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세계여행은 행복하기만 할까?
2023년 7월 초부터 시작한 세계여행이 벌써 12월을 맞이하였다. 현재 세계여행 151일 차이며 인도 여행을 한 지 48일 차이다. 델리를 시작으로 리시케시, 다람살라 맥간, 아그라, 푸쉬카르, 아즈메르, 자이푸르까지 왔다. 3시간 뒤면 뭄바이로 이동하는 버스에 탑승한다. 드디어 남인도 여행을 시작한다. 같은 인도이지만 남인도는 처음 방문하고 대이동을 하기 때문에 나라를 이동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퇴사를 하고 세계여행을 한다고 하면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듣기엔 엄청 부러워할 것이라 생각된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지긋지긋한 출근을 안 해도 되는데 해외에서 여행이라니?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꿈만 같을 것 같다. 하지만 막상 세계여행을 하고 있는데 나는 그렇게 매일이 행복하지는 않다.
현실이 지옥 같아서 도망쳤다. 나에게는 좋은 핑곗거리가 있었다. 일을 하면서 우울증이 심해졌고 버킷리스트로 세계여행이 있었다. 지옥 같은 생활을 나름 오래 한 덕분에 세계여행을 할 수 있는 자금도 있었다. 내 생명을 깎아 모은 여행자금을 써가면서 세계여행을 하고 있다. 마냥 행복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지옥 같았던 삶과 비교하면 살만하다. 가능하다면 평생 이렇게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자금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이 생활을 되도록 오래 지속하고 싶은 욕심에 안 그래도 짠순이인 내가 더 짠맛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힘든 경우도 종종 닥친다. 어떻게든 비용을 최대한 아끼려 하다 보니 몸이 고생하기 때문이다. 문득 그런 내 모습을 보면 국제 거지가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을 때도 있다. 40리터 배낭 안에 살림살이를 다 넣어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한국인 국제 거지.
예전과 달리 다양한 삶의 형태를 접할 수 있는 사회다. 열심히 일해야 하는 30대이지만 100세 인생 노후를 미리 대비해해야 하는 30대이지만 이렇게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 않을까? 이런 삶도 있을 수 있는 것 아닐까?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사회에 나와 7년 정도 일을 해봤으면 최소 2년 정도는 이렇게 살아봐도 괜찮지 않을까? 나이 들었을 때 돈 없으면 서러워진다고 하는데... 나는 당장의 내 지옥 같은 현실이 더 서러웠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세계여행에 대한 준비를 했다. 열심히 저축을 하고 세계여행 관련된 책을 사서 읽고 인터넷 검색도 했다. 자연스럽게 세계여행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관심이 많이 생겼다. 세계여행 유튜버가 늘어난 후 이런 사람들을 접하기가 더 쉬워졌다. 세계여행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행복해 보였다. 나도 그들처럼 될 수 있을 거란 환상이 조금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지옥 같은 현실을 도피해 약간 숨은 트였으나 나는 아직 그대로였다.
현실도피를 한 내 현실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일까? 세계여행유튜브로 성공하거나 마냥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은 보면 또 다른 내 이 현실이 초라하게 느껴져서 우울해졌다. 그래서 어느 순간 여행유튜브는 보지 않게 되었다. 이것 또한 SNS의 단점 중 하나인 것인가... 현실을 도피해 왔는데 나는 또 도피한 현실 속에서 혼자 우울해하고 있다. 이것은 결국 나의 문제라는 결론이 났다.
이렇게 우울해질 때는 단순하게 생각해야 한다. 남인도 여행을 시작했으니 고아에 가서 저렴하게 시원한 맥주를 마음 것 마시는 것만 생각하자!
나의 현실도피가 아주 조금은 행복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