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장에서 마주한 미국의 다양성(Diversity)
만약 당신이 Amazon, Google, Microsoft 등 빅테크 기업의 기술직군 채용의 마지막 단계인 루프(Loop) 면접에 초대받았다면, 면접에 대해 아무것도 예측하지 말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빅테크 면접장(Virtual interview의 경우 화상회의실)에 들어가는 순간 당신이 마주하게 될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는 남자일 수도 여자일 수도(혹은 둘 다일수도), 연세가 지긋하신 할머니/할아버지일 수도, 혹은 당신보다 한참 나이가 어려 보이는 사람일 수도 있다. 한국 회사의 개발자 면접처럼 대략 나와 비슷한 또래이거나 중년의 남성이 들어와서 심각한 표정으로 내가 하는 대부분의 말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여 줄 것이라는 기대는 접어두는 것이 좋다.
미국은 다양한 문화와 인종의 용광로 즉 멜팅팟(Melting pot)으로 불린다. 미국의 다양성은 빅테크 면접관의 성별과 연령뿐 아니라 인종구성에서도 나타났다. 그/그녀는 꽤나 높은 확률로 알아듣기 매우 힘든 강한 인도 영어 엑센트를 가진 인도인일수도,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백인일수도, 혹은 영어를 잘 못하는 백인일수도, 흑인일 수도, 아랍인일수도, 확률은 적지만 친근한 외모를 가진 동아시아인일수도 있다.
기술면접 때 물어보는 내용 역시 면접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누군가는 AI 엔지니어에게는 아주 상식적으로 느껴지는 머신러닝 모델의 과적합(Overfitting)을 해결하는 방법이나 LLM의 콘텍스트 윈도(Context Window)의 개념에 대해 질문할 수도 있고, 갑자기 시스템 디자인(System Design) 경험을 물어보거나 화이트보드에 당신이 개발했던 서비스의 전체 아키텍처를 그려보라고 하고는 당신이 가장 자신 없는 부분에 대한 질문을 쏟아낼 수도 있다. 참고로 면접장 분위기는 전혀 강압적이거나 경직되어 있지 않다. 면접관들은 아무렇지 않게 웃는 얼굴로 시답지 않은 농담을 던질 거고, 당신이 최대한 긴장하지 않도록 도와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 경험상 한 두 개 질문에 아주 잘 대답했다고(혹은 전혀 답을 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 사실 자체가 당락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빅테크 면접은 지원자의 지식보다는 사고과정(Thought Process)에 중점을 둔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이 사람이 얼마나 기술적 사고가 가능한지, 새로운 지식을 잘 흡수할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일 뿐, 현시점에 어떤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즉 빅테크의 기술은 당신의 평소 기술 전반에 대한 흥미나 관심 그리고 전반적인 기술경험의 폭과 넓이를 보기 위한 것으로, 벼락치기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술면접을 마치면 다음은 컬처와 핏을 보는 행동면접(Behavioral interview)이 기다리고 있다. 행동면접에서는 주로 고객들의 요구사항들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당신의 결정이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어떤 임팩트를 가져다줬는지, 그리고 당신이 얼마나 좋은 팀 플레이어이고 포용적인 사람인지 등을 물어본다. 마찬가지로 예측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평소에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틈틈이 생각해 보고, 팀에 어떤 기여를 해왔는지 정리해 보는 것 정도?
안다. 나의 미국 빅테크 면접 후기가 실망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이게 현실이었다. 면접이 끝나고 나는 밀려오는 당혹감과 싸워야 했다. 잘 대답한 것 같은 질문도,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아무 말이나 했던 것 같은 질문도 있었다. 내가 면접을 잘 본 건지, 망친건지 감조차 잡을 수 없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잘했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못한 것인지 그리고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내가 얻은 한 가지 교훈은 미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의 지난 커리어 전체 아니 인생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너무나도 미국을 오래 떠나 있었던 탓에, 나는 한국식 사고와 일하는 방식에 길들여져 있었다. 과연 나는 미국에 다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운 좋게 면접에 합격한다고 해도, 나의 미국 직장생활은 쉽지 않아 보였다. 나의 사고 프로세스를 점검하고, 다양성의 나라 미국에 맞게 미세조정(fine-tuning) 해 가는 과정이 필요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