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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한 Jan 15. 2022

퇴사자의 재입사 적응기

찰리 한! 총무 해볼 생각은 없어?

2021년 11월 말, 경영팀의 부서장에게 카톡이 왔다. 시간 되면 잠시 만나자는 짧은 문장이었고 난 단번에 알아챘다. 이유는 동료이자 상사에게 들은 말이 있어서 이다.

"찰리 한! 총무 해볼 생각은 없어?"


이 말을 들었을 때 처음 드는 생각은 난 총무를 할 정도로 꼼꼼하지 않고 사업부에서 강사를 관리하며 그들의 어려움을 해결함과 동시에 그걸 해결한 나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는 게 더 좋았다. 이것저것 다 챙겨야 하는 총무는 나에겐 전혀 어울리지 않았고 회사를 오랫동안 다녀서 그간 총무들의 만행을 옆에서 보며 안타까웠을 뿐 그 자리는 내 것이 절대 아니라는, 남일 같은 생각으로만 지내왔다.

두 번째 생각은 '그만큼 사업부에서 내가 차지하는 위치, 업무능력은 그리 크지 않았구나'였다. 핵심 직원이라면 과연 나한테 이런 말을 했을까?

하지만 두 번째 생각은 크게 기분 나쁘지 않았다. 곧이어 동료가 말하길 그간 총무들의 만행은 나도 알고 있고 급작스런 총무의 사직으로 인해 이번엔 좀 더 심사숙고하고 총무를 뽑고 싶어 하는 대표님의 마음과 경영팀 부서장 역시 동일하기 때문에 회사를 잘 알고 있으며 사업부와 잘 지낼 수 있는 직원을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재입사하면서 했던 다짐은 '어떠한 위치에, 어느 부서에 날 배치하든 최선을 다하겠다' 였으니 조직개편을 하면 타 사업부에 배치될 줄 알았는데 총무라는 생판 해본 적도 없는, 경력도 없는 것을 제안하게 될 줄 이야 생각도 못했다. 그래서 난 능력이 안된다며 거절했고 상사는 곧 경영팀 부서장이 연락할 테니 잘 생각해보라고 얘기했다.

퇴근 후 아내한테 총무 자리 제안을 받았다며 혼자 이상하게 들뜬 마음을 갖고 말했다. 매우 기분 나쁜 아내, 그리고 이상하게 들뜬 나, 우리 둘 사이에 대회는 창과 방패 같았다. 아내는 내가 갖고 있던 두 번째 생각이 가장 컸다. 아무리 2년 나갔다 왔다지만 이건 너무 한 거 아니냐, 그간 찰리 한 네가 했던 업무능력이 이렇게 저평가되는 건 상사나 대표나 너무 무례한 거 아니냐며 분을 터뜨렸다. 수많은 창들을 나에게 던졌고 방패로 막아야 하기에 회사를 옹호하게 됐고 그간 총무들의 어이없는 만행에 대한 일장 연설을 시작했다.


회사 물품에 개인용 물품을 슬쩍 껴서 구매하기도 했고 법인차를 몰고 애인과 데이트를 하기 위해 자동차 극장을 가질 않나, 주말에 지방으로 여행을 갔다. 주말이 지나고 차 타고 외근 나가려면 연료 게이지는 불을 켜댔고 참다가 도대체 누가 이렇게 예의 없게 하나 하며 내비게이션을 본 결과 여기저기 자동차극장과 들어봄직한 관광지가 검색기록으로 남겨있었고 차를 쓴 사람을 찾아보니 총무였다.

또 다른 총무는 본인의 말이 곧 회사의 방침이다 라는 쓸데없는 권위의식을 갖질 않나, 부서 간의 협의를 하며 결정해야 할 것들을 혼자 결정해서 경영팀과 사업팀 간 분쟁을 만들었다.

경영팀이 먹을 욕은 참 많이도 먹었고 부서장의 얼굴은 그늘이 드리웠다. 거래처와 비용 합의를 위해 미팅을 하면 업체 편을 들면서 과도하게 비용을 낮췄다며 부서장을 깎아내리는 행동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이런 안타까웠던 상황이 많았고 그때마다 사업부로써 많은 돈을 벌어올 테니 좋은 총무를 꼭 뽑으시라며 조금이나마 위로를 드렸다.

이런 상황을 다 고려해봤을 때 2년간 나갔다 돌아온 내가 제일 좋은 타깃이 될 수 있었다. 아직 디지털 사업이 익숙지 않지만 부서장들을 얼추 알고 있어 소통이나 요청에 있어 큰 잡음 없이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 회사의 인재상, 비전, 교육 콘텐츠를 잘 알고 있어 동료에게, 또는 신입사원에게 잘 설명할 수 있다.

대표님도 믿고 맡길 수 있는 대외비 업무를 수행할 수 있고 적어도 회사 물품은 거짓 없이 투명하게 구매하는 신뢰마저 있다. 문서작업은 꼼꼼하지 못해도 행동은 빠르니 즉각 필요한 소모품을 구매하거나 설치한다거나 할 수 있다. 이런 여러 가지가 아주 잘 맞아떨어졌으니 내가 총무로 지목될 수 있다고 아내의 의견에 반론을 냈다. 하지만 그 총무의 제안을 경영팀 부서장에게 공식 요청이 아닌 단지 상사가 어떠냐고 물어봤는데 혼자 자뻑도 이런 자뻑이 없었다.

"그래! 당연히 나 밖에 없지. 뭐로 봐도 내가 제일 신뢰할 만 하지"라고 정말 못 봐줄 정도로 우쭐거렸고 그게 들뜬 마음을 갖게 했으니 아내한테 저리도 들뜬 마음을 갖고 말했던 것이다.

"잘 생각해 찰리 한! 총무로 가면 이제 동료는 너의 고객이 되는 거야. 그리고 사업부에서 더 배워서 나중에 이직을 하더라도 잘 되지. 총무로써 이직은 쉽지 않아. 모든 직원들의 컴플레인을 다 받아야 해! 적당히 선 그을 줄도 알아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있어?"

내 대답은 전혀 "아니오"였다. 선 넘는 행동은 해도 누군가와 선을 긋는 건 정말 못한다. 해달라면 영혼을 팔아서라도 해주며, 부탁하면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한다. 친한 동료가 고객이 된다는 생각을 하니 가까운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도 생겼고 살람살이를 잘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나를 다시 발견하고선 들뜬 마음을 잠시 가라 앉혔다.

아내 말 들어서 손해 볼 건 없다는 경력자들의 말을 깊이 새기며 마음속으로 '넌 총무로써의 적임자는 아니야'라는 부정적 시선과 마음을 계속 되새겼다. 사업부에서 앞날의 내 계획과 목적을 세우며 즐거운 상상만 하며 지냈다.

그로부터 2주 뒤인 11월 말에 경영팀 부서장의 카톡을 받았으니 마음속 거절에 대한 말을 시작했다.

"전 총무의 자질이 없습니다. 총무는 꼼꼼하고 알뜰살뜰 다 챙겨야 하지만 전 돈 벌어오는, 영업이 맞지 내부 살림은 잘 못하며 꼼꼼하지 않아 놓치는 게 많습니다. 무엇보다 전 사업부에서 더 많은 걸 배우고 싶습니다"

나름 당차게 내 포부와 단점을 들어냈고 다 듣던 경영팀 부서장은 앞날을 위해, 사업부의 부서 재배치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할 바에 총무로 와서 좀 더 안정적으로 앞날을 계획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얘기와 단점보다 장점에 대한 것들이 더 잘 맞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난 다시 거절하며 2022년도의 사업이 너무 기대되며, 어려운 사업이 예상되지만 그러면서 내가 성장해간다는 걸 알기 때문에 힘들어도 잘 버티면서 성장하겠다고 한번 더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내심 궁금해서 혹시 부서장의 생각인지, 이 모든 건 대표님도 동일하게 생각하고 있는 건지 물어봤다. 만약 이 질문을 하지 않았다면 총무 자리는 다시 물어볼 리 없었지만 부서장의 대답은 이랬다.

"직원의 부서 간 이동은 대표님의 허락이 필요하며, 총무 자리는 특히 더 대표님이 신경 쓰는 부분이에요. 당연히 허락하셨죠"

대표님의 재까지 됐다고 다시금 내가 회사에 재입사할  갖았던 마음을 생각하게 됐다. 1년간은 어느 자리에서건 최선을 다하자 였고 그게 설령 어디라도 가겠다던  다짐이 그냥 말로만 했던 건가 하고 고민하게 됐다. 사업부 경력은 있으니 다른 사업팀에 가더라도 잘할  있을  같은데 이건 생판 처음인 총무라는 자리다.   냉정하게 생각해야 했다. 훗날 혹시라도 회사에서  내친다면, 아니면 내가 그만둔다면 총무 경력 딸랑 1~2 차에 40 넘은 아재가 이직이나   있을까 하는 현실을 무시할  없었다.

거절하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은 게 한순간 다 수포로 돌아갔다. 다시 대답을 했다.

"1주일만 더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단호하게 거절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경영팀 부서장의 마음도 잘 알고 회사의 사정도 잘 알아서였다. 쓸데없는 정의감인지,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못 넘어가고 도와주려는 오지랖인지, 대답을 하고 나서 업무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도대체 총무는 무슨 일을 하는 걸까? 내가 총무와 정말 어울리는 걸까? 하며 검색을 시작했다. 총무의 업무, 자질, 능력, 주요 성과... 등등 업무에 대한 모든 걸 찾아봤는데 의외로 동아리 총무는 나오지만 현실적인 기업의 총무 업무는 그리 잘 나오지 않거나 이론상, 입사 전 이런 이런 능력이 필요하다 정도였다.

그만큼 회사마다 원하는 업무 능력이 다르기도 하고 정확한 정의 없이 정말 이것저것 다 해야 하는 게 총무라는 것만 확실히 알았다. 총체적 업무를 하는 게 총무였다. 아주 두리뭉실하고 신경 쓴다면 회사 바닥을 걸레질할 정도로 챙겨야 하고 신경 안 쓴다면 주어진 업무만 하면 적당히 욕 안 먹고 지낼 수 있는 자리라는 건 확실히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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