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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리만 제이 Oct 16. 2020

"꿈"은 "직업"이 아니다.

"꿈" "장래희망" 혹은 "인생목표"에 대하여~


"Choose job you love and you will never have to work a day in your life."

네가 사랑하는 일을 직업으로 택하라. 그러면, 일을 한다고 느껴지는 날이 하루도 없을 것이다. (공자)



"백 투 더 퓨처"에 나오는 근사한 타임머신이 있다면, 나는 30년 전으로 돌아가 10대 소년인 나에게 가장 먼저 이 말을 하고 싶다.


"꿈을 직업으로 정하지 말라!"


사실 이 말은, 많은 유명인들이 강연이나 책에서도 하시는 말씀이다.

최태성 님의 "역사의 쓸모"라는 책에는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여야 한다"라는 한 쳅터 전체가 이 내용으로 채워져 있으며, 슈퍼스타 강사이신 김미정 님도 아마 "이 한마디가 나를 살렸다"로 기억하는데 (김미정 님의 동영상과 책을 너무 많이 봐서 헛갈림) 직업을 꿈으로 착각하지 말라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고, 가장 최근에는 전 제일기획 상무 이시면서 "헤이조이스"의 대표이신 이나리 님도 "세상을 바꾸는 시간 (세바시)"에서 같은 취지의 말씀을 하셨다.


https://www.youtube.com/watch?v=hMxqixgHgVg   (관련 내용은 8:20초부터)
출처: 2020년 10월 5일 자 세바시


하지만, 나는 이미 20년 전에 누가 말해 주지도 않았지만,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십 대 시절, 빡빡머리 여드름 투성이 소년이던 나는, 아버지의 주벽 때문에 거듭되던 사업실패로 늘 불안했던 가정생활과, 그로 인한 외할머니, 어머니의 "너는 절대 사업하면 안 된다. 의사든 공무원이든 무조건 안정적인 직업을 가져야 한다"의 세뇌교육의 영향으로, "의사"를 "꿈"으로 설정하고, 적성에도 맞지 않는 이과에 진학해 "하면 된다"를 수 만 번도 스스로에게 되뇌이며 노력했다.


그때는 그게 나의 "꿈"이고 "장래희망"이며, "인생목표"라고 착각하고 살았다.

1994년 2년을 다니다 도저히 적성에 맞지 않아 공대를 중퇴하면서, 나는 20대에 처음으로 진지하게 진정한 나의 "꿈"에 대해 고민했다.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건 뭐지?"

"내가 잘하는 건 뭘까?"

"왜 그걸 하고 싶은 걸까?"

"그걸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고민 끝에 결정한 나의 진정한 꿈은...


"세계를 누비는 비즈니스맨이 돼서,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며, 남들이 못 하는 경험을 하면서 살자."

였고, 어느덧 40대가 된 지금 얼추 20여 년 전의 꿈을 이루면서 살아가고 있다.


지난날의 내 경험을 비추어 지금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꿈"을 직업으로 설정하는데 따르는 리스크는 너무도 큰 것 같다.

비유가 적절한 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가지 "직업"을 "꿈"으로 고정하는 것은, "다트" 던지기 할 때 지름 1센티 정도밖에 안 되는 정중앙의 빨간 점만 맞추겠다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빨간 중앙점 외에 맞을 가능성과 중앙점에 안 맞았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은 마비되는 것이다.

출처: Pixabay


다트라면 빨간 중앙점에 맞추지 못하더라도 "에이~씨~" 한 마디 하고 뽑아서 다시 던지면 된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 인생은 다트처럼 다시 던질 수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나의 어린 시절 꿈이었던 의사는 그나마 양반이다. 최근의 의대생들의 집단데모로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한해에도 의대 졸업생이 3천 명이나(?) 된다고 하지 않는가.

많은 소녀들이 아마 "김연아 언니처럼 피겨 여왕이 되고 싶어요" 혹은 많은 소년들이 "BTS처럼 K-Pop 스타가 되고 싶어요"라는 꿈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순수한 꿈에 찬물을 끼언기는 정말 싫지만, 냉정하게 말해 김연아 선수가 될 확률은 70억 명 중 한 명, BTS는 70억 명 중 7명의 확률이다.


당장 주변의 어른들에게 한번 물어보자.


"엄마 (혹은 아빠), 어릴 때 꿈은 뭐였어?"

"응,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혹은 공군조종사)"

 

주변에는 어릴 때 "꿈"으로 "직업"을 택해, 꿈을 이룬 성인보다 그냥 꿈만 꾸다 만 성인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다.


평발이면서도 발이 만신창이가 될 정도로 남들의 몇 배나 많이 뛰었던 박지성 선수처럼 정말 목숨 걸고 노력하거나, 전생에 나라를 구한 공로로 억세게 운이 좋아 꿈에 그리던 원하는 직업을 가지게 되었다고 상상해 보자.

그래서 그 다음은???


1. 무엇을, 왜 하고 싶은가를 먼저 정의하자.


"꿈"을 설정할 때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결국 "무엇을, 왜 하고 싶은가"의 정의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의 예를 다시 들어 지금의 내가 십 대 소녀라고 가정하면... (가정에 심한 무리가 있는 듯 하나...)


김연아 언니"처럼", "한국 역사에 길이 남을 국민영웅이 되어 존경받고 싶다."   

~라고 꿈을 정의할 것이다. "피겨 여왕"은 여기에 없다.


"한국 역사에 길이 남을 국민영웅이 되어 존경받고 싶다"면 굳이 세계적인 피겨여왕이 될 필요까지는 없다.

누군가를 나의 롤모델로 설정해서 "누구 누구처럼"을 가슴에 품는 것은 엄청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자신의 롤모델이 있다면, 그 사람처럼 되기 위해 힘들고 고단해도 노력하게 될 것이다.


나는 어릴 적부터, 이소룡을 동경해 왔다. 마흔도 훌쩍 넘은 지금도 그는 나에게 많은 자극을 준다.

이소룡은 어린시절 홍콩에서 건달처럼 자랐지만, 미국으로 건너가 철학을 배우면서 새로운 삶을 꿈꾸고, 수천년 역사의 쿵푸라는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복싱, 태권도, 카라테 등의 경쟁무술의 장점들을 접목시켜 자신만의 무예인 절권도를 완성했으며, 하루로 빠짐없이 하루 10시간 이상 트레이닝을 하며 자기관리를 했으며, 온 몸이 근육덩어리인 반면 수많은 명언을 남긴 사상가로서 정신과 육체를 동시에 단련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인종문제에 대한 이야기는 항상 흑인이 중심이 되니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지만, 동양계 유색인종은 70년대까지 흑인보다 더, 혹은 흑인에게마져 차별 받았던 소수집단이었다고 한다. 그 차별과 멸시속에서도 그는 확고한 꿈을 가지고, 굴하지 않고 노력하여, 헐리우드 최고의 스타가 된다. 지금의 미국내의 동양인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은 이소룡이 심어 놓은 이미지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소룡이 자신의 꿈에 대해 기술한 메모


그런 이소룡도 자신의 꿈을 "영화배우" 처럼 직업명사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긴 문장으로 정리했다.


"나, 부르스 리는, 미국에서 최초 그리고 최고의 동양계 슈퍼스타가 될 것이다. 그 대가로 나는 가장 짜릿한 연기를 모두에게 선사하는 최상의 레벨의 배우가 될 것이다. 1970년부터 시작하여, 나는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갈 것이며, 1980년대 말에는 천만불의 자산을 소유할 것이다. 나는 내가 만족하는 방식으로 살아갈 것이며, 내적인 조화와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갈 것이다."

Bruce Lee
Jan. 1969


동경하는 인생의 롤모델이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의 직업까지 따라갈 필요는 없다. 단언컨대, 내가 이 나이에 이소룡처럼 전광석 같은 발차기를 하는 쿵푸스타가 될 가능성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할 확률보다 적다.


"국민영웅"이 꿈이라면, 글재주가 있는 사람은 글을 써서 21세기의 이상화 시인이 되어 국어책에 한 편의 시를 남기면 되고, 과학적 두뇌와 재능이 있다면 아직 아무도 타지 못한 노벨 수학상이나 화학상을 노려 볼 수도 있고... 쉽지는 않겠지만 뭐든 옵션은 "피겨여왕" 보다는 훨씬 광범위 해 진다.

결국 "직업"은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고 "과정"일뿐이지, 그 자체로 "꿈"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20대에 새로 정의한 꿈인 "세계를 누비는 비즈니스맨이 돼서,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며, 남들이 못 하는 경험을 하면서 살자." 에도 "비즈니스맨"이 있기는 하지만, 이걸 "종합상사맨"으로 한정한 것도 아니니, 사업가 일 수도 있고, 컨설턴트일 수도 있고, 제조업체의 해외영업일 수도 있다. 비즈니스맨의 정의는 무궁무진하다.

 

2.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잘하는 가를 생각해 보자.


무엇을 왜 하고 싶은지가 정의됐다면, 그다음은 냉정하게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전략적 포지셔닝(Strategic Positioning)"을 해 보자.


경영학에서 가장 유명한 전략 프레임 중에 "SWOT분석"과 "5 Forces"라는 것이 있다.

이 글은 경영학 강의가 아니니, 간단하게 요점만 설명하면...


SWOT 분석은, 그 회사의 강점 (Strength), 단점 (Weakness)의 내부적 분석과, 그 회사를 둘러싼 기회 (Opportunity), 위협 (Threat)의 외부적 분석을 통하여, 회사의 전략을 수립/수정하는 프레임이다.

외부적 기회와 위기의 분석이 내부적 분석으로 좀 잘 못 된 것 같지만... 출처: http://blog.naver.com/mjstar88/90090510862


마이클 포터 교수의 "5 Forces"는 산업 내 경쟁자 (Competitive Rivalry)’, ‘신규 진입자의 위협 (Threat of New Entrants)’, ‘구매자의 교섭력 (Bargaining Power of Customers)’, ‘대체재의 위협 (Threat of Substitutes)’ 그리고 ‘공급자의 교섭력 (Bargaining Power of Suppliers)'의 5가지 경쟁요인을 분석하여, 어디에 자신의 비즈니스를 둘 것인가 하는 "전략적 포지셔닝 (Strategic Positioning)"을 고민하는 경영 툴의 하나이다.    

나는 대학원 한 학기 내내 "5 Forces"만 배웠고, 운이 좋아 마이클 포터 교수한테 직접 강의를 듣기도 했지만, 이 모델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자기 포지셔닝만 전략적으로 잘 해도 반 이상은 이긴다 (반대로 포지셔닝 잘 못하면 아무리 노력해도 이길 수 없다)"인 것 같다.  

일본어에는 "이길 수 있는 씨름판에서 이기는 것이 전략의 원칙 (勝てる土俵で勝つことが戦略の原則)"이라는 표현도 있다.

출처: https://yourfreetemplates.com/porters-five-forces-template/


왜 "꿈" 이야기하다가, 뜬금없이 경영학 프레임을 이야기하는가?


앞으로 뭘 하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십 대 시절에는 아무도 이런 전략적인 사고로 자신을 돌아보라는 사람이 주변에 없었다.

불행이도 중고등학교 선생님들은 교과서 밖의 세상에 대해서는 이야기해 주시지 않으셨다.

아~ 이런 현실적인 조언들은 해 주셨다. 실제로 나의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들이 하시던 말씀...


"고개를 돌려 주변의 아이들을 살펴보라. 아직도 친구로 보이는가? 착각하지 마라. 그들은 네가 머리를 밟고 올라서야 할 경쟁자일 뿐이다."


"지금 얼마큼 열심히 공부해서 어느 대학을 가는 가가, 장래의 너의 X알의 무게를 결정해 줄 것이다."


갑자기 비관적인 이야기로 빠졌는데...

"꿈"을 결정하기 위해, 굳이 복잡한 SWOT 분석이나, 5 Foreces를 공부할 필요는 없다.

다만, 적어도 이 정도는 스스로 자문자답해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1. 내가 좋아하는 일 (Things that I like)

2. 내가 잘하는 일 (Things that I am good at)

3. 내가 해내면 열라 폼 날 것 같은 일 (Things that make me cooooool~)


나의 십 대 시절을 돌이켜 보면, 1번과 2번은 아예 생각해 본 적도 없고, 3번만 보고 달렸던 것 같다.

의사가 되면 하얀 가운을 입고, 모든 사람들한테 "선생님~" 소리 듣고, 뭔지 모르는 영어 필기체로 진단서에 휘리릭 갈겨쓰면 열라 폼도 날 것 같고... 지금 생각해 보면 의사라는 직업이 이렇게 낭만적이지만은 않을 것 같지만...


그런데, 그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수학, 화학, 생물학을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고, 그걸 잘하는 뇌세포도 내게는 아예 없다는 걸 몰랐다 그때는...

왜?... "하면 된다"라고 생각했으니까...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삼성 애니콜 리포터로 같이 생활했던 인연으로 어느덧 20년 지기 친구가 된 동생이 있다. 인터넷 검색해도 관련 사이트가 여럿 나올 정도로 유명인이 된 이 친구...

"좋아하는 일 = 항공기" "잘하는 일 = 항공기"... 한 마디로 정말 못 말리는 항공기 덕후다...

어느새 자연스럽게 남들이 보기에 "열라 폼나는" 항공기 업계의 거물이 되었다.


주변에서도 한번 보라.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천하무적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열정적으로 하는 사람을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는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뭐든 하나만 특출 나게 잘하면 세상이 인정해 주는 시대가 열린 것 같다.

나는 40대가 된 이후로 30년 넘게 매진(?) 해 온 비디오 게임을 끊었는데, 그래도 "스타크래프트"는 지금 봐도 재미있어서, "인피쉰"이라는 게이머의 유튜브 동영상을 자주 본다.

좋아하는 일을 죽어라고 파면, 잘하게 되고, 20세기와는 달리 뭐 하나 특출 나게 잘하면 그게 무엇이든 열라 폼 나면서 돈도 쌓이는 일을 하게 되는 시대가 열려 있다. "덕후" 문화의 원조인 일본에는 심지어 "전자오락 버튼을 세계에서 제일 빨리 누르는 달인"이 유명인으로 살아간다.


위의 1, 2, 3을 내 케이스에 비추어 보면,

1. 내가 좋아하는 일: 어학공부

2. 내가 잘하는 일: 다른 사람에게 맞추어 대화하고 소통하는 일

인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하루 종일 외국어로,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들 사이에 조율하면서 업무를 해 나가야 하는 종합상사맨으로 밥 먹고 살고 있다.

결국, 3번은 1, 2번을 추구하다 보면 따라오는 결과인 것 같다.


하지만, 불행히도 아직도 많은 청소년, 청년들이 우선 3번부터 생각하고 인생을 설계하고 있지는 않나 싶다.

한 가지 덧붙여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1번 내가 좋아하는 일과 2번 내가 잘 하는 일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 예를 들면, 나는 7년 전부터 기타를 치기 시작해서 기타치면서 노래하는 걸 정말 좋아하지만, 불행이도 7년째 초보이다... 주변에 정말 들어주기 힘든 음치지만, 혼자 취해서 열심히 노래 하시는 분들도 간혹 있을리라...



나는 빨간 중앙점에 꽂히지 않은 "다트"를 뽑아 다시 던질 수는 없지만, "다트"를 손에 쥐고 이제 던지려는 친구들에게, 아니 30년 전 십 대 소년이던 나에게 두 손 꼭 잡고 눈물 흘리며 꼭 이 말을 건네고 싶다.


"장래희망을 직업으로 정하지 말자!"

"네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 잘 하는 일부터 먼저 생각해 보라! 그러면, 네게 맞는 직업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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