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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경 Dec 28. 2023

2023 회고

어김없이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연말은 늘 그렇게 바쁜 삶을 보내는 저를 멈춰세웁니다. 서사를 중심으로 쓰는 이야기 글과 목적과 전달을 우선으로 하는 회사 글을 교차로, 또는 동시에 쓰다 보니 저라는 끔찍한 혼종이 탄생했습니다. 저는 종종 스스로를 '예술가호소인'으로 소개하곤 합니다. 네, 이제는 정말 예술과 멀어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버둥거립니다. 그래도 이 버둥거림이 값지다고 생각하는 다소 철부지인 사람입니다. 아직은 그게 제 역할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회고는 문학도 기획안도 아닌 이상한 모습의 글입니다. 이게 뭔 글이야, 싶으실까 봐 혓바닥이 길었습니다. 양해를 부탁합니다.


직장인 김일경

2023은 제 직무의 퍼포먼스를 더 잘 보여줘야 하는 시기였습니다. 기존에 주어진 일은 물론, 더 창의적이고 건설적인 제안을 할 줄 아는 직장인이 되어야 했습니다. 좋은 성과를 냈는지는 아직 의미 있는 데이터가 나오진 않았지만, 정성적으론 꽤 많은 수확이 있는 해였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제가 더욱 바빠지는 걸 보아하니 아무튼 뭔가 이루어지긴 하는 것 같습니다. 직장인 3년 차가 되었습니다. 응애 하면 다 해주는 좋은 날은 다 갔습니다. 그래도 일단 여전히 재밌습니다. 2022에도 재밌다고 써놨는데 2023에도 재밌다고 말하는 걸 보니 저는 운이 좋은 사람 같습니다. 맞습니다. 원래 제가 노력 대비 운이 너무 좋긴 합니다. 근데 야금야금 좋아서 문제입니다. 2024에는 이 운이 터져서 제가 하는 노력과 잘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안정권에 들어 설 시간입니다.


투자인 김일경

저는 금융&투자에 관련된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서당개처럼 투자를 하게 되었는데요. 이 생활도 2년이 다되어가니 나름 풍월을 읊게 되었습니다. 특히 저는 흙수저+MZ 인지라 자수성가를 목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투자를 위주로 했는데요. 덕분에 많이 잃고, 많이 벌기도 해봤습니다(구체적으로 차 한 대 잃고, 다시 얻었습니다...). 결국 하반기엔 계좌도 다시 궤도에 올라서 웃으며 이 글을 쓰고 있는데요. 많이 잃었을 땐  식음을 전폐했더랍니다. 아마, 투자에서 얻은 것들이 올해 가장 많이 느끼고 깨달은 파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나에게 맞는 투자는 무엇이고,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하고, 어떤 것이 필요한지... 흙수저 인생을 탈출하기 위해 필요한 좋은 경험치를 쌓았다는 생각입니다. 이젠 이 경험치와 좋은 기운을 가지고 계좌를 퀀텀점프 시키고 싶습니다. 네, 이젠 억을 다루고 싶다는 생각이 구체적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유래 없는 자신감입니다.


예술인 김일경

직장, 투자, 돈만 바라보는 딱딱한 삶 중에도 윤활유를 바르고 싶어 했습니다. 여름, 은사님께 드리는 존경을 담아 책을 출간했습니다. 늘 학생만 생각하는 그가 보고 싶어, 한참 교육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수익금 전액을 기부했습니다. 존경한다고 하는 놈이 올해 기일엔 찾아뵙지도 못했습니다. 새해가 밝으면 하루빨리 찾아봬야겠습니다. 그날엔 꼭 좋아하시던 막걸리와 함께 정성스러운 기도를 올리겠습니다. 아직 연극의 혼이 남아 있어 하반기에는 희곡을 썼습니다(진행 중입니다). 언젠가 이 희곡이 무대 위에 오르게 된다면 저는 한번 더 내가 예술가라고 세상에 호소하는 꼴이 됩니다. 그날을 맞이할 상상에 가슴이 뛰고 미소가 지어집니다. 이 뛰는 가슴이 제가 사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인간 김일경

인간 김일경에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애벌레 28년 차가 번데기가 되었다고 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지금 이 번데기 기간을 잘 보내면 나비가 될지 나방이 될지 결정이 날 것 같습니다. 새로운 관심이 생기고, 새로운 습관이 생겼습니다. 사람을 보는 새로운 눈도 생겼습니다. 덕분에 제게 남은 사람과 떠난 사람이 명확해졌습니다. 안타까우면서도 의연해하고 있습니다. 제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남은 사람과 만나는 사람에게 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누군가의 삶에 좋은 영향을 끼쳐야 저 역시 좋은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제게 인간관계는 그런 좋은 영향이 겹겹이 쌓인 공명입니다. 2024엔 누구를 만나고, 지켜낼진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바보 같은 짓은 이젠 그만해야 좋다는 생각입니다.


2024 김일경

2023을 맞이하는 김일경의 회고를 보니 참으로 불안한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지나고 보니 그때는 참으로 울적했던 시기입니다. 그러나 2024를 맞이하는 김일경은 자신감이 가득합니다. 자수성가할 것 같고, 사랑도 발전할 것 같고, 인간관계도 더욱 건강해질 것 같습니다. 결국 좋은 상황을 만드는 건 자신감이라는 생각입니다. 2024의 김일경이 얼마나 좋은 사람이 될지 지켜봐 주세요. 친한 척 말 걸어주셔도 언제든 환영입니다. 여기까지 읽은 당신께 제 복을 조금 나눠 드리겠습니다. 그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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