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를 걸으면서 아픈 기억을 불러온다.

by 김기만


오늘 아침 "31g 은화 때문에 5만 명 몰렸다…'영남 알프스'서 무슨 일(중앙일보 2021.9.5)"이란 기사를 보니 영남알프스를 완주하면 주는 완등 기념 은화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울주군에서 예산을 추가로 확보하려고 하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5만 명이 왔다 갔다고 한다.

나도 이것을 알고 상해에 가 있는 친구도 안다. 둘이서 완등할 기회를 노려보다가 친구가 상해로 근무를 나가 나혼자만의 산행을 꿈꾸는데 쉽지가 않다.

나는 완등은 못했지만 9봉 중에 6봉은 올랐는데 하고 추억을 되새겨 보면서 금년 가을에는 나머지 3봉을 올라가고픈 마음이 저절로 나오게 만든다.


그때의 기억을 소환해본다. 친구 셋이서 등산을 다니다가 한 명이 부산으로 발령받은 후 셋이서 밀양에서 밤에 만나 하룻밤을 보내고 이른 새벽 석골사에서 출발하여 운문산, 가지산, 천황산, 재약산 이렇게 간 후 밀양의 표충사로 하산하기로 계획을 세우고 금요일 밀양으로 집합하였다. 한 명은 부산에서 두 명은 서울에서 기차 타고 밀양으로 이동을 하였다. 부산에서 밀양에 가장 빨리 도착하여 밀양을 탐색하였다. 밀양은 어쩌면 이창동 감독의 밀양(secret sunshine)의 배경 도시이며, 곽경택 감동의 똥개의 배경 도시이다. 밤에 도착하고 밤에 떠나야 하는 도시에 감흥이 없어 그래도 추억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아랑전설의 영남루를 향해 보았다. 밀양시청에서 소개하기를 "낙동강의 지류인 밀양강변 절벽 위에 위치한 영남루는 깨끗한 밀양강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외적인 아름다운 모습뿐만 아니라 높은 누각에 올라 바라보는 주변의 경치 또한 수려하다. 특히 화려한 단청과 다양한 문양 조각이 한데 어우러진 누각에는 퇴계 이황, 목은 이색, 문익점 선생 등 당대의 명필가들의 필적을 볼 수 있다"라고 한다.

밀양시청에서는 야경이 멋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이를 볼 수가 없어서 접근을 하였는데 영남루는 야간에 폐쇄되어 있어 그냥 영남루가 여기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는데 만족했다.


밀양 시장 근처에 도착하니 지금은 코로나 19로 축제가 중지되었으나 당시 시장축제가 종료가 되어 아직 그 여운이 남아있다. 주변 식당에서 그 여운을 즐기면서 다음날 이동을 위한 준비를 서둘러본다. 그래도 버스터미널이나 기차역 부근이 객을 위한 시설도 있고 택시도 쉽게 이용할 수 있어 근처에서 유숙한다. 다음날 택시를 사전에 예약할 수 있어 예약하고 오랜만에 만났지만 내일 산행을 하면서 그동안의 이야기를 하기로 하고 잠을 남자 셋이서 같은 방에서 청해 본다.


영남알프스를 걸으려면 운문산에서 시작하여 재약산까지 종주한 후 표충사로 내려오는 것을 1코스로 걷고, 배내고개에서 출발하여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을 거쳐 통도사로 가는 2코스로 걷기로 하였다. 마지막으로 떨어져 있는 문복산과 고현산을 따로 오르기로 하였다.


새벽에 일어나 기다리고 있는 택시를 타고 운문산을 간다. 석골사에서 출발하기 위하여 입구까지 택시를 타고 도착하니 스님이 새벽예불을 드리고 있다. 방해하지 않기 위하여 조용하게 지나간다.


석골사는 천년고찰이라고 한다. 주변을 깨우지 않기 위하여 우리들은 새벽 4시에 조용히 지나간다. 예불드리는 스님들이 조용히 움직일 뿐이다.

밀양 운문산 자락에 위치한 천년고찰 석골사 아래에는 시원한 폭포수와 계곡이 흐르고 있다는데 새벽이라 볼 수 없어 아쉬울 뿐이다. 운문산을 올라가는 길은 가파르다.

폭포도 있고 꽃도 있고 실개천도 있으며 데크도 있다. 산은 오르면서 주변을 돌아보는 즐거움이 있다. 아무것도 없을 때는 그냥 힘들 뿐이다. 산이 있기에 오른다고 할 수 없다.

친구가 저만큼 앞서가는 데 우리는 뒤에 쳐져서 쉬엄쉬엄 갈 뿐이다. 가파른 길을 올라선 후 멀리 볼 수 있는 곳에 가 건물 같은 암자가 있다. 대도시 주변이라면 번듯한 건물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인데 아니면 불교의 무소유의 그대로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상운암이다. 최근에 ebs의 한국기행에 나온 것을 보았다. 당시에는 이 암자를 지키고 계시는 지수스님이 자리를 지키지 않아 잠겨 있었지만 최근 방송을 보니 지나가는 산객들과 담소를 자주 나누면서 햇빛은 형광등, 바위는 빨래건조대. 샘물은 냉장고라고 하였다. MBN에 자연에 산다의 그 자연인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상운암을 지나서 20분이 안되어 운문산 정상에 도착한다. 첫 번째 산을 3시간 걸려서 올라왔다. 쉽게 오를 것 같았는데 지쳐간다. 그렇게 쉽지 않은 산행길이 될 예감이다. 운문산은 경남 밀양시 산내면과 경북 청도군 운문면을 경계하는 영남알프스 2봉 운문산(雲門山·1195m)은 산 아래 운문사 때문인지 청도군의 산이라 알려져 있으나, 운문산을 오르는 산길은 청도보다도 밀양이 더 다양하다고 한다. 친구는 부지런하게 올라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다.

운문산 정상에서 바라다보는 산은 고산지대로 연결되어 있다. 영남알프스는 1000m 이상의 높은 산이 9개가 있다. 경북 청도, 경남 밀양, 울산 울주에 지역에 분포되어 있다. 운문산에서 청도로 밀양으로 다시 가지산으로 이동하게 된다.

산을 종주하면서 앞으로 가야 할 산을 가늠해본다. 오늘은 산을 한 바퀴 도는 만큼 맞은편 산을 담아 본다. 맞은편 저 봉우리가 천황산일 것이다. 8시간 쯤 후에 저기에 도착해 있어야 하는데 하는 고민이 있다. 표충사에서 밀양 나가는 버스가 6시가 지난 쯤 있으니 그것을 이용해야 한다. 멀리 보이는 능선이 그렇게 이쁘게 보이는데 아직은 저산까지 가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하였다.

가지산으로 발을 옮긴다. 시작을 했으니 그래도 목적지까지는 가야 한다. 포기하지 않으려면 가야 한다. 잠시 여유를 갖고 쉬어가더라도 목적지를 향해 걸어야 한다.

갈림길에서 고민을 하지만 걷고 또 걷는다. 운문산과 가지산 갈림길에서 이정표에 배낭을 걸어놓고 주변을 돌아보고 가지산 갈길을 가늠할 뿐이다. 산객들이 우리에게 길을 묻는다. 우리도 초행인데 단지 이정표와 전자지도를 이용하여 우리의 의견을 개진할 뿐이다. 이곳 지리에 밝으면 그래도 의견이 가치가 있겠으나 단지 산을 많이 다녔다는 것으로 길을 설명할 뿐이다.


갈림길에서 가지산을 오르는 길은 가파르다. 친구는 앞서간다. 두 명은 쳐져서 따나 가기 급급하다. 그것이 지치는 가장 큰 원인이다. 군대에서 행군을 할 때 앞에서는 걸어가지만 뒤에서는 뛰어가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또래 집단과 같이 수능을 치고 대학 가고 취업을 한다면 그렇게 어렵지 않게 집단과 같이 갈 수 있는데 쳐질 경우 또래집단을 따라가기 어려운 경우가 현실이다. 하지만, 또래 집단에 같이 못했을 경우에도 나만의 포지션을 새로 만들고 그것에 나를 최적화시키고 그것으로 삶을 살면 어려움이 없어질 수 있다. 한발 늦었지만 늦은 것이 아닐 수가 있는 것이다. 힘겹게 한 단계 올라선 봉우리에서 평탄한 능선길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운문산에서 가지산을 넘어갈 때 이렇다.


힘겹게 내려온 후 다시 힘겹게 1000m 정도를 가파르게 오른다. 그 후에는 평탄한 1000m 고도를 걷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월간 산에 보니 가지산과 관련하여 "가지산은 원래 석남산石南山이었으나, 1674년 석남사가 중건되면서 가지산으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신라 흥덕왕 때 전라도 보림사의 가지 선사가 와서 석남사를 지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전해지기도 한다. 까치의 이두식 표기인 가치에서 비롯됐다는 설도 있다. 내륙 산들 가운데 가장 먼저 해돋이를 볼 수 있으며, 쌀이 꿀 방울 흐르듯 또닥또닥 나온다는 전설을 가진 쌀바위도 유명하다.

또한, ‘迦智山’의 불교적 의미는 ‘부처가 대비大悲와 대지大智로 중생을 돌보는 지혜를 가진 산’이란 의미다. ‘迦智’는 중생이 그 지혜를 만나서 배우고, ‘加智’는 그 지혜를 중생 스스로 더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라고 되어 있다. 가지산은 영남알프스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가지산 정상 부근을 제외하고 전형적인 육산이다. 정상 부근은 암릉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지산에서 쌀바위 쪽이 아닌 석남고개를 거쳐 능동산 천황산으로 가야 한다. 어느 순간 알바를 했다. 왜 했는지 모르겠다. 그것은 능선길을 좋아해서라고 답을 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오르거나 내려올 때 능선길로 가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능선길이 오를 때는 문제가 없는데 내려올 때는 수시로 문제가 된다. 그 이유는 내가 가야 할 목적지와 다른 방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의 능선은 석남터널을 거쳐서 도로로 내려가는 코스로 내려가면 얼음골로 가는 길이다. 400m 이상을 내려왔다가 올라간다. 그리고 지친 가운데 이제 무엇을 먹었다. 급하면 돌아가야 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우리들이다.


내가 먹은 것이 잘못되었는지 갑자기 걸음이 나 혼자 느려진다. 친구들을 앞세우고 따라가지만 갈 수가 없다. 석남터널로 내려가서 밀양에서 만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친구들에게 늦는다고 하고 석남고개에 앉아서 20분 이상 앉아 쉬고 있으니 회복이 된다. 산행을 하면서 힘들면 쉬어 가야 한다. 그리고 내가 한발 뒤에 간다고 하여서 그렇게 낙담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20대 초반에 또래집단에 비하여 뒤쳐져 있지만 인생은 길게 보아야 할 것이다. 충전의 기회로 삼고 자기 충천을 하고 가면 된다.


다시 걷는다. 친구들은 30분 이상 저 멀리 가있다. 능동산을 오르면 평탄하게 갈 수 있다. 에너지 보충을 위해 수분을 계속 공급하여 물이 부족하지만 친구들이 나를 위해 물병을 두고 갔다. 쉬엄쉬엄 가는데 산길 30분을 따라잡는 것이 쉽지 않아 포기하고 내 역량에 맞게 걸어서 능동산 정상에 나 혼자 인증샷을 남긴다. 배내고개로 내려갈 수 있고 천황산으로 갈 수 있다. 멀리 얼음골에서 올라오는 케이블카 정류장이 보인다. 저기에서 하산할까 고민을 해보지만 너무나 평탄한 길이다. 오르지도 않고 내려가지도 않고 산 능선을 그냥 걸을 뿐이다. 임도가 평탄하게 나 있을 뿐이다. 지친 나에게 너무나 좋았다.

샘물상회라는 것이 보이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그냥 걸었다. 앞에 간 친구도 있고 천황산이 저만치 보인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온 사람도 보이고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려는 사람도 보인다. 샘물상회에서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다고 하는데 혼자서 무슨 재미가 있을까 그냥 걷는다.

샘물상회를 지나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온 사람들이 떠들썩하게 걷는 것이 좋아 보였다. 지금 돌아보니 석남고개에서 내려가는 것도 힘든 것이었고, 케이블카를 이용하여 하산하는 것도 힘들 여정이었다. 그곳에서 밀양시내까지 가는 것이 그렇게 쉬운 여정이 될 수 없다.


천황산을 살짝 오르면서 능동산에서 천황산은 그저 트래킹 구간으로 걸었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능동산만 오르면 그냥 걸으면 되었기에 14시간의 산행이 가능했다고 보면 된다.


천황산에 도착하니 산객이 어디에서 오냐고 묻는다. 내가 지쳐 보이는 것 같아서 그렇게 묻는 것 같다. 운문산에서 왔다고 하니 하루 동안 많이 걷는다고 격려를 한다. 이곳에서 천황재를 거쳐 재약산을 갈 수 있으나 표충사에 도착에 필요한 시간이 부족할 것 같으니 평전에서 표충사로 직접 가고 다시 한번 이곳에 오기를 권고한다. 12시간쯤 걸은 내 다리도 천황재에서 재약산 올라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 같아 한동안 주변을 감상하고 평전으로 내려간다.

천황산에서 전체를 볼 수 있어 사진기에 담을 수 있는 만큼 담아 본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천황재에서 표충사로 바로가기보다는 재약산을 올라갔다가 고사리분교 터를 지나 표충사로 가는 것이 가파른 내리막을 적게 내려갔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천황재에 도착하여 뒤를 돌아보고 주변을 돌아보면 장관이다. 가을에 보여주어야 할 억새가 봄에도 그대로 보여주었다. 가을 햇빛을 받으면 더욱 장관일 것이다.

천황재에서 표충사로 1시간이 안되어서 도착했다. 지친 몸을 이끌고 표충사의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이번에도 산사를 뒤로 들어간다. 산사의 입장료는 있지만 산을 타고 넘어가서 그런지 입장료를 내어본 기억이 거의 없다. 계룡사 갑사를 기점으로 하여 계룡산을 등산할 때는 산사를 우회할 수 없어 입장료를 낸 기억이 있다.


표충사는 사명대사와 인연이 깊은 사찰이다. 신라 무열왕 원년(654년)에 원효대사가 창건하여 죽림사(竹林寺)라 한 것을 신라 흥덕왕 때부터 영정사(靈井寺)라 하였고, 1839년(헌종 5)에는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일으켜 국난을 극복한 서산, 사명, 기허대사를 모신 표충 사당(表忠祠堂)을 이곳으로 이건(移建)하면서 절 이름도 표충사(表忠寺)가 되었다고 한다.

땀을 흘리는 표충비는 이곳에 없다고 한다. 예전에 표충사가 있던 곳에 그대로 있다고 한다. 표충비의 위치는 경상남도 밀양시 무안면 무안리 903-5이며 홍제사라는 사당을 만들어서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표충사는 벌써 어둠의 그늘이 지고 있다. 새벽 4시 30분에 시작하여 벌써 6시가 지났다. 14시간 산행을 한 것이다. 거리는 30km 정도 되고 점심 먹고 탈이 나서 고생을 한 것을 감안하여도 참 많이도 걸었다. 해가 떨어지는 표충사에서 저녁예불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그 종에 맞추어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밀양을 나가는 버스는 표충사 입구 쪽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도착하였다. 밀양까지 가면서 이 동네 저 동네를 지나간다. 밀양을 구경할 수 있는 투어버스가 되었다. 밀양시내에서 기차역으로 가는 버스를 환승하고 기차역 앞에서 저녁을 먹고 서울로 부산으로 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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