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영감을 준 작품
나는 그림을 따로 배운 적이 없다. 그냥 그림을 잘 그리는 편이었다. 부모님이 손재주가 기본으로 있으셔서 그런지 배우지 않아도 타고난 소질과 감각이 있는 편이다.
유치원 시절부터 또래보다는 그림을 잘 그려서 미술대회에서 상을 많이 받았다. 그건 초등학교 중학교를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미술대회에 나가면 상을 받았고 미술시간은 내가 빛나는 시간이었다. 당연히 친구들은 내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나도 어릴 때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에게 그림이라는 영감을 준 작품이 있다.
내가 10살 때였다. 집에 학생 대백과 사전이 있었는데 그중 미술, 음악 편에서 발견한 빈센트 반 고흐의 감자를 먹는 사람들이라는 그림이었다.
아주 조그맣게 인쇄되어 있는 그림이었는데 내 시선을 확 잡아끌었던 그림이었다. 어린 마음에도 그림에서 찡한 감명을 받았던 것이다. 그림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다니 너무나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까지도 그림으로 강한 감동을 받은 그림을 꼽으라면 이 그림이다. 가난한 농부의 가족들이 고단한 일과를 마치고 저녁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는 장면이 짠하면서도 소박한 행복이 느껴졌다.
그 뒤 고흐는 나의 우상이 되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나는 그림을 접었다. 그림으로 직업을 삼기엔 너무나 힘든 일이라 생각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미술을 전공할 경제적 여유가 없었다. 청소년기 시절 우리 집은 너무 경제적으로 힘들었다. 힘든 엄마에게 학원을 다니겠다고 말을 못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언젠가 나중에 꼭 그림을 그리겠다고 다짐하며 비장하게 넣어둔 내 꿈이었다.
그렇게 거창한 꿈이 아닌데 그냥 그리면 되는데 왜 그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연필과 종이만 있으면 되는데 잠시의 시간을 내어 그리기만 하면 되는데 말이다. 할머니가 되면 그림을 그리겠다는 생각으로 멀리멀리 미루어 놓았던 내 생각이 지금은 웃음이 난다.
긴 시간 참 어렵게 돌아왔지만 요즘 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림을 그리면서 새로운 희망을 찾고 있다. 물론 나보다 잘 그리는 사람들을 보며 기가 죽기도 한다. 대단한 작품을 남기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계속 그리다 보면 나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겠다 생각한다.
언젠가는 고흐처럼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는 그림을 그릴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