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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hn Oct 24. 2021

여행을 떠나는 낼름이에게

 우리 도마뱀이 하루아침에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우진이는 자기가 낼름이가 아픈 것도 몰랐다고 자책하면서 울고, 나는 나대로 신경을 못써준 것 같아서 미안해서 울고.

 생명이라는 것은 크기나 종류와 상관없이 참으로 놀랍고 뜨거운 것인데, 떠난 후에 남겨진 차갑고 딱딱한 껍질을 마주하고서야 그 사실을 깨닫는다.

 문득, 우진이가 어릴 때 키우던 소라개가 떠올랐다. 그 아이도 갑자기 떠났는데, 뭐가 그렇게도 급했는지 소라껍데기에서 도망치듯 나와서 마르고 앙상한 몸으로 쓰러져있었다. 새끼손가락보다 작은 몸에서 생명이 빠져나간 것을 한눈에 알아볼  있었다. 생명이 빠져나간 자리는 무섭도록 선명한 것이다. 슬쩍 보아도, 아니 심지어 보지 않아도 단 번에 알아차릴 수밖에 없다.

 -


 낼름이의 죽음이 그랬다.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엄마-낼름이가 어제부터 같은 자세로 가만히 있네?


라는 딸아이의 말을 듣자마자 죽음의 차가운 기운에 순식간에 나를 덮쳤다. 말릴 틈도 없이, 아이는 이미 우리 문을 열어 낼름이를 만지고 있었다. 그리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낼름이가 차갑고 딱딱해.. 너무 이상해.. 엄마 어떡하지?


 그리고 그곳에 기묘한 자세로 굳어버린 낼름이가 있었다. 죽음은 장엄하고 웅장한 클라이맥스처럼 찾아오지 않는다. 죽음은 차가움과 딱딱함이라는 촉감으로 자기를 드러낼 뿐이다. 아이는 죽음을 만졌다. 아마 평생 그 촉감을 잊지 못할 것이다.

-


 우리랑 지내는 동안 조금이라도 행복했을까. 마지막 숨을 내쉬던 순간에  외롭고 고통스럽진 않았을까- 아이는 자기 탓을 하며 계속 우는데, 나는 속으로 어쩔  없이 두부를 생각했다. 엄마 아빠를 생각하고 언젠가 나보다 앞서 떠날 나의 사랑하는 존재들을 생각했다. 사랑하는 존재의 죽음이 처음도 아닌데 앞으로 다가올 죽음은 언제나 처음 같을 것이다.

 그에 대해 깊게 생각하다 보면 거대한 허무가 밀려올 것만 같아서 애써 동화를 떠올린다. 죽음이라는 것이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인 동화. 민들레 홀씨로 만나 빼곡하게 붙어 지내다가, 바람을 맞이하여 제각기 자기만의 길과 집과 땅을 찾아 떠나가는 그런 동화. 헤어짐은 고통스럽고 슬프지만, 여행을 떠나기 위한 존재로 태어났음을 받아들이고 앞을 향해 용기를 내는 그러한 동화.

후우... 부는 바람에 아름답게 흩어지는 민들레 홀씨처럼 , 죽음도 그렇게 아름답게 흩어지기는 여행이기를. 그리하여 우리 낼름이의 여행은 끝이 아니라 지금부터 시작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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낼름아  - 좋은 여행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잊지 않았으면 해.

3년 동안 넌 우리의 작고 소중한 기쁨이고 행복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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