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돌무덤인지 알 수 없었다. 무덤은 흙먼지를 잔뜩 머금은 여러 개의 조약돌이 마구잡이로 쌓여 동산을 이루고 있었고, 그것들을 모두 덮은 커다랗고 평평한 돌이 위에 놓여 있는 모습이었다. 한 마디로, 고인돌과 유사한 모습을 띠고 있었는데, 애초부터 이와 같이 설명하지 않았던 이유는 돌무덤이 인간을 품고 있기에는 크기가 너무나도 작았기 때문이었다.
돌무덤을 중심으로 양 옆에 남자 둘이 앉아 있다. 두 명 모두 실오라기 한 장 걸치지 않은 맨 몸 차림이었는데, 갈비뼈들이 툭 튀어나온 흉부는 자연광을 받아 뼈 사이사이마다 그늘이 질 정도였으며 팔과 다리는 서로의 굵기의 차이를 느끼지 못할 만큼 앙상한 몰골이었다. 쌍둥이가 아닐까 싶을 만큼 생김새가 비슷한 두 남자는 머리카락과 수염은 태어나서 한 번도 잘라보지 않은 것처럼 덥수룩했고, 흰머리인지 먼지인지 구분이 안 가는 것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태양에 오랜 시간 그을린 듯 구릿빛을 넘어 검은색에 가까운 피부를 가진 두 남자는 두 다리를 모아 팔로 감싸고 몸을 최대로 웅크린 채 부동자세를 하고 있었다.
돌무덤에서 아주 작은 조약돌이 경사를 타고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아주 작지만 확실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석상 같던 두 남자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재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움직임이 얼마나 낯선지, 그 모습이 기괴하기까지 했다. 그 순간, 돌무덤을 감싸고 있던 평평한 돌에 방금 수확한 듯 붉은 광택을 내뿜는 사과 하나가 생겨 났다. 두 남자는 조약돌이 떨어진 방향으로 돌린 고개를 움직이지 않은 채 흡사 석상과 같이 있었지만, 사과의 존재를 너무나도 격렬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생기를 머금은 사과의 달콤하고도 상쾌한 향기가 그들을 휘감았기 때문이었다. 바닥에 떨어진 조약돌과 반대 방향에 놓여 있는 사과를 바라보기 위해, 두 남자는 고개를 고정한 채로 혼신의 힘을 다해 눈동자의 초점을 반대 방향에 집중했다. 정상적인 위치에 놓여있지 않은 눈동자 주변엔 하나 둘 실핏줄이 툭 튀어나와 빨갛게 달아올랐고, 그 모습은 점점 사과의 모습과 닮아가고 있었다.
저 멀리 세찬 바람의 소리가 온다.
이곳의 햇볕은 바늘과 같았다. 주위에는 사막 식물 외에 부드럽고 굵은 모래가 여러 산을 이루고 있었고 문명의 흔적은 두 남자와 돌무덤 외엔 존재하지 않았다. 어째서 두 남자가 이곳에 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것은 그들조차 모르는 것 같았다. 시간이 흐르는 것은 저 멀리 지평선에서 모습을 드러낸 해가 정점에 올라 반대편으로 자취를 감춘다는 것으로만 알 수 있었고, 해가 사라지게 되면 이곳은 별빛 하나 허용되지 않은 공허와 같았다. 그러니까, 해가 사라지면 이곳의 모든 시간은 멈춘 것과 다름이 없었다.
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공허와 같은 이곳은 여느 날과 다를 것 없이 다음날의 해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오늘의 두 남자는 다른 것을 기다리는 듯했다. 갑자기 오랜 시간 차고에 잠들어 있던 먼지 쌓인 자동차에 시동이 걸린 듯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것은 두 남자의 배에서 나는 공허의 소리였다. 두 소리는 점층 되더니, 이내 이곳의 모든 공간을 채울 정도의 소리가 되었다. 남자 중 한 명이 웅크리던 팔을 풀어 허리를 곤두세우기 시작했다. 허리 관절 마디가 펴질 때마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허리를 세우고 허공을 바라보던 남자가 콧구멍을 벌렁대기 시작했다. 사과의 향기가 남자의 코를 감쌌다. 몸을 곤두 세운 남자는 그 상태로 고꾸라지더니, 굳은 다리를 무시하고 돌무덤 위 사과를 취하기 위해 엉금엉금 기어갔다. 사과에 눈동자를 주고 있던 반대편의 남자는 이와 같은 변화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주 느린 속도였지만, 다급하게 바닥을 기어가던 남자가 기여코 돌무덤에 바싹 붙을 수 있게 되었다. 억지로 팔을 뻗어 사과를 움켜쥐는 것에 성공한 남자는 사과가 내뿜는 생기에 이질감을 느끼며, 잔뜩 고양된 숨소리를 내뿜었다. 그리고는 언제 사과가 있었냐는 듯 손에 쥔 그것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그 순간, 조약돌을 향해있던 남자의 머리가 게걸스러운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움직였다. 허겁지겁 사과를 해치우는 남자의 소리를 바라보며, 남자는 잔뜩 충혈된 회색빛의 동공을 하고 있었다.
이후 '남자'의 배에선 여전히, 공허의 소리가 맴돌고 있었다.
동이 트는 순간, 똑같은 위치에 어제보다 더 탐스러운 사과가 생겨 났다. 지난밤 사과를 취했던 남자는 더욱 강렬한 자극을 느끼며, 곰이 물고기를 낚아채듯 빠른 속도로 그것을 손에 쥔 뒤 입 안에 넣었다. 더욱 게걸스럽게 사과를 해치운 남자는 아이러니하게도 훨씬 강한 허기를 느끼며 수분기가 사라진 걸쭉한 침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회색 눈의 남자도 이내 웅크린 팔을 풀고, 서서히 돌무덤 앞으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돌무덤 양 옆에 다다른 두 남자는 사과가 나타나는 돌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간은 흘러, 무르익은 새빨간 석양이 지평선에 올라타 그가 내뿜는 빛이 세상을 감쌌고, 두 남자와 무덤에까지 닿게 되었다. 석양이 만든 돌무덤의 그림자는 이젠 사람도 덮을 수 있을 만한 크기로 보였다.
다시 해가 드리운다. 늘 그래 왔듯, 지난날의 어떤 사과보다도 탐스러운 사과가 돌 위에 놓여 있다. 두 남자는 쌓아왔던 모든 것을 폭발시키듯 엄청난 움직임으로 사과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두개의 손이 사과에 닿자 그들은 미세한 경련을 일으키며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는 서서히 사과에서 멀어지더니 바닥에 쓰러졌다. 두 남자가 쓰러진 바닥에서 흙먼지가 조그맣게 나풀거렸다.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는 이곳은 고요했다. 사과는 여전히 붉은빛을 내뿜으며, 아찔한 향기를 내뿜으며 그 자리에 있었다. 어디선가 다시, 세찬 바람의 소리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