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일간의 호주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겨울에 여름으로 떠난 탓일까, 유난히도 좋았던 이번 여행.나의 인스타그램에는 화창했던 호주의 날씨와, 아들이 자연에서 소소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던 크고 작은 도전들, 이번 여행에서 마주칠 거라고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신비로운 자연들로 가득하다. 7살 아들을 데리고 재택근무하는 남편과 함께 셋이 떠났던 호주 여행. 아이의 방학 때마다 이벤트로 가는 어느 여행과 비슷할 거란 나의 짧은 생각은 보기좋게 틀렸고, 아이와 우리 부부 인생에 짙게 남을 만한 단단한 추억이 되었다. 여행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는 지도 내 안에 가득하다. 여행지에서 느꼈던 내 생각과 에피소드를 잊을까봐 어서 함께 나누고 싶은 말도, 생각도 많은데 다 접어두고 짧게나마 내게 가장 중요한 걸 먼저 적어보려고 한다.
여행에서 돌아온 지 5일 째. 여행을 다녀온 이후, 나의 삶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 어떻게하면 여행에서 받았던 좋은 영향들을 나의 일상에 어떻게 녹여내보면 좋을까에 대한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습관처럼 먹었던 다이어트보조식품과 콤부차. 지난 5월 수술을 받은 이후 필라테스 수업을 정지해놓고, 운동은 언제나 내게 마음의 숙제였다. 수술 후 쉽게 회복되지 않았던 체력에 운동은 언감생심이라 생각하고, 눈에 띄게 줄은 운동량에 조금이나 도움이 될까하여 먹기 시작한 다이어트 보조식품과 콤부차는 어느새 나의 일상에 깊이 자리잡고 있었다.
호주에 갈 때는 반드시 챙겨야 하는 다른 짐이 많았기에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일주일 정도치만 챙길 수 있었고, 그마저도 다 떨어지고서는 호주 음식이 기름질테니 체중관리는 반포기 상태나 다름 없었다. 그런데 왠걸, 점점 몸이 가벼워지는 것이다. 하루에 기본 만보씩은 걸어야 했고, 아이와 둘이 음식점에 가니 메뉴 두 개를 시키기에는 음식이 많이 남아 메뉴 하나씩만 시키게 되었다. 더불어, 호주 시간으로 오전 10시(시드니), 오전 11(브리즈번)에 재택업무가 시작되는 남편을 위해 아침식사는 주변 브런치까페에 가서 반드시 챙겨먹었는데, 한 달 반동안 아침을 잘 챙겨먹고, 점심을 반 정도만 먹게 되니 저절로 식단 관리가 된 것이다. 땀 흘리며 열심히 걸었기에 간식이며, 저녁은 든든하게 잘 챙겨먹었는데도 몸이 가벼워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한국에 돌아와 내가 지키고 싶은 것은, 굳이 한식이 아니더라도 아침을 든든하게 챙겨먹고 점심을 적게 먹는 것이다. 또 한 가지 큰 변화를 주고 싶은 것은 한식을 강요하지 않는 것이다. 호주에 가기 전에는, 아이를 위해 꼭 한식을 먹어야 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쌀을 많이 좋아하지 않는 아들에게 마치 너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쌀 밖에 없단다라고 강요하듯 매식사에 한식으로, 그것도 굉장히 푸짐하게 들이밀었었다. 아들이 또래보다 키도 작고 몸도 왜소한 점이 나 때문이 아닐까 의심했었는데 별 재료가 들어가지도 않고 치즈만 들어간 파스타 한 그릇을 눈 깜짝 할 사이에 비워내는 아들을 보고 그 의심이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샌드위치를 먹을 때 웃으며 한 접시를 뚝딱 비워내고, 메인 메뉴에 곁들여져 나오는 음식을 갖고 여러 조합을 만들어가며 맛있게 먹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 아들이 음식을 즐길 줄 아는 아이구나 느꼈고, 나의 어리석은 고집으로 아이가 먹는 기쁨을 누리지 못하게 한 것 같아 죄책감도 들었었다. 이제라도 호주에 와서 아이의 식성을 알게 된 게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 일인지.
한국에 돌아온 지 5일이 지났고, 현재까지 여행 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아침식사라고 말할 수 있다. 마트에서 양상추와 아보카도, 통밀 식빵, 토마토 등 샌드위치 재료를 한가득 사와 매일 아침 아들과 함께 샌드위치를 만들고, 웃으면서 아침식사를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호주에서 맑은 하늘과 강렬하게 내리쬐는 햇볕을 받으며,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 좋은 기운이 나와 내 가족의 식탁에, 또 우리의 일상에 잘 녹아내려, 호주의 햇볕처럼 좋은 에너지를 만들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