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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e Nov 15. 2023

한 달에 일주일 빼곤 은하수가 보이는 곳

[튀르키예 여행] 은하수가 내려앉는 지중해 마을



달라만에서 꼬박 쉬지 않고 세 시간은 더 달리고서야 잔수가 사는 지역에 다다랐다. 해 질 녘쯤 달라만 공항에서 밍영이와 재회했는데 집까지 달리는 동안 까맣게 어둠이 내려앉았고, 그동안 길에는 두 번의 아잔*이 울려 퍼졌다.


이슬람 문화 그리고 튀르키예라는 나라. 두 대상 모두 내게 이국적인 대상이 아니게 된 지는 오래다. 그런데 튀르키예도 그리고 이슬람 문화도 모든 것이 새롭기만 한 밍영이 내 옆에 앉아 이건 뭐야 저건 뭐야 물어오니 온통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낯섦 투성이다. 그녀 덕분에 내가 사랑하는 튀르키예를 처음의 시선으로 다시 만나는 호사를 누린다.


아잔이 무엇인지, 무앗딘*은 누구인지, 저 소리는 무슨 의미인지, 이 나라는 그럼 국교가 있는 건지 그리고 이 나라의 정식 국명이 뭔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튀르키예 소개를 해본다. 버튼 누르듯 툭 건드리기만 해도 튀르키예에 대한 모든 설명이 입에서 자동으로 흘러나오던 이스탄불 가이드 시절의 지식을 싹싹 긁어모은다.

내 나라를 소개하듯 자부심을 가득 담아 한바탕 튀르키예 자랑을 늘어놓다 보니 어느새 집으로 가는 길에 있는 고개 하나를 넘어온 듯하다. 운전을 하던 아이벡이 말한다. "와 나 한국어 이해하나 봐. 소피가 무슨 말하는지 다 알아듣겠어!"


자정이 가까워지는 시각. 하루 종일 운전을 했던 아이벡이 갓길에 차를 세운다. 매번 긴 자동차 여행에서 돌아올 때면 그가 차를 세우는 장소다. 모두가 차에서 내려 기지개를 켠다. 삼십 도가 넘던 한낮의 기온이 무색하게 차가워진 공기에 팔뚝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뒤를 돌아보니 아이벡이 내리지 않았다. 차에서 혼자 잠시 눈을 붙일 거라고 했다. 차의 시동까지 꺼지고 나니 주변은 서로의 얼굴도 알아볼 수 없이 짙은 어둠뿐이었다.


"Hey guys. Look at the sky."얘들아 하늘 좀 봐.


누구랄 새도 없이 우리는 고개를 들었다. "우와아!!!!!!!!!!"



선명한 은하수가 우리의 머리 위를 지나고 있었다. 얼마 만에 보는 은하수인지. 특히나 이토록 선명하고 밝은 은하수는 정말로 오랜만이었다. 밍영은 눈을 하늘에 고정시키고는 자꾸만 같은 말을 하고 또 했다. 처음엔 "우와"하고선 "언니..." 하며 말을 잇지 못하다가 한국어로는 부족했는지 "It is so beautiful."을 되뇌는 식이었다. 은하수를 이렇게 제대로 본 건 처음이라고 했다. 그 목소리 속에 설렘과 흥분이 너무나 선명하게 묻어있어, 마치 그 짙은 어둠 속에서도 밤하늘과 사랑에 빠진 그녀의 눈빛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집에 도착하니 잔수네 동물 식구들이 한달음에 쪼르르 달려와 우리를 맞이한다. 도고 아르헨티노 종의 캐스퍼는 며칠 만에 주인들을 본 반가움에 어쩔 줄 몰라 두꺼운 쇠사슬을 끊을 듯 점프를 해댔다. 마당에 사는 고양이들은 조용히 다가와 우리 다리에 꼬리를 우아하게 휘감으며 탐색을 한다.


잔수 부부가 집을 비운 동안 동물 식구들을 보살피기 위해 와계시던 잔수의 부모님께서 활짝 웃으며 팔을 벌린다. 이 년만의 재회에 반가움을 가득 담아 진한 볼뽀뽀와 포옹을 나눴다. 집으로 들어가 곧장 거실로 들어갔다. 우리의 방문마다 전용 침실로 탈바꿈하는 장소다. 짐을 내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이 년 새 그들의 집은 더 사랑스러워졌다. 이제는 집주인들의 손이 구석구석 닿지 않은 곳이 없을 것만 같다.


잔수네 어머니가 거실 입구에 서서 말씀하신다. "배고프지 않니? 밖으로 나오렴."


손목의 시계가 23시 몇 분을 가리킨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하는 얼굴로 나를 보는 밍영이에게 얘기한다. "자 이제부터 진짜 튀르키예 체험의 시작이야."



*아잔: 이슬람 사원에서 하루에 다섯 번 기도를 하는 시간을 알리는 소리.

**무앗딘: 아랍어로 아잔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 예전에는 아잔을 사람이 직접 불렀지만 지금은 대개 녹음된 오디오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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