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喜怒哀樂(희로애락) : 나의 哀를 愛한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지구에 태어난다. 그리고 본인이 지구에 태어나 살았었다는 흔적을 남기고자 하는 본능이 있다.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자신들의 흔적을 이 지구에 남기기 위해 사는 동안 '번식'에 집중한다. 사람도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 자식을 낳아 키운다. 하지만 사람은 동물과는 다르게 '번식'이외에 다른 행위로도 흔적을 남길 수 있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음악을 남길 수 있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그림을 남길 수 있고
연기를 하는 사람들은 영화나 드라마를 남길 수 있고
책을 쓰는 사람들은 책을 남길 수 있고
연구를 하는 사람들은 논문을 남길 수 있고
나는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무엇을 남기고 싶을까. 자식을 낳는다는 것은 아직까지도 엄두가 안 난다.
세계여행을 하며 여행의 기록을 남기고자 하는 행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 바로 글을 쓰는 것이다. 글쓰기라곤 배워본 적도 없고 책이라곤 1년에 1권 읽을까 말까 했던 나이지만 그래도 이 행위가 재미있다. 나의 어두운 이야기를 꺼내어 쓸 때는 눈물을 흘리곤 하지만 그래도 나름 잘 정리해서 글을 발행하고 나면 뭔가 모를 뿌듯함과 시원함이 있다.
인생은 희로애락이라고 한다. 나는 나의 인생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애(哀)'에 '애착(愛着)'을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애(哀)'를 기록하는 것이 좋다. 어떤 이의 인생에 '애(哀)'의 비율이 가장 높을 시기에 나의 이 작은 기록이 잠시나마 힘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나 또한 내가 기록한 나의 '애(哀)'에 위로를 받기도 한다.
나의 '희(喜)'와 '락(樂)'에 대해서도 어떻게든 느끼고 기록하기 위해 하고 있는 것이 있다. 하루 중 스마일 디자인을 발견하면 꼭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나의 hami_smile_ 에 이 스마일 사진을 올리고 그날의 날짜, 장소, 하루 중 가장 행복한 감정을 느꼈던 순간을 짧게 기억한다.
치앙마이에서 현지인 아침 식사 맛집에 갔던 것, 다람살라 맥간의 편안한 숙소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낸 것, 푸쉬카르에 온 다음날부터 낙타축제가 하는 것 등등 행복감을 느낀 크기와 상관없이 쓴다. 그날 하루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한두 개쯤은 꼭 생각이 난다. 일상에서 느꼈던 소소한 행복을 기록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 번씩 우울할 때 다시 읽어보면서 '아- 나 그래도 살면서 이렇게 행복감을 느꼈던 때가 있었지!'라고 하며 이것들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애'의 비율이 큰 내가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현재 게시물은 30개다. 앞으로 꾸준히 계속 올려야지!
인생을 길게 놓고 보면 '희로애락'이 계속 왔다 갔다 반복하는 것 같다. 나의 모든 희로애락 감정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떤 사람이라도 절대 이 희로애락 중 한 가지 감정만 가지고 살아갈 수 없다. 그냥 어떤 때는 '애(哀)'가 높고 어떤 때는 '로(怒)'가 높고 왔다 갔다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리 지금 당장 매우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어느 순간에는 엄청 슬퍼할 수 있고 아무리 지금 당장 죽고 싶을 만큼 슬펐던 사람이라도 시간이 지나고 어느 순간에는 행복한 감정을 많이 느끼는 때가 온다고 생각한다.
억지로 항상 행복해지려고 하기보다는 나의 현재의 이 '희로애락'을 온전히 느끼는 것만으로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들을 잘 정리하여 본인만의 방식대로 기록하는 행위가 가장 현재 감정을 건강하게 느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감정을 건강하게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