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제주
어릴 적 의무적으로 써야 했던 일기에 항상 불만을 가졌던 내가 책을 쓰게 된 건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다. 글에 대한 반항심이 조금 수그러들고 처음 내가 자발적으로 기록을 하기 시작한 것은 대학교 시절 유럽으로 해외여행을 갔을 때인 것 같다. 영화에서만 보던 건축물과 새로운 사람들, 거대한 자연을 보고 나는 사진에 여행하면서 느끼는 나의 모든 감정을 담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경비 계산용으로 가져갔던 가계부 수첩에 짧지만, 하루에 3~4줄씩 여행일기를 썼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여행 갈 때 들고 갔었던 핸드폰을 잃어버려 그때의 사진들은 모두 잃어버렸지만, 다행히 수첩은 아직 남아 있다.
방 정리를 할 때 한 번씩 그 수첩을 읽으면 짧은 글임에도 그때 감정이 생생히 떠오르는 게 과거를 기억하는 도구로써 글을 쓴다는 것이 사진보다 결코 못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 여행을 갈 때는 항상 작은 수첩과 펜을 들고 가서 일기를 썼다. 몇 번 하다 보니 이제는 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기억하고 싶은 특별한 날들을 메모하는 습관이 생겼고 그 습관이 데굴데굴 굴러 눈덩이처럼 불어나 이렇게 책까지 쓰게 되었다.
제주에서의 날들은 단 하루도 빠짐없이 나에게 특별했던 것 같다. 내 인생에 이렇게 모든 날을 기억하고 싶은 때가 또 있을까? 너무도 감사했던 1년간의 제주 생활. 아쉽지만 이제는 떠나야 할 시간
안녕.... 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