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를 걸은 추억은 다시 소환해본다. 9월 5일 자 중앙일보에 난 기사가 추억을 회상하게 하였다.
운문산에서 천황산까지 14시간을 걸으면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고 아픈 기억이 있는데 산이 있으니 다시 걸었다. 같이 걸을 동료가 있으니 걸었다. 살면서 동반자가 필요하듯이 산을 걸을 때도 동료가 필요하다.
셋이서 또 만났다. 이번에는 밀양이 아닌 언양이다. 언양 하면 불고기가 생각이 난다. 주변에 언양불고기가 유명하다고 한다. 언양불고기가 유명해진 것은 1960년대부터이다. 이곳에는 일제 강점기부터 도축장과 푸줏간이 있었는데, 1960년대 이후 고속도로 건설을 위해 모여들었던 근로자들이 이곳의 고기 맛을 보고, 이때부터 소문이 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언양은 울산시에 속하면서 울산의 초입이라고 할 수 있다. 고속철도도 여기에 울산역이 있고 고속도로도 여기에서 울산으로 분기된다. 예전보다 번영하고 있다.
부산에서 친구가 먼저 도착하여 숙소를 잡고 서울에서 도착하기만을 목 빼고 기다린다. 평일 저녁 공휴일 전날 하행 기차는 만석이다. 예약이 쉽지 않다. 업무가 끝나고 기차역으로 그리고 언양역에 도착하니 벌써 10시가 넘어가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도시 한가운데 친구가 남겨준 메시지를 이용하여 숙소를 찾아간다. 시내버스가 아직 다닌다는 것에 감사를 할 뿐이다. 내일도 새벽 4시면 일어나서 택시를 타고 산으로 갈 것이다. 평일 저녁 그리고 공휴일 전날의 숙소는 조용하지 않다. 술 먹은 사람도 있고 우리와 같이 산행을 위하여 온 사람도 있고 다양하다. 서울에서 각기 출발하고 각기 도착하여 3명이 얼추 모이니 12시다. 4시간의 잠자리는 어설프다. 내일 새벽 공기를 가르면서 갈 택시를 예약하고 잠이 들었는데 벌써 알람이 울린다.
주섬주섬 옷 입고 숙소에서 물을 보충하고 커피포트에 뜨거운 물을 온수병에 담으면 산행 준비가 완료된다. 남자들은 간단하다. 여성들에 비하여 준비할 것이 없는 것 같다. 그렇게 군대생활도 한 것 같다.
택시를 타고 배내고개로 간다. 배내고개까지 갈 때 아직 어둠이 그대로다. 헤드랜턴도 없는데 하면서 뒤를 보니 친구가 랜턴을 머리에 쓰고 산행 준비를 하고 있다. 배내고개에서 배내봉을 오르면 일출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영남알프스에서 일출은 어떠할까 사뭇 기대된다.
배내고개는 지리산의 장터목과 같이 이곳을 지나든 장꾼들이 모이든 고개라고 한다. 밀양, 언양으로 가는 길목이다. 사자평에서 이곳을 지나고 얼음골도 이곳을 지나서 간다. 오늘은 배내고개에서 출발하여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을 거쳐 통도사로 내려갈 예정이다. 거리도 20km가 넘는다. 다만 주중에 있는 휴일인 관계로 9시간 정도 걸어 볼 것이다.
배내고개에서 능동산으로 올라갈 수 있고 배내봉으로 올라갈 수도 있으며 도로를 따라 계속 가면 억새밭으로 유명한 사자평으로 쉽게 갈 수 있는 길과 지금은 고속도로가 연결되어 있는 배내골 ic를 만나게 된다. 시간이 난다면 이곳을 다시 한번 걸어보고 싶다. 저번에 못한 재약산을 걸어보고 싶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배내봉을 오르는데 맨뒤에 헤드랜턴을 쓴 친구가 나머지는 앞에서 휴대폰으로 랜턴을 만들어서 오른다. 능선에 도착하시 일출을 위한 붉은 기운이 올라오고 있다. 일출을 볼 때 나는 그 붉은 기운이 퍼지면서 올라오는 것이 태양이 올라오는 것보다 좋아한다. 배내봉 정상을 가기 전에 일출이다. 산에 올라 일출을 볼 때 감격은 항상 똑같다고 할 수 있다.
지구가 태양을 도는 데 우리는 일출, 일몰이다. 영어에서도 sunrise, sunset이다. 우리의 관념이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라고 본다. 해 뜰 때 일어나고 해질 때 잠자는 것이다. 해가 뜨는 것이지 지구가 돌아서 햇빛을 받는다는 어색하다. 이러한 이유로 문학 등에서 그대로 사용하고 일상에도 그대로 사용한다. 오늘도 해는 배내봉에서 바라보는 곳에서 떠올랐다. 저기가 동해안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설악산과 같이 10km 이내에 동해안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간월산을 가기 직전까지 능선길은 평탄하다. 오르고 내리고가 살짝이고 1000m 바로 아래 고도로 10m 정도를 오르고 내릴 뿐이다. 간월산이 보이는데 능선에 살짝 올라 있을 뿐이다. 간월산의 간(肝)은 "곰"등과 함께 우리 민족이 써오던 신성하다는 뜻을 가진 말로서 월(月)은 넓은 평온을 뜻하는 말로 주변에는 널찍한 억새밭이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되어 있으며, 울산 지명사에는 왕봉재에서 긴등고개 사이의 해발 1,083m의 고봉을 말하는 것으로 이는 상북 화천에서 배내에 걸쳐있다라고 지리적 위치를 명시하고 있다고 한다.
간월재에서 간월산을 바라보면 그 멋이 더한다고 할 수 있다.
간월재의 옛 이름은 왕방재, 왕뱅이 또는 '억새 만디'로 불렸다고 한다. 나는 이곳이 제일 멋있었다. 산장이 주변의 풍광과 어울려져 튀지 않아 더욱 좋았다. 가을날 이곳은 억새밭으로 더욱더 빛을 낼 것이다. 간월재의 돌탑이 무엇을 기원하고 있지만 생뚱맞다. 그래도 돌탑이 명소가 되어서 주변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돌탑을 쌓은 것이 산악회라고 들었다. 산행의 무사안녕을 기원하였을 것이다. 우리도 오늘의 산행의 무사안전을 기원하고 돌탑 앞에서 인증숏을 남긴다.
간월재는 임도가 있어 차를 이용하여 이곳에 오는 사람도 있었다. 산장이나 그곳의 휴양림에서 하룻밤을 보내면서 영남알프스를 즐기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본다.
신불산을 오르면서 뒤를 돌아보면서 온 길을 돌아본다. 산을 오르면서 뒤를 돌아보고 다시 사진을 담는 경우는 그 경치가 아릅답기 때문이다.영남알프스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가을날 억새를 보려고 많은 사람들이 붐빌 것이지만 그곳에서 보는 것보다 신불산이나 간월산을 올라 그것을 즐기는 것이 더 좋다고 본다. 1달 전에 운문산에서 천황산까지 걸으면서 아픈 상처를 이곳에서 깨끗이 씻었다. 간월재 억새 군락지를 뒤로 하고 신불산으로 걷는다.
영남알프스의 1000m 넘는 봉우리의 특색이 있다. 산은 정형적인 육산이다. 그런데 정상에 도착하면 바위산이 된다. 흙들이 정상에서 비에 쓸려 나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산의 정상이 산의 남사면이 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북사면은 비에 의하여 쏠림이 심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접근을 하고 남사면은 비에 의하여 바위만 남아 가파른 것이 현실이다.
남반구는 반대이겠지만 북반구에서는 북사면이 그래도 힘들이지 않고 걸을 수 있고 산을 오르는 재미가 있다. 대부분의 암릉산도 북사면에 가면 정상을 가는 길이 있다.
이곳도 산 정상에서 내려오면서 약간은 가파르게 내려온다.
신불재까지 내려와서 영축산으로 평탄하게 간 후 영축산을 오른다. 멀리 영축산이 우리를 기다린다. 영축산은 통도사를 품고 있다. 이곳도 억새밭으로 유명하다. 영남알프스는 억새밭으로 간월재, 신불재가 유명하다고 할 수 있다. 나는 간월재가 더 멋있다고 본다.
신불재의 억새밭이 간월재의 억새밭에 감동으로 주춤하고 그냥 지나친다. 하지만, 이곳의 면적이 60여 만평이고 이 억새평원을 가로지르는 돌담이 있는데 그 돌담을 단조성이라고 한다. 그리고 서북쪽은 많이 허물어졌으나 동남쪽으로 옛모습을 보전하고 있다고 한다. 영축산 억새평원은 한국전쟁 후 피난민들의 애환이 서린 곳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화전개발 등을 하면서 억새를 베고, 감자밭을 일구는 등 이곳에서 한동안 삶을 영위하였다고 한다.
영축산(靈鷲山·1,081.1m)은 오랫동안 취서산, 영취산, 대석산(大石山)으로도 불렸다고 한다. 취서(鷲棲)는 정상의 암봉이 독수리 부리처럼 생겼고, 영취(靈鷲)는 신령스러운 독수리가 살고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2001년 양산시 요청으로 지명이 통일되면서 지금의 영축산이 됐다고 한다. 통도사를 품고 있는 산이라서 불교적 색채를 띤 이름이 더 선호됐던 것으로 생각한다.
영축산에서 뒤를 돌아보면 푸른 초원이 보인다. 저 능선이 가을 햇빛을 받으면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영축산을 오르고 내려가는 길을 찾는다. 바로 통도사로 갈 것인지 아니면 능선을 따라 걷다가 함박등을 지난 후 하산하면서 암자 한두 개를 지나갈 것인지를 고민하였다. 우리는 후자를 선택했다. 우리가 이곳에 언제 올지도 모르는데 한 능선이라도 더 보고 싶은 생각이 우리에게 있었다. 우리 앞에 능선이 우리를 유혹했고 우리는 그 유혹에 넘어갔다.
영축산 정상에서 함박등, 함박재, 채이등, 죽바우등으로 연결되는 능선이 해발 1천m 안팍이며 죽바우등 등 등에서 아래로 뚝 떨어지는 낭떠리지가 일품이라고 한다.
함박등에서 이제는 통도사로 내려간다. 백운암 바로 직전에 재미있는 소나무가 있다. 백운암은 통도사의 12개의 암자 중에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백운암에서 통도사로 내려가는 길은 소나무가 멋있다.
백운암에서 비로암, 극락암을 거쳐서 통도사로 간다.
백운암에서 내려오는데 스님들이 올라온다. 통도사에서 이곳까지 수행 중이라고 한다. 스님들이 걸으면서 수행을 한다. 나는 불자가 아니지만 걸으면서 스트레스를 해소를 한다. 비로암을 가본다. 비로암을 가면서 개울을 건너기 전에 산을 타고 온 땀을 씻어 낼 뿐이다. 극락암도 가본다.
이제 통도사다. 이번에도 사찰을 입장료 없이 들어간다. 통도사 경내가 무척이나 크다. 이 계곡을 들어와서 지나간다면 통도사 경내를 거쳐야 한다. 입장료를 계곡 입구에서 받고 있으니 산을 넘어온 사람에게는 받을 수 없는 것이다.
한국 3대 사찰(삼보사찰)의 하나로, 부처님의 진신사리(眞身舍利)가 있어 불보(佛寶)사찰, 적멸보궁(寂滅寶宮)이라고도 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결정하는 세계유산위원회(WHC)는 2018년 6월 30일 제42차 회의에서 한국이 신청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했다. 우리나라가 등재 신청한 산사는 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보은 법주사, 공주 마곡사 등이다.
통도사에서 입구까지 가는 길이 좋다.
통도사 입구에서 부산으로 친구는 떠나고 우리는 통도사 입구에서 언양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가서 서울로 간다.
영남알프스의 아픈 추억에서 3개 산 운문산, 가지산, 천황산을 지났고, 이번에도 3개 산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을 걸었다. 영남알프스 9 산 중 재약산, 문복산, 고현산만 오르면 9 산을 다 오른다.
이번 가을에는 기회가 된다면 먼저 천황산과 재약산을 가볼 것이다.
김기만 여행 분야 크리에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