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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밀라 Nov 05. 2024

어떻게 하면 장난감 사는 방법을 잘 알려줄 수 있을까?

물건 구입 시 아이가 배웠으면 하는 마음가짐

10월의 마지막 주말, 아이 아빠가 신청했던 응모권이 당첨되어 동생네와 함께 서울랜드에 다녀왔다.

물건 구입 시 아이가 배웠으면 하는 마음가짐

대박이가 놀이동산 가고 싶다고 나에게 제법 이야기를 꺼냈던지라 아이의 원함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거기다 본인이 좋아하는 사촌동생 복동이와 함께 가서 더 좋아했다.


무료입장의 기쁨도 잠시, 서울랜드 입장하자마자 보이는 기프트샵.


대박이는 어김없이 들어가자고 했고, 거기서 이것저것 보더니 로봇집게를 갖고 싶다고 했다.

"눈앞에 보이는 장난감마다 모두 가질 수는 없다. 그러니 다음번에 놀이동산에 와서도 가지고 싶다면 그때 사자."라고 잘 타일렀다.


허나 대박이는 계속 사달라고 떼를 썼고, 나는 살 수 없다는 입장을 계속 전달했다.

아이는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입을 삐죽 댔지만, 결국 다음번에 서울랜드에 와서도 그 장난감이 갖고 싶다면 사기로 하고 기념품샵을 나왔다.


놀이동산 내에 기념품샵이 곳곳에 있었고, 대박이는 기념품샵을 볼 때마다 로봇집게를 사달라고 졸랐다.

그때마다 실랑이가 이어졌으나, 내가 일관적으로 이야기해 주며 완강히 버텼기에 아들은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놀이기구도 타고, 행사장에 가서 그림도 그리고 럭키드로우도 하고, 저녁도 먹고 공연까지 보니 어느새 밤. 

하이라이트인 불꽃놀이를 보고서 놀이동산을 나오며 대박이에게 "오늘 어땠어?"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대박이는 "로봇집게를 사지 못해서 하나도 재미가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OMG, 아고 머리야. 놀이동산 어땠냐고 물었을 때 단번에 장난감 못 사서 재미없었다는 아이를 보며 본인이 장난감을 갖고 싶었는데 갖지 못했다는 사실이 매우 아쉬웠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순간 "놀이동산에 데리고 와서 어른들의 노고를 들여 반나절을 놀았는데 정작 7,000 원하는 그거 뭐라고 로봇집게 하나 안 사줘서 놀이동산에 놀러 온 기억이 눈물과 아쉬움으로 남겨야 하나."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장난감'은 애초에 구입하기로 약속한 품목이 아니었기에 아이가 원한 로봇집게 장난감을 사주지 않았다. 


사실, 서울랜드에 오기 전 아이와 사전에 약속된 것은 간식 '솜사탕'이었다.

간식코너를 지나면서 아이가 '소시지'를 먹고 싶다고 해서 솜사탕 대신 소시지를 사주었다.


놀이동산에는 아주 많은 간식바가 있다. 아이는 과연 간식 바들을 볼 때마다 그냥 지나쳤을까?

안타깝게도 "NO." 그렇지 않았다. 아이는 간식 바를 볼 때마다 사달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럴 때마다 아이의 눈을 마주 보고 "너는 오늘 소시지를 사 먹었지 않니? 오늘 사 먹기로 한 간식은 한 개였잖아."라고 말하면 아이도 본인이 약속한 바가 있었기에 자신이 먹었던 소시지를 생각하면서 "아 맞다. 다음에 사주세요."하고 지나쳤다.


이런 모습이 참 대견한데 장난감은 왜 이리 설득이 어려운 건지.


"대박아, 엄마가 장난감을 사줄 수 있어. 사줄 돈도 있어. 하지만 물건은 갖고 싶다고 바로 사는 것이 아니야. 처음 와서 그 물건을 봤을 때 마음에 든다면, 먼저 그 물건이 너에게 꼭 필요한 건지 생각해 보고 그날은 마음에 담아두고 집에 가는 거야. 근데 집에 돌아가서도 그 물건이 생각나고, 며칠이 지나도 계속 갖고 싶다면 그때 그 장난감을 사는 거야. 그러니 로봇집게는 다음번에 서울랜드에 온다면 사자.”라고 이야기했다.


물론 아이는 사달라고 계속 울고 떼썼으나, 사달라는 아이에게 나는 이 말을 반복해서 이야기해 줬다.


놀이동산을 나오기 전 마지막 기프트샵에서 아이는 한번 더 나에게 장난감을 사달라 졸랐으나 나는 안된다고 이야기하며 다시 대박이에게 오늘은 사줄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랬더니 “엄마, 그럼 다음번에 오면 입장하자마자 사주세요. 우리 다음 주에 이 놀이동산에 다시 와요. “라고 말하는 우리 아드님.


조만간 오게 되면 그때 구입하자꾸나.


반 강제적이었으나 잘 참아주어 고맙다.










번외 1. 놀이동산에 갔던 나의 이야기. 


크리스마스 마켓을 지나 회전목마도 타고 유아용 범버카를 탄 뒤 행사장으로 걸어가다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아이들은 행복해하고 어른들은 점점 지쳐가는 게 느껴졌다.


"나 어릴 땐 놀이공원 가는 게 그렇게 좋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왜 이렇게 힘들지? 그때처럼 재미도 없고 그저 그러하네."라고 함께 간 동생에게 말했더니, 동생도 "그땐 그렇게 좋더니 지금은 힘들기만 하네."하고 웃었다.


그러다 문득 내 어린 시절, 나를 데리고 놀이공원에 갔던 우리 사촌언니가 생각이 났다.


언니가 유아 때부터 초등 저학년까지 진짜 매년 롯데월드랑 63 빌딩 데려가줬었는데.

생각해 보면 그때의 언니는 지금 나보다 어렸을 때인데, 우리 사촌언니가 진짜 대단했구나 싶고 진짜 나를 너무 예뻐해 준 언니의 마음과 그 노고에 너무나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번외 2. 아이들은 사랑스럽다.


- 코끼리 열차 타고 서울랜드로 향하는데 옆에 앉은 사촌동생 손 잡으라고 하니 꼭 잡고, 동생 심심할까 봐 놀아주며 살뜰하게 챙기는 아이를 보며 참 대견했고, 그런 오빠가 좋아서 같이 손 꼭 잡고서 함박웃음 짓는 조카도 귀여웠다.


- 기념품샵에서 본인 장난감만이 아닌 사촌동생의 장난감도 함께 사들라는 아이를 보면서 '잘 자랐구나.' 싶었다.


- 아이용 자이로드롭 타면서 사촌동생이 놀라서 우니까 손 꼭 잡아주고, 사촌동생만 쳐다보면서 울지 말라고 웃겨주려 노력하는 아이를 보니 ‘우리 아이는 다른 이의 마음을 살필 줄 아는 참 다정한 마음을 가진 아이구나.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 하지만 장난감을 향한 마음은 어쩔 수없나 보다. 으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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