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으면 고민을 한다. 그 예보에 따라 집에서 뒹굴뒹굴할 것인지 아니면 산을 올라서 우중산행을 경험할 것인지 고민인 것이다. 선택의 연속이라고 할 것이다. 주말만 산행을 하는 주말 산행객 들은 주말에 비가 온다는 예보는 더욱더 고민에 빠지게 만든다고 할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 산행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안내 산악회의 산행일정을 보니 일기 예보에 따라 특보가 내려진 곳은 모두 산행이 취소되었지만, 별도로 관리하지 않은 산행지는 진행이다. 누구나 고민에 빠져 있지만, 그냥 취소하면 취소수수료가 들어가서 주최 측이 취소하기를 기다린다고 누군가가 이야기한다. 한 번쯤 경험해 보고픈 산이고 위험하지 않은 산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특보가 내려진 상황에서 산을 간다는 것이 참 고민이다. 그래도 산으로 가는 생각은 그때쯤 그곳에 비가 적게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상청에서 공개하고 있는 레이더 사진을 본다. 그리고 예보를 예측하면서 스스로 예보관이 되어본다.
아침에 사당역에 도착하였다. 새벽을 잊은 산으로 가는 사람들이 사당역에 그득하다. 버스시간에 맞게 우산을 쓰고 관광버스에 오른다. 산으로 가는 버스는 오늘도 출발한다. 국립공원 등은 산행을 입구에서 통제하기에 산행이 취소되었고 그렇지 않은 곳은 산행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일반여행객들도 이곳에서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한두 달 전에 동창회, 계모임 등으로 계획했던 일정인 만큼 산행이 아니고 여행을 위하여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그것을 안내하는 사람들이 비옷을 입고 안내를 하고 있다. 우리는 그렇게 서울을 출발하여 남으로 가고 있다.
버스가 달리고 있는 중에 차창을 때리고 있는 빗줄기를 보면서 가슴을 태우고 있는 산행대장은 고민에 빠져 잠을 들지 못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새벽 일찍 나와서 잠을 자고 있다. 오늘 한반도는 비구름이 덮고 있다. 하지만, 남쪽의 한 부분과 동북쪽 끝 부분은 비구름에서 비어 있다. 그 비어 있는 곳을 찾아 나선 산행이지만, 그곳도 어떨게 될지 몰라 스마트폰의 기상레이더를 수시로 본다. 휴게소를 바로 앞에 두고 폭우가 쏟아지고 있어 다음 휴게소로 이동을 한다. 그 폭우가 우리가 가는 장소에는 없기를 기도할 뿐이다. 휴게소에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하늘은 여전히 폭우를 쏟아내고 있다. 그 폭우가 우리가 가는 방향 내내 쏟아지고 있다.
산행대장이 고민에 빠져 있다가 등산객들에게 의향을 물어본다. 산을 가더라도 우회하여 짧게 갔다 오는 것이 어떠냐 하고 의향을 물어본다. 그런데, 몇 명은 그냥 사전에 공지한 일정대로 가자고 한다. 플랜 A, 플랜 B로 할 것인지 물어보니 플랜 A로 그냥 일정대로 움직인다고 다시 공지한다. 버스는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일정변경이 논의되었으나, 일정변경이 되지 않고 공지한 일정대로 움직이기로 결론을 내고 버스는 갈재로 가는 IC를 빠져나온다. 예전 내가 삼남길을 걸을 때 걸어보았던 입암면 사무소앞을 지나 천원을 지나고 있다. 입암저수지 옆을 지나서 갈재를 버스가 올라간다. 예전의 1번 국도를 올라가는 것이다. 지금의 1번 국도는 터널로 되어 있어 갈재를 올라서지 않는 것이다.
방장산이 있다. 전남과 전북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갈재에서 서쪽으로 가는 산이 방장산이다. 동쪽으로는 입암산 그리고 내장산이 있다. 전남을 들어가는 길은 다양하지만 전북에서 들어가는 길은 갈재라고 하여야 할 것이다. 갈재로 통해 대부분 전북에서 전남으로 들어간다. 내가 삼남길을 걸을 때 갈재를 넘어서 정읍에서 장성으로 넘어갔다. 오늘 갈재 정상에서 시작하여 쓰리봉, 방장상을 오른 후 억새봉을 지나 고창읍성이 있는 고창까지 걸어본다. 갈재 정상에 도를 표시하는 이정표가 있고 그곳에 버스가 정차한다.
방장산은 "중국 삼신산의 하나에서 빌려온 이름으로 ‘산이 넓고 커서 백성을 감싸준다.’는 뜻이다. 한국은 중국의 삼신산을 본떠 금강산을 봉래산, 지리산을 방장산, 한라산을 영주산으로 불렀다. 호남 지역에서는 방장산, 무등산, 지리산을 삼신산으로 불렀다. 전라북도는 일봉래로 변산을, 이방장으로 방장산을, 삼영주로 두승산을 삼신산으로 하였다. 예전에는 이 산을 방등산 또는 반등산으로 불렀다. 반등산은 산이 높고 장엄해서 절반 밖에 오르지 못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조선 인조 때 청나라에게 멸망한 명나라를 숭상하던 조선 사대부들이 중국 삼신산의 하나인 방장산을 닮았다는 이유로 이름을 방장산으로 고쳤다"라고 한다([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
버스에 내린 사람들이 하나둘 배낭을 챙기고 움직인다. 우산을 들고 비옷을 입고 배낭에 커버를 씌운다. 그리고 길을 찾아 나선다. 성질 급한 사람들은 보이는 길을 따라나선다. 하지만, 그 길은 아니었다. 그 길은 내려가는 길인데 아무 생각 없이 걸어가고 있어 산행대장이 급하게 아니라고 안내를 한다. 고갯마루에서 서쪽으로 된 임도를 들어서야 한다. 이 길을 모르고 다른 길을 들어선 것이다.
쓰리봉까지 오르고 오른다. 등산로 주변은 조릿대, 산죽이 주변을 장악하고 있다. 그 산죽사이를 가로지르면 쓰리봉까지 오른다. 비는 오고 앞이 잘 보이지 않지만 가파른 오르막이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고 등산로를 따라 내린 비가 개울을 만들고 있다. 그 개울을 가로질러 산을 오른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등산로가 이제는 개울이 되어 흐른다. 쓰리봉을 가기 전 전망대가 있지만 스치듯이 지나간다. 예전에는 써리봉이었는데 어느 순간 쓰리봉이 되었다고 한다. 지리산의 써리봉과 같은 의미로 울퉁불퉁한 바위들이 모여 있어 농기구의 써레와 같은 의미였는데 어느 순가 쓰리봉이 되었다고 한다.
이제는봉수대를 지나고 방장상 정상으로 이동하면 된다. 비구름이 지나갔는지 이제는 비가 오지 않고 산안개 즉, 구름 속에 방장산이 된 것이다. 진한 곰탕을 걸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등산로가 그렇게 나쁘지 않고 한 번씩 미끄러운 바위지역이 있으나 양옆에 안전펜스와 안전로프가 있어 문제없이 지날 수 있었다. 쓰리봉을 바로 내려와서 전망대가 있고 그곳에서 오른쪽과 왼쪽의 길이 있는데 오른쪽에 표지기가 있어 그곳으로 걸었다. 결론적으로 이 길이 맞는 것이었다. 혼자서 걸으면 고민을 한참 하여야겠지만, 셋이서 걸었다. 우리가 선두주자로서 다른 사람에 비하여 빠르게 쉬지 않고 걸었다.
이제는 비가 오지 않는 길을 걷는 것이다. 그래도 기상청 앱을 보니 하늘은 비가 곧 올 것 같다. 1-2시간 이내에 다시 비가 올 것 같다. 서두른다. 봉수대에 도착하여 주변을 돌아보고 700m 남았다는 방장산 정상으로 발길을 돌린다. 봉수대를 올라서는 봉수대지기는 이렇게 매일같이 올라왔으면 힘들었을 것 같다. 해발 700m를 고창읍성 주변에 살면서 오르내리기는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곳이 최고의 명소인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아쉽다. 그렇게 봉수대를 지나고 방장산 정상에 도착하였다.
이제 하산만 하면 된다. 2.2km를 가면 억새봉이 있고 그곳에서 다시 고창읍의 공설운동장으로 하산하면 된다고 하였다. 약 6km를 남겨두었지만, 힘들지 않다. 억새봉까지 가면 이제는 오르는 길이 없는 하산로인 것이다. 정상석이 특이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하산을 한다. 처음에는 지그재그로 내리막을 내려가고 고창고개에서 억새봉으로 오른다. 억새봉을 바로 앞에 두고는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의 짐을 싣고 올라오는 길을 친구 삼아 억새봉으로 방향을 잡는다.
억새봉은 신라의 왕릉이 봉우리의 정상에 있는 것 같다. 봉우리 정상이 푸른 잔디밭이다. 평소에는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으로 사용된다고 하였다. 그 옆에는 벽오봉이라는 이정표도 있어 어느 것이 어느 것인지 몰랐는데 나중에 확인하니 억새봉은 왕릉처럼 생긴 봉우리였다. 그곳에서 바라다보는 고창읍은 멋졌다.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조망을 보았다.
벽오봉이라는 정상목은 억새봉을 내려오는 구릉에 또 있어 혼란을 발생시킨다. 사족이다.
벽오봉이라는 정상목을 뒤로하고 문너머재 부근까지 평탄한 하산길을 걷는다. 이 길이 맞는지 의심스러워 한 번씩 다시 전자지도를 보지만 네이버 지도는 그것을 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다만, 이정표와 길을 안내하는 지도가 있어 그것을 보고 걷는다. 문너머재에 도착하여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그 길은 등산로와 MTB길이 교차하는 구간이 있다. 안전에 주의해야 한다고 안내를 하고 있다. 억새봉은 재미있다. 패러글라이딩, MTB 그리고 등산이 있는 산이다. 급경사 내리막이 한참 동안 이어진다. 이곳에서부터 공설운동장까지는 4km다. 오늘은 더 이상 오를 길은 없고 내리막의 연속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중간중간에 MTB와 등산로가 교차하는 만큼 주의하라는 안내표시가 있다.
맑은 곰탕에서 진한 곰탕으로 바뀌고 있다. 하늘은 서서히 흐려지고 있다. 이제 다시 하늘에서 빗소리가 들린다. 그 빗소리를 들으면서 우산을 꺼내거나 우의를 다시 꺼낸다. 내려가면서 볼 것은 없지만 넓은 등산로에 중간중간에 MTB길이 교차를 하면서 조심하라고 안내를 한다. 그리고 마지막 10m 정도를 오르고 하산을 한다. 공설운동장 주변에 주차해 둔 자동차가 많다....
고창읍성이다. 이웃한 곳에 게르마늄 성분 풍부한 온천인 석정온천(석정휴스파)이 있지만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 그냥 공설운동장 화장실에서 산을 갔다 온 흔적을 해소하였다.
복귀시간이 되어가고 있다. 함께 산행을 한 사람들 하나둘 모여든다. 하지만, 한 명이 늦다. 이분을 두고 서울로 출발을 하려는 시점에 히치하이킹을 하여서 이곳에 온 마지막 사람이 도착하였다. 산행을 하면서 plan로 두었던 방장상 자연휴양림 방향으로 하산을 한 것이다. 시간이 부족한 부분을 이렇게 해소한 것이다.
그리고 버스는 이제 출발한다. 차창에는 다시 빗줄기가 거세다. 하지만, 이제는 산행을 끝마쳤다는 안도감으로 모두들 잠들어 있다. 그리고 산행대장도 무사히 끝났다는 생각에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남쪽지역은 비구름이 장악하고 있다. 뉴스에는 비피해를 보도하고 있다. 비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