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완벽주의로 시작한 사업생존기
정신없이 살다 보니 6개월 만에 브런치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여러 산업군에서 SEO만 진행을 해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걸 마케팅한다고 볼 수 있는 건가?
물론 전체적인 마케팅 업무에서 SEO는 CPC나 CAC를 줄여준다는 관점으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상세페이지 테스트 없이 광고 없이 SEO로만 마케팅을 과연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의구심을 품게 되었습니다. SEO의 본질은 돈을 쓰지 않는 마케팅이라는 점에서 스타트업이나 작은 기업은 SEO를 배우고 싶어 하지 SEO를 돈을 주고 꾸준히 맡기고 싶지 않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물론 SEO를 단순히 작업해주지 않고 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고 만족해하면서 스스로 해나갈 수 있는 걸 보면 잘 진행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SEO만을 놓고 보면 장기적인 BM으로 가져가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로스 마케팅을 좋아하기도 했고 작년 12월에 행동심리 기반으로 Price 강의를 들으면서 결국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마케팅에 전반적인 컨설팅을 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했습니다.
깊은 고민을 하던 때 마침 지인에게 퍼포먼스 마케터가 없다. 잠깐 계약해서 진행해 줄 수 있는지 연락이 왔습니다. 그동안 SEO만 해왔기도 했고 광고도 이 시점에서 더 안 해보면 자신이 없어질 것 같아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업종은 경락 에스테틱 쪽이었고 뷰티 쪽은 완전 처음이었던 만큼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우선 계약 제의가 들어오기 전 GA4 및 메타 픽셀 세팅 의뢰를 받아 세팅한 이후였던 만큼 기존 세팅한 기준 홈페이지가 바뀐 부분이 있는지 없는지 체크했습니다.
그리고 마케팅을 시작하기 전 다음과 같은 환경에서 마케팅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1. Vue.JS 기반으로 구축된 홈페이지는 전체적으로 페이지(상세페이지) 하나 수정하는데 최소 2일 ~ 최대 7일 걸린다.
2. 쉽게 수정할 수 있는 CMS/노코드 웹빌더로 옮길 생각이 없다. (후기 및 정보성 콘텐츠 쓸 수 있는 환경 X)
3. 상품을 수정할 수 없는 상황
4. 마케팅 비용은 월 기준 1800~2000만 원이지만 그중 1300만 원은 상위노출 체험단 업체에 쓰고 있다. (한 달에 약 400만 원으로 시작했어야 함)
5. 네이버를 확고하게 밀어붙이는 상황
할 말은 많았지만 일단 위 조건을 감안하고 마케팅을 진행했습니다.
기존 이커머스 온라인 마케팅, B2B 리드 젠과 다르게 오프라인 사업이다 보니 고객을 오프라인까지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게 최종 목표였습니다.
가장 먼저 운영하고 있던 매체 비용 최적화부터 시작했습니다.
당시 파워링크와 브랜드 검색, 메타 이렇게 3가지 광고를 태우고 있었는데 브랜드 검색은 사실상 초기 브랜드인 만큼 검색량을 높이지 않은 이상 테스트 하기엔 리소스 낭비로 봐 프로모션에 맞게 세팅 후 모니터링만 진행
1. 파워링크
- PC와 모바일을 구분 짓지 않은 점
- 입찰가를 무조건 1순위로 맞춰놓은 점
- 지역성 키워드와 일반 키워드를 구분 지어 소재를 만들지 않은 점
2. 메타
- 전환 광고에 전환 픽셀을 세팅하지 않은 점
- 일반 피드와 다이내믹 크리에이티브 테스트를 하지 않은 점
- 소구 포인트가 눈에 띄게 광고 소재를 만들지 않은 점
- 이미지로만 광고를 진행한 점
3. SEO
- 전체 페이지가 중복된 태그로 세팅되어 있던 점
- SSR 방식이긴 하나 불러오는 순서가 잘못되어 첫 번째 페이지로 로드된 다음 태그가 변경되는 방식
- 검색해서 들어올 만한 콘텐츠가 없는 점
1. 파워링크
- PC/모바일 구분 짓고 지역성 키워드 광고그룹과 일반 키워드 광고그룹을 나눠서 세팅
(입찰가 및 소재 테스트를 위해 작업)
- 일 예산에 맞게 PC는 따로 모바일은 2~4순위 정도로 세팅하며 광고비가 적절하게 소진되게끔 수정
2. 메타
- 경쟁사 5~6군데 메타 광고 리서치 및 카페, 블로그 후기를 보며 소구포인트 확인
- 이미지 3~4개, 영상 4~5개씩 묶어 광고 테스트 진행
3. SEO
- 페이지 별 태그가 각각 다르게 뜰 수 있게 가이드 작업
SEO의 경우 기존에 가지고 있던 SSR 방식과 검색해서 들어올 만한 콘텐츠가 없는 점은 당장 리소스로는 해결할 수 없었음
→ 타이틀 및 스키마 마크업으로만 살짝 개선할 수 있었음
다음으로 클릭률 및 CPC 등 수치가 개선되었다 판단되는 시점에 상담신청까지의 리드젠 전환율을 높이기 위한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가장 먼저 전환율을 높이기 위해 세팅했던 건 바로 레코딩 및 히트맵을 확인할 수 있는 'Clarity'와 GA4 이벤트 추가 태깅 작업이었습니다.
GA4 이벤트 태깅을 통해 어떤 매체에서 리드 젠이 일어나는 지와 경로탐색 보고서를 통한 전반적인 고객의 홈페이지 이동경로를 봤고 해당 경로를 어떻게 활동하는지 심층적으로 보기 위해 Clarity를 사용했습니다.
아래 이미지처럼 메인 페이지, 프로모션 페이지, 상품 페이지 등 전체적으로 고객이 머무를 수 있을 만한 요소와 후킹 될 만한 요소 배치 테스트 등을 진행하며 상세페이지 테스트 진행을 꾸준히 했습니다.
해당 테스트와 더불어 광고도 위에 기준처럼 함께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2월까진 하루 문의가 0이거나 2일에 걸쳐 2~3건 정도 들어오던 문의를 다음과 같이 늘릴 수 있었습니다.
3월 : 80건 → 4월 2주 차 : 96건으로 상담 신청 수로만 보면 폭발적으로 신청했고 마치 성공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습니다.
노쇼 이건 아니잖아..
하지만 간과한 게 한 가지 있었습니다. 에스테틱 특성상 오프라인으로 와서 직접 상담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저 문의 건 수 중 노쇼 비율은 어느 정도 되었을까요? 지금은 계약이 종료되어 확인하기 어렵지만 전체 120명 중 방문한 사람만 보면 50~70명 정도였습니다. 즉, 수치로 따졌을 때 절 반 이상이 노쇼였습니다.
그래서 노쇼 관련 리서치를 진행해 보니 에스테틱만 이상한 게 아닌 음식점을 포함한 고급 오마카세도 노쇼가 트렌드라 불릴 만큼 높았습니다. 당장의 마땅한 대책이 생각나지 않아 예약금을 추가하는 순간 그에 맞게 상담 신청도 일부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예약금 안내 및 PG사 연결 이슈로 인해 예약금을 다소 번거롭게 받는 과정이 일부 있었고 이 중 예약금 안내 부분은 솔라피를 통해 빠르게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PG사 연결을 못 시키는 상황에서 최선이다 생각하고 세팅했습니다.
4월 마지막 주차쯤 변경을 했으며 5월엔 예약금을 받는 형태로 진행한 만큼 상담 신청은 줄어들었지만 3월과 비교를 해봐도 수치적으로 확실히 좋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2번째 문제가 시작됩니다.
어라? 예약금을 안 넣어..?
예약금으로 1번 소팅을 하고 받은 고객 중 예약금을 내지 않은 고객이 있는 점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정상적인 예약 신청 완료 단계에서 PG사 예약금 결제가 네이버처럼 있어야 확실하게 문제를 체크할 수 있지만 그 부분이 어려워 여러 가지 경우를 생각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내린 가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아직 신생 브랜드인 만큼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바로 방문 상담까지 오게끔 하는 건 확실한 허들이다.
2. 1회 권이 없어 오지 않는 고객도 일부 있다.
3. 허들이 높은 만큼 홈페이지 내 CRM 기능을 살리되 헷갈리지 않도록 챗봇을 구성하여 관리해야 한다.
4. 홈페이지에 확실하게 오게끔 만들 실제 고객들의 후기/리뷰 페이지가 없다. 네이버 플레이스가 가보면 있겠지만 거기까지는 신중하게 선택하는 고객이 많이 보지 대다수 고객은 블로그는 봐도 플레이스까지 접속하지 않는다.
3번의 CRM 기능의 경우 완전 초반인 1월에 3개 지점 각각 카카오톡, 네이버 톡톡 채널을 넣은 경우가 있는데 그때 당시 홈페이지 유입이 거의 없던 시절이었던 만큼 해당 방식으로든 채널톡으로든 CRM 기능을 부활시켜야 한다 생각했습니다. 또한 브랜드가 알려지기 전까진 온라인 상담을 하며 1회권을 판매하여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이 필요하다 생각했습니다.
4번의 홈페이지 리뷰/후기 페이지는 맨 처음 제약 조건과 오프라인 지점 후기 공급 문제로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이 시점, 여기서부터 이해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네이버는 진짜 고객이고, 인스타그램이나 구글은 가짜 고객이다.라는 의견이었습니다.
매체를 여러 개 운영하고 미디어 믹스를 하시는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특정 매체 한 곳만 보고 들어오는 경우도 있지만 에스테틱과 같은 어느 정도 비용이 있는 상품의 경우 여러 매체를 확인하면서 신청할 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그걸 위한 미디어믹스를 운영했고 최종적으로 전환이 높은 건 네이버지만 네이버가 진짜 고객이다라는 저로썬 이해할 수 없는 결론에 도달되고 말았습니다.
이 기점으로 이 이상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으며 정확히는 제가 내린 가설 및 테스트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달라지기도 하고 계약 종료 날짜도 마침 다가와 마무리를 짓게 되었습니다.
아쉬운 점은 홈페이지가 최상의 컨디션(상태)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비록 노쇼가 50%였지만 수치가 개선된 것을 보며 저를 좀 더 믿고 진행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ㅎㅎ
그래도 이 경험 덕분에 SEO만을 BM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 좀 더 나아가 온라인 베이스의 이커머스나 B2C 마케팅을 좀 더 잘할 수 있다 생각하게 된 계기를 얻었습니다.
아래는 5월 마지막 주까지 작업했던 미디어믹스 표입니다.
2~3월은 여러 매체 테스트를 진행하며 전환보단 클릭에 좀 더 집중했던 만큼 CPM과 CPC가 일부 개선된 대신 그만큼 CTR이 망가졌고
4월에 와선 CPM이 일부 높아졌지만 CPC는 오히려 더 개선이 되어 최종적으로 CTR이 개선되었으며
5월은 CPM까지 개선시키며 전체적으로 상담 신청 수까지 함께 지켜본 결과 광고 운영은 제 기준 만족스럽게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다음에 혹시나 오프라인으로 와야 하는 고객이 생긴다면 그땐 그로스영역 중 CRM까지 다뤄서 한 번 성과를 내보고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드는 4개월이었습니다 :)