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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빅테크 면접 기회를 잡다

예상보다 빠르게 찾아온 기회

by 알바트로스
미국은 여전히 기회의 땅일까? 내 주관적인 생각에 의하면 답은 Yes다.

2025년 현재 미국의 고용지표는 꽁꽁 얼어붙어가고 있고, 미국에서 갓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직업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통계 수치로 발표되고 있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2021년~2022년 미국 대학 졸업자들의 실업률은 3.9%에 불과했으나, 2025년 3월 졸업자의 실업률은 5.8%에 달했다고 한다. 특히나 AI 기술의 발전으로 가장 빠르게 대체되고 있는 테크 쪽 포지션들은 앞으로도 점점 더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온갖 종류의 재미있는 아이디어와 대박의 기회가 곳곳에 널려있는 재미있는 곳이기도 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지붕에 거대한 센서를 달고 거리를 누비는 자율주행 택시 웨이모(Waymo)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미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샌프란시스코 근처 Bay area의 이름만 들으면 모두 알만한 회사들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내 친구와 지인들 역시 모두 가슴속 한편에 자신만의 대박 사업 아이디어와 꿈을 하나씩 품고 있는 열정맨들이다.

waymo.jpg?ve=1&tl=1 출처 : Waymo

개인용 로봇이나 바이브코딩으로 1인 사업가를 양성하는 플랫폼 같은, 한국의 회사에 다니던 평범한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다소 허황되게 들리거나 실현 가능성이 적어 보이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한편으로는 왜 미국이 기술 혁신에서 앞서갈 수밖에 없는지 납득이 간다. 그것은 바로 아이디어가 자본을 만나 현실이 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환경. 아이디어를 단순히 쓸데없는 생각으로 치부하지 않고 일단 실행해 보고 피드백을 받아 재도전할 수 있는 환경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온 미국 빅테크 면접의 기회


나도 미국 친구들처럼 빅테크에서 꿈을 펼쳐보고 싶다.

나의 막연했던 꿈은 점점 선명한 비전이자 목표로 변해가고 있었다. 퇴근 후 틈틈이 레쥬메를 다듬으며, 그동안 업무에 활용했던 개발 프레임워크와 스킬 셋을 정리해 나아갔다. 누가 볼까 싶기도 했지만 링크드인(LinkedIn)에 나의 스킬과 경험을 읽기 쉽게 다듬어 올리고, 현지 테크 회사 현업들이 모이는 밋업에도 종종 얼굴을 내밀었다. 미국 뿐만 아니라 인도,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등지의 개발자들과 링친을 맺으며 수십명에 불과하던 네트워크는 500명을 넘어갔다. 그렇게 조금씩 아주 천천히 나의 네트워크를 점점 확장해 나아가며 세상에 나의 존재를 알려갔다.

24355_15438_413.png Big Tech

그렇게 미국에 돌아온 지 한 달여의 시간이 지났을 무렵, 꿈에만 그리던 빅테크 회사 두 군데, 그리고 실리콘 벨리의 스타트업 한 군데에서 면접 제안을 받았다. 미국 CS 석사과정을 시작도 하지 않은 시점에서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온 기회에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미국 영주권자이긴 하지만 오랜 기간 미국을 떠나 있던 외국인이었고, 미국 회사에서의 근무 경험이 전무한 외국인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최근 미국을 덮친 빅테크 해고의 칼바람을 생각하면 한 달 만에 세 군데의 회사와 인터뷰를 볼 수 있게 된 것은 꽤나 고무적인 성과였다.


그렇게 나는 한국회사의 인적성 검사 겸 코딩 테스트에 해당하는 온라인 시험(Online Assessment)을 보고, 회사 리크루터와 화상회의를 통해 나의 경험과 이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전화 인터뷰(Phone Screening)를 진행했다. 한국의 회사로 치면 1~2차 면접 정도에 해당하는 이 프로세스들은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지원자의 스킬 셋과 전반적인 핏(fit)을 보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결과는 합격. 나는 일명 루프(Loop)라고 불리는 세 시간짜리 빅테크 심층면접 자리에 초대받았다. 빅테크에 입성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다. 미국에 온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시작된 빅테크 여정은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었다. 나 진짜 되는 건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자마자 소프트랜딩(Soft Landing)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에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기쁨을 느꼈다. 하늘이 나를 돕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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