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1일
5월 1일은 May Day. 출근을 안 하고 카페에서 글을 쓰고 있다. 휴일에 쉬는 건 정말 모처럼만의 일이다.
요즘은 쨍하게 울리는 시계 알람도 듣지 못하고, 수십 개나 맞춰놓은 휴대폰 알람이 스무 번째쯤 울리고 나서야 일어난다. 그리고는 엉금엉금 회사에 간다. 출근을 하면 꼭 밤을 새워 다음날 퇴근을 하고 마는 루틴 속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과 동시에 이것이 과연 좋아하는 일일까라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러다가 목이 뻐근해지고, 눈꺼풀은 감기고. 짙은 피로감에 결국 생각은 답으로 떠오르지 못한 채 잠식되고 만다.
나는 태생이 집순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입사한 후로 잠깐이라도 짬이 날 때면 필사적으로 사람들을 만난다. 3월 초 촬영을 마치고 어떤 일련의 작은 일들로 가족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졌는데, 그래서 집은 잘 안 간다. 대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기 바쁘다. 그렇게 최근에 봤던 영화나 책, 일상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나누고 돌아오는 길은 행복과 허무가 동시에 찾아온다. 주인분의 취향이 고스란히 담겨 따뜻하게 디자인된 카페에서 소소한 얘기를 나누고, 갓 구운 타르트를 주문하며 타이밍이 정말 좋았다고 소확행을 말하고. 그것만으로도 즐겁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되는 걸까.
누군가를 진심으로 만나고 싶다. 누군지도 모를 그 누구를 말이다. 그래서 좋아하는 감독의 기다렸던 개봉작을 함께 보고, 영화 보는 중간에 잠시라도 한 눈 파는 걸 싫어하는 내가 그 사람이 영화를 함께 즐기고 있는지를 흘낏대며 살피고 싶다. 그 사람의 아주 어렸을 적 어렴풋하고 부끄러운 기억을 나누며 깔깔 웃고 싶고, 슈퍼문이 뜬다는 뉴스 링크를 카톡으로 보내며 같이 달을 보자고 청하고 싶다. 각자의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바꿔 들으며 이 노래가 마음에 든다고 얘기하고 싶고, 그 이는 어떤 노래가 마음에 들었는지 듣고 싶다. 한 단어를 두고 글을 쓴 뒤 서로 바꿔 읽는 것도 해보고 싶다. 이런 걸 연애라고 한다면 나는 연애가 하고 싶은 거다. 대상이 없는 환상. 불가능한 연애 판타지. 이 사소한 일들은 너무도 거대해서 평생을 살아도 이루지 못할 것처럼 느껴진다.
오늘은 혼자서라도 예쁜 카페에 가고 싶었다. 동네 주변을 한참 걸었는데 다들 만석이거나, 혼자 앉아있기에는 불편한 곳이 많았다. 결국 익숙하고 뻔한 프랜차이즈 카페에 와서 처음 보는 조합의 키위 바나나 주스를 시켰다. 바나나향이 나는 키위맛이다. 나누고 싶지만 직접 말하고 싶지는 않은 노동절의 감정의 편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