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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포티는 아니지만

by 조작가

한참 '아재 아재'하더니 그 아재들을 이제는 '영포티(young forty)'라 부르는가 보다. 아재나 영포티나 똑같은 40대 중년의 남자들을 지칭하는데 누가 우리들에게 이런 이름을 붙여줬을까 싶다. 아재든 영포티든 별 관심 없이 지내다가 얼마전 영포티가 SNS에서 화제가 된데에다가 지인이 쓴 신문 칼럼을 보면서 뭔가 싶어 들여다봤다.


영포티란 젊고 멋있게 사는 40대 이상의 중년을 말한다. 젊고 멋있게 살려고 노력은 하니 나도 영포티가 될 수 있을까 했는데 1972년 전후에 태어난 세대로 한정해 버렸다. 1990년대에 X세대라고 불렸던 세대와 겹친다. 그러니까 X세대가 나이가 들어 영포티 세대로 옷을 갈아입은 셈이다. 복학해서 X세대라는 말을 처음 들은 나는 그때 당시에 X세대에 끼지 못했고 지금도 영포티 세대에 끼지 못한다.


나이는 차치(且置)하고 이 세대의 특성은 이렇다. 영포티는 1) 내 집 마련에 집착하지 않고, 2) 보수 진보의 이념보다 합리와 상식을 우선하고, 3) 결혼, 출산에 대한 관성을 받아들이지 않고, 4)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거나 희생하지 않고 일보다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를 원하며 5) 형식과 허울, 체면치레 같은 허식을 내려놓고, 6) 트렌드에 민감하며, 새로운 것에 대한 수용력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모두 나와는 멀다. 도저히 이들 세대에 낄 수가 없다.


소비문화는 어떨까? 영포티는 자기중심 소비와 여가 생활을 중시하는 사고와 생활방식을 가지고 있다. 자기만을 위한 문화예술 분야가 있고 젊은 세대들과 취미도 공유한다. 헬스클럽, 피부 미용, 온라인 쇼핑, 편의점 사용, 수영장 등 주로 젊은 층이 소비해 왔던 곳을 영포티들이 소비하기 시작했다. 강한 개성과 경제력을 갖춘 중년층들이 노후보다는 현재를 즐기며 자기관리와 자기계발에 힘쓴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한 여행 관련 지출도 늘리고 취미생활, 특히 동적인 취미생활에 대한 지출도 늘리고 있는데 건강의 중요성을 깨닫고 체력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개인의 행복을 중요시하고 나이에 상관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는 것도 영포티의 특성이다. 이 역시 나와 멀다.


사실 난 세대 구분이 늘 못마땅하다. 세대란 같은 시대를 살면서 공통의 의식을 가지는 비슷한 연령층의 사람들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선 산업화세대, 베이비붐세대, 4․19세대, 386세대, X세대, N 세대, MZ세대 등으로 세대를 구분하고 이 외에도 특정 세대를 부르는 명칭이 많다. 이들 세대 간에는 견고한 벽이 존재한다. 정치행위에서부터 가치와 문화, 태도 등에 이르기까지 명확히 구분되는 행동양식이 있다. 하지만 최근의 세대 구분은 정치사회적인 구분이 아니라 소비문화에 따른 구분이고 정치사회적 구분은 먼저 사건이라는 실재(實在)가 있고 난 뒤에 구분인 반면에 소비문화의 구분은 실재에 앞서 개념이 먼저 등장해서 만들진 구분이다. 광고 회사는 늘 새로운 '세대'들을 만들어내고 있고 그 새로운 세대는 광고 회사가 만든 이미지에 부합하려고 애쓴다. 앞뒤가 바뀐 이러한 세대 구분에 못마땅한 이유다.


어쨌든 난 영포티가 아닌다. 돈이 없어 집을 못 샀지 집이 중요하지 않다고 해서 안 산 게 아니다. 아직도 80년대 대학 때 배운 가치에 대한 믿음이 있다. 형식과 체면도 때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혼과 출산은 한 가족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아직 믿고 있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도 그다지 많지 않고 늘 소비하는대로 소비할 뿐이다. 여행은 되도록 많이 하려고 하는데 현실은 녹녹지 않다. 그나마 취미생활은 남들보다 열심히 하고 있다. 직장인 밴드도 하고 자전거도 탄다. 베스트셀러 소설도 좋아하지만 고전도 좋아한다. 바둑에도 관심이 있다. '젊은 40대(young forty)'는 아니지만 '나만의 40대(me forty)'는 즐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포티(young forty)에 반하는 나만의 포티(me forty)라는 단어를 만들어봤다. 이게 맞는 표현인지도 모르겠고 또 하나의 쓸데없는 개념을 만든 거 같은 생각에 독자에게 미안한 감정이 든다.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세대 구분을 꼭 광고회사만 하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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