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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하 Mar 24. 2024

재하 창업기 13. 프릭스 1.0과 서비스 유료화

재하 창업기

저희 프릭스는 2023년 6월 말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 고객들의 의견을 들으며 계약관리(CLM) 서비스로서의 방향성을 정립하고 서비스를 고도화해 나갔습니다. 그렇게 계약서와 영업문서 관리 기능을 제공하던 프릭스는 프로젝트 및 고객 관리 기능이 추가되며 점차 비즈니스 운영 전반을 효율화할 수 있는 올인원 계약관리 솔루션으로 발전하였습니다.


그리고 서비스를 운영한 지 약 4개월이 되던 2023년 10월 23일, 프릭스는 클로즈베타 서비스를 종료하고 본격적인 유료 서비스로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유료화 전환 과정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는데, 오늘은 저희가 어떻게 유료화를 진행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 대해 다루어보고자 합니다.


<지난 타임라인>

- 23.08.01. 두영님 첫 출근!

- 23.08.14. 프로젝트 관리 기능 적용

- 23.08.18. 캠프파이어 중간평가

- 23.08.28. 슬랙 연동 기능 적용

- 23.08.30. 한국통신사연합회 오피스 지원사업(벤처리움) 선정

- 23.09.08. 대시보드/마이페이지 기능 적용

- 23.09.27. CLM으로의 방향성 구체화



유료화 결정: PMF 검증을 위한 준비

프릭스는 클로즈베타 기간 동안 무료로 제공되었습니다. 수익화에 앞서, 본질적으로 계약관리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저희는 기초적인 기능만 포함한 초기 버전의 서비스를 5주 만에 개발하여 출시한 후, 고객의 반응을 확인하는 단계를 거쳐왔습니다.


클로즈베타 기간 동안 서비스를 운영하며, 저희는 계약관리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대했던 만큼 폭발적인 반응까지는 아니었지만, 부족한 점이 많은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곳에서 프릭스를 찾아주고 점차 많은 기능을 요청했기 때문입니다.


시장의 수요를 확인했으니 이제는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어서 PMF(Product-Market fit, 제품-시장 최적화)를 검증할 차례였습니다. 서비스 출시 초기에 비해 기능도 많이 고도화되었기에 유료화를 시작해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스프링캠프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 끝나는 10월 말을 기점으로 서비스를 유료화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프릭스 1.0의 랜딩페이지


유료화 준비: 프릭스 1.0의 등장

저희는 본격적인 서비스 유료화를 위해 요금제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기업에서 계약관리와 관련된 업무를 하는 모든 직원이 사용할 수 있도록 장려하기 위해, 인당 과금되는 유저 기반 요금제는 채택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구글 워크스페이스(이메일 서비스)나 슬랙(협업 서비스)과 같이 전 직원이 사용해야 하는 서비스가 아닌 경우, 1명을 추가할 때마다 돈을 내야 한다면 기업에서 하나의 계정을 공유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서비스 도입 결정까지의 고민을 줄이고 의사결정 과정을 간단하게 만들기 위해 요금제를 최소화하기로 했습니다.


최종적으로 프릭스는 세 가지 요금제를 제공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관리가 필요한 고객 및 계약이 점차 늘어나는 소규모 팀을 위한 Basic 요금제, 많은 계약과 프로젝트를 관리하며 업무 프로세스 효율화가 필요한 기업을 위한 Pro 요금제, 그리고 이미 구축된 프로세스를 위해 맞춤 기능이 필요한 기업에게 적합한 Enterprise 요금제입니다. 각 요금제는 사용자 수와 일부 부가 기능의 차이만 있을 뿐, 기본적으로 전자계약을 포함한 대부분의 기능을 무제한으로 제공합니다. 구독료는 다른 고객 관리(CRM) 서비스를 참고하여 조금 더 저렴하게 설정하였습니다.


추가적으로, 저희는 유료화 시점에 맞춰서 전면적인 디자인 개편을 계획했습니다. 기존 UI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전문가가 아닌 제가 직접 디자인한 상태였기에 아쉬운 부분이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사실 '이전 디자인도 괜찮았다'라는 의견은 디자인 개편이 시작되기 전의 생각이었고, 작업이 완료된 후 바뀐 UI를 보고 나서는 디자인 전문가의 손을 거쳐서 개편하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디자인 작업은 외주로 진행되었는데, 제가 평소에 알고 지내는 실력이 매우 뛰어난 디자이너 분께서 작업을 맡아주셨습니다. 모던하고 전문적인 이미지를 위해 로고를 변경하고 서비스 폰트를 pretendard로 교체했으며, 일관적인 UI/UX를 위해 기본적인 디자인 시스템을 세팅하였습니다. 그렇게 디자인 작업이 완료되고 약 2주 간의 개발기간을 거쳐, 마침내 '프릭스 1.0'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프릭스 로고 변화: 클로즈베타 기간 버전(좌측)과 프릭스 1.0 버전(우측)


서비스 유료화 과정: 진정한 니즈 파악하기


프릭스 1.0을 출시한 후, 가장 먼저 기존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1년간 구독료의 50%를 할인하는 프로모션을 제공하며 본격적인 유료화 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여러 기업에서 구독을 진행해 주시면서 금방 MRR 100만 원을 돌파하며 유료 전환은 원활하게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과정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고객은 클로즈베타 기간부터 서비스를 활발하게 이용하며 피드백을 많이 주셨는데, 저희는 해당 고객께서 적극적으로 서비스를 사용하시는 만큼 비싼 요금제를 기꺼이 이용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지불의사는 저희의 생각만큼 높지 않았고, 고객께서는 해당 요금제로 사용해야 한다면 이탈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다행히 해당 고객께서는 현재 다른 요금제로 서비스를 잘 이용해주고 계십니다)


서비스 유료화 과정을 진행하며 돈을 받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만큼 유료화의 장점도 뚜렷했는데요, 저희는 서비스를 유료 전환한 덕분에 고객의 진정한 니즈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품 및 서비스를 '공짜라서 사용하는 것'과, '진짜 필요해서 구입하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존재합니다. 후자의 이유로 사용하는 유료 고객이 많아져야 제대로 제품을 검증하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니즈를 명확하게 파악하면 작업의 우선순위를 산정하기에도 용이합니다. 기존에는 고객 요청사항들 사이의 경중을 파악하기 어려웠다면, 유료화 전환 이후에는 유료 고객이 요청한 기능의 우선순위를 높여서 작업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예전부터 '진정한 서비스의 경쟁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유료화가 필수적이고, 유료 전환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는데, 실제 서비스 유료화를 진행하며 정말 많이 공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프릭스 1.0의 대시보드 페이지


<클로즈베타 기간 후반 타임라인>

- 23.09.08. 대시보드/마이페이지 기능 적용

- 23.09.27. CLM으로의 방향성 구체화

- 23.10.20. 캠프파이어 IR데이

- 23.10.23. 클로즈베타 종료 및 유료화(얼리액세스) 시작

- 23.10.27. 벤처리움으로 이사


서비스 유료화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벌써 약 5달이 되었습니다. 사실 이미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일이라 유료 전환 과정을 비교적 담백하게 묘사했는데, 그 당시에는 고객 한 분 한 분의 거절이 크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한 곳이 구독하면 뛸 듯이 기뻤다가, 한 곳에서 거절하면 제품의 방향성에 대해 걱정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스스로가 너무 조급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기업을 바라볼 때는 5년 만에 성공해도 정말 빨리 잘 해냈다는 생각이 드는데, 스스로에 대해서는 빠르게 검증하고 한 번에 성공하기를 강요한 것입니다.


저는 생각을 바꿔서 마음의 여유를 갖고 사업을 대하기 시작했고, 점차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성공적인 유료 전환을 통해서는 세일즈 프로토콜과 제품의 핵심 가치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고, 고객의 거절을 통해서는 ICP(Ideal Customer Profile, 이상적인 고객군)와 개선점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일희일비하지 않게 되니, 더 장기적인 관점으로 발전적인 고민을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몇 주 전, 대학교 시절 활동한 창업동아리의 선배이자 식기세척 스타트업 '뽀득'을 창업한 박노준 대표님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제가 '2017년에 창업해서 벌써 7년이 다 되어가는데, 스스로 어떤 발전이 있었다고 느껴지는지' 여쭤보자, 대표님께서 "모든 일에 있어서 더 의연해진 것 같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실제로 꼭 사업이 아니라도 목표에 도전하는 과정에는 작든 크든 언제나 힘든 순간이 있기 마련입니다. 대부분은 지나고 보면 다 별 것 아닌 일이 되는데, 그 당시에는 어려움이 더욱 크게 느껴지곤 합니다. 저 역시 또 어떤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을지 감도 오지 않지만, 앞으로도 의연한 마음을 갖고 한 발자국씩 나아가보려고 합니다. 다른 분들도 모두 어려움에 의연하게 대처하며, 목표로 하는 일에 가까워질 수 있기를 응원하겠습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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