. 이유를 설명하니까 그래도 의사 선생님이라고 부르던데 라며 넘어가긴 했다. 이런 표현이 궁금해서 포털사이트 '의사 선생님이라는 표현이 맞나요?'라고 검색을 해봤다. 역시 누군가는 이미도 생각했고 기사로도 나왔다.
단순히 한자로 겹쳐서 잘못되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기사를 읽다 보니 종속관계까지 거론됐다. 선생님이라는 글자가 붙으면 '따라야 하는 대상'이 되고 지금 시대에 의사와 환자는 대등한 동반자 관계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다. 그래도 존경하는 대상으로 부른다면 의사님이라고 부르는 건 어떨까 하며 기자가 글을 마쳤다.
검색을 계속하다 보니 의사님이라는 표현도 적절하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더 재밌는 건 '자녀에게 의사 선생님이라고 알려주는 게 맞나요?'라는 질문에 댓글들 이였다. '의사양반' 부터 '의사 아저씨', 'doctor', '원장님' 등 누군가는 재미로 썼고 누군가는 진정성 있게 썼다.
그중에 관심 가는 댓글은 '특정 직업에 대한 가치판단은 아이 스스로 할 수 있으니 의사 선생님이라고 불러도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이렇게 단어 하나를 두고 검색하다 보니 삼천포로 빠지긴 했지만 올바른 표현을 찾아야 했다. 기존에 하던 데로, 관행처럼 사용했던 단어나 표현들이 어찌 보면 글쓰기에서 만큼은 맞게 사용되고 있는 것인가를 염두하다 보면 한국어가 다른 외국어보다 더 어려웠다. 모르면 알아가면서 배우면 되는데 한국말은 '다 아는데 뭘 배우냐' 는 식으로 생각하거나 내가 아는 단어는 이게 맞는데 하면서 그냥 무시해버리기도 했다. 한국인이 한국 문법책을 본다면 좀 이상했고 문법책 없이도 생활하는데 큰 불편함이 없으니 굳이 문법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글을 쓰다 보니 문법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쉽게 읽고 넘어갈 수 있지만 글을 쓰는 사람 입장에선 정확한 표현과 문법을 구사해야 할 것 같다. 말은 내뱉으면 사라지지만 글은 지우지 않는 한평생 남아있으니 조심스럽게 쓰다 보니 글쓰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처음엔 그냥 생각나는 대로 쉽게 썼지만 지금은 이게 과연 맞는 표현인가를 곰곰이 생각하고 뜯어보니 아닌 것들도 많았다. 이런 걸 하나하나 다 신경 써서 글을 쓰면 한 문장 작성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그리고 여전히 빨간색의 단어들은 100개 언저리로 나왔다.
코리안 네이티브 스피커인데 한국말을 주둥이로만 할 줄 알았지 올바른 문장 하나 쓰지 못하고 있음에 다시 한번 깊이 반성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