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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드러머 Jun 08. 2022

걷기 예찬

나는 가끔 퇴근할 때 당산역에서 내려 한강을 따라 집까지 걸어간다. 4.5km의 코스이고 천천히 걸으면 1시간쯤  되는 거리인데 이것저것 생각하고 이것저것 보고 때론 먹고 마시기도 하다 보면 1시간을 넘기기가 일쑤다. 

7,8년 전쯤에 시작했다. 걷기 열풍이 조금 걷힐 무렵이었던 때다. 그때도 그랬지만 걷기가 살 빼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시작했다. 그렇게 2,3년을 걷다가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코로나로 인해 중단했었다. 그러다 최근에 다시 시작하게 됐다. 


한강과 가까운 곳에 살아서 가능한 일이다. 한강뷰는 아니다. 그래도 난 한강이라고 하는 좋은 곳 가까운 곳에 사는 게 좋다. 한강뷰 아파트는 비쌀지 모르지만 한강뷰 아파트나 한강이 안 보이는 아파트나 한강을 걷고 보는 즐기는 건 동일하다. 


이렇게 걷는 것이 좋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운동이 된다는 점이다. 시간 내서 운동할 수 없을 때 걷기만큼 좋은 운동은 없다. 걷기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으로 특별한 도구가 필요하지 않다. 돈도 든다. 가성비 대비 최고의 운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신체적 운동뿐만 아니라 신적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두 번째, 일과 여가의 완충지다. 일과 여가의 시간이 붙어있게 되면, 그러니까 퇴근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집에 들어가면 자연 두러 눕게 되고 그렇다 보면 뻗어 자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렇게 완충지가 있으면 집에 들어가자마자 뻗지 않게 된다. 그래서 저녁 시간을 보다 여유있게 보낼 수 있다.


세 번째,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마음껏 들을 수 있다. 특히 퇴근 시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라디오 방송 '배철수의음악캠프' 방송 시간대랑 일치한다. 때론 엘지트윈스 경기를 듣기도 한다. 좋은 풍경에 좋아하는 거 듣는 것처럼 좋은 게 없다.


네 번째, 걷게 되면 자연스럽게 생각을 하게 된다. 걷게 되면 마법처럼 생각들이 떠오르게 되고 혼자 정리하고 결심하고 반성하게 된다. 군대에서처럼 긴 행군을 할 때면 거의 소설 한 권을 쓸 수 있는 분량의 생각을 했었다. 생각 이외에는 할 게 없기 때문에 생각을 하게 되는 건지, 걷기에 생각하기라는 DNA가 새겨져 있는지건 모르겠다. 대개 하루의 반성이나 새로운 각오 또는 앞으로 어떻게 살까 하는 그런 따위의 생각을 하게 되는데 마치 머릿속으로 에세이 한 편을 쓰는 것 같다.


다섯 번째, 좋은 걸 볼 수 있다. 좋은 걸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특히 퇴근 무렵은 석양이 지는 시간이고 석양이 지는 걸 바라보면서 걷게 되는데 해가 조금씩 사라질 때마다 풍경이 변하는 걸 보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석양은 매일 다르게 그려진다. 하늘은 어떻게 매번 다른 그림을 만들어낼까 궁금하다. 미술관이 따로 없다.


여섯 번째, 한강 공원에서 먹는 컵라면과 맥주가 맛있다. 운동을 위해 선택한 걷기지만 그것을 포기할 만큼 맛있다. 어쩜 앞서 얘기한 다섯 가지 이유는 이 마지막 이유의 핑계일 지도 모른다. 


그래서 난 평일 5일 중 공부하는 하루를 뺀 4일 중 이틀을 걷는다.

그리고 나는 이 거리와 이 시간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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